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디지털이 나를 삼켜버리고 있다.
눈을 뜨면 사파리를 열어 네이버 뉴스를 보고 네이트 뉴스를 보고 이것까지 다 보면 다음 카페 인기글을 보고 이것도 다 보면 인스타그램을 쭉 훑어본다. 옆으로 누워 핸드폰을 한 탓에 짓눌린 어깨가 아파오고 무한 스크롤을 했던 엄지손가락이 저려올 때 쯤 핸드폰을 침대에 엎어두고 일어난다.
일을 하고 잠깐 쉬는 시간에도 당연히 핸드폰의 잠금을 풀고 인스타그램이나 인기 글을 보면서 히히덕 거린다. 한차례 다 보고나면 20분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업무는 컴퓨터로 하고 휴식은 스마트폰으로 하니까 눈이 건조하고 시려온다. 그래도 계속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하루종일 핸드폰만 본 터라 이제 더이상 볼만한 콘텐츠가 없다. 이제는 유튜브에 기웃거려본다. 사진와 텍스트 보다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하고 데이터도 더 많이 필요하지만 일단 들어가본다. 역시 흥미로운 영상들이 많다. 하나를 골라 재생해본다. 생각보다 재밌어서 연관된 영상을 또 본다. 핸드폰을 들고 았던 손가락들이 아려온다. 오른손과 왼손을 번갈아 가면서 핸드폰을 든다. 가벼운 핸드폰이 나왔으면 좋겠다.
진짜 피곤해졌다. 핸드폰만 보고있으니까 정말 피곤해졌다. 머리가 살짝 아픈것 같기도 하다. 눈이 시린지는 꽤 되어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도 꼈다. 그냥 핸드폰을 안보면 될텐데.
이정도 되니까 핸드폰 없이 사는 방법을 잊은 것 같다. 핸드폰 없이 5분~10분정도의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할 지 모르겠다. 나름 책 읽는 걸 좋아하는데 책은 온라인상의 글보다 덜 자극적이고 접근하기가 쉽지않다. 일단 책장에서 책을 빼는 것이 어렵고, 이북 앱에서 책을 선택하는 것이 어렵다.
핸드폰을 많이 해서 어깨가 부셔질 것 같은 시점에 드디어 디지털 디톡스를 결심한다. 디지털 디톡스를 하는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또 유튜브를 켠다. 디지털 디톡스 관련 영상을 계속본다...
진짜 지겹다 싶을 때 쯤 핸드폰을 저 멀리 던져준다. 20분~30분 정도가 지나면 누군가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핸드폰 속의 세상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또 핸드폰을 집어든다.
정말 바보다! 완전히 지배당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