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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미 Jun 24. 2021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향해(2)

디지털 미니멀리즘 실천기

디지털 미니멀리즘 책을 읽고 행동을 결심한지 딱 일주일 지났다. 실질적으로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실천한지는 2주가 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루가 간결해졌다. 매우 만족스럽다.


내가 2주 동안 했던건 하나밖에 없다. 휴대폰에서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지우기.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금지하는게 아니다. 휴대폰으로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SNS를 하고싶으면 컴퓨터로 하면된다. 아예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서 마음이 더 편했다. 다이어트를 할 때 '먹지 못함'에 집중하면 더 집착하게 되고 힘들어지기 때문에 먹고 싶은 것을 먹되 조금만 먹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루종일 회사에서 컴퓨터를 하기 때문에 집에 오면 컴퓨터와 멀어지고 싶어하는 나의 특성을 잘 반영한 해결책이었다. 나는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누르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늘) 있다. 컴퓨터를 켜면 본격적인 느낌이 들어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지금도 컴퓨터를 켜서 글을 쓰고 있다..) 반면 핸드폰은 가볍다. 화면을 터치하여 잠금을 해제하고 한번의 터치로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이미 로그인도 다 되어 있다. 마우스를 잡을 필요도, 키보드를 누를 필요도,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생각할 할 필요도 없다. 앱을 여는 순간 나의 정신과 영혼은 이미 내것이 아닌 상태가 된다. 결국 눈도 손목도 아파진다.



요즘 사람들은 디지털 기기로 딴짓을 하는 것이 좋아서 스스로 억압을 가한다. p.115





돌이켜 생각해보면 육체적 억압과 정신적 억압을 동시에 가하고 있었다. 그 조그만 화면이 뭐가 그렇게 재밌다고 계속 보고 있었던 걸까? 안보고 안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심지어 생각이 나지도 않는다. SNS를 삭제한지 4일째 되는 날은 피드 소식이 너무 궁금해서 컴퓨터로 로그인해봤다. 비밀번호를 두번이나 틀리고서야 로그인을 할 수 있었다. 힘들게 힘들게 로그인을 했는데 피드는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몇번의 스크롤 후 컴퓨터를 껐다. 그제서야 미련이 없어진 느낌이었다.



거의 매일 휴대전화를 멀리하는 시간을 내기를 권한다. P.133





SNS를 안하니까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멀리하게 되었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휴대폰은 충전기에 꽂아둔다. 이전에는 저녁을 먹은 후 잠깐 쉬는 시간 동안 인스타그램을 보곤했는데 피드를 넘기다 넘기다보면 한시간이 훌쩍 지나가 늦은 밤에 설거지를 하곤했다. 하지만 지금은 밥을 먹고 5분 정도 쉬다 바로 다음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것도 안하고 5분을 보내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다른 일을 하지 않으면 금방 지루해져 설거지를 하러 간다.) 휴대폰과 멀어진다는 것은 몸이나 머리를 더 움직이게 된다는 것과 같은 말이고, 고독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일과 가정생활 그리고 수면 사이의 간극을 아무생각없이 휴대전화나 태블릿을 만지작 거리는 것으로 쉽게 메울 수 있다. (중략) 다시말해 해리스가 불편을 느낀 이유는 특정한 디지털 활동을 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온라인으로 연결된 화면이 사라졌을 때 혼자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P.183






무엇과도 연결 되어있지 않을 때 진정으로 나를 마주볼 수 있게 된다. 나를 방해하는 어떠한 자극도 없을 때 비로소 의미 있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지금 나의 상태, 나의 경험, 오늘 있었던 일, 내일 할 일 등등..

생각보다 우리는 우리를 살펴볼 시간이 없다. 외부 환경에 휩쓸려 시간을 보내게 되고 설령 생각을 하더라도 '나로서의 나'에 대해서가 아닌 '오늘 하루의 나'를 되돌아 보는 정도로 생각을 흘려 보낸다. 현재 우리는 절대적으로 고독이 부족한 상태이다.




고독은 정신이 외부에서 입력되는 정보로부터 자유로운 주관적 상태다. (중략) 고독에 빠지려면, 어디에 있든 다른 사람이 만든 정보에 반응하지않고 자신의 생각과 경험에 집중해야 한다. P. 111






아직 2주밖에 되지 않아 고독의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괄목할만한 성과(?)가 있었다.   


1) 소비하는 온라인 콘텐츠의 종류와 질이 달라졌다.

인스턴트식 콘텐츠 대신 내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아티클을 읽고, 경제신문을 읽는다. 노래나 팟캐스트를 더 많이 듣게되었다. 이미지 기반의 콘텐츠보다 텍스트 기반의 콘텐츠는 호흡이 더 길고 사용자의 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에 보다 천천히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혀 급할 것이 없어서 안정감이 들었다. 콘텐츠를 읽고 생각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고독의 시간에 스스로 생각해볼 거리도 많아지겠지.


2) 쇼핑 욕구가 줄어들고 있다. 돈을 절약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이 가진 건 다 갖고싶고, 다른 사람이 하는건 한번 쯤 해보고싶은 나였다. 돈을 참 많이도 썼었다. 그 중 일부는 나에게 경험이 되긴 했지만 ..(좋았던 것도 경험, 실패했던 것도 경험이다.) 지출의 원인인 '다른 사람'을 제거하니 많은 문제가 해결되었다. 나에게만 집중하면서 나에게 꼭 필요한 것들만 찾아 소비하게 되었다.


3) 책을 많이, 자주 읽게 된다.

행동과 행동 사이에 시간이 빌 때 언제든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았다. 휴대폰을 드는 대신 책을 잡기로 결심했다. 책은 펴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펴고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덕분에 양질의 여가생활을 노력하지 않고 즐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뿌듯했다.) 항상 퇴근하고 집에오면 너무 피곤해서 책을 읽기 싫었고, 책을 읽지 못했다는게 은근한 스트레스로 다가왔었는데 지금은 굳이 시간을 내지 않아도 책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4) 추억을 되새기고 소중하게 여길 줄 알게 되었다. 

인스타그램을 안하니까 사진첩에 있는 사진과 동영상을 그렇게 많이 보게된다. 예전 사진과 동영상들을 다시보니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서 행복했다. 타인의 사진을 보는 것과 나의 사진을 보는 것은 레벨이 다른 경험이라는 것을 느꼈다. 소중했던 기억들을 들춰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 (인스타그램은 매번 새로운 사진을 보는 것이라면, 나의 앨범은 과거의 것을 보는 것이다. 새로운 것은 끝이 없는 욕망과 연결되지만 과거는 끝이 있다. 물리적으로든 감정적으로든 끝이 있는게 안전하다.ㅎㅎ....)





휴대폰 메인 화면에서 앱 하나 지웠을 뿐인데 생활이 달라졌다. 솔직히 이거 지운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또 설치하는건 아니겠지? 하며 나를 의심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편하고 좋아서 언제 다시 SNS를 설치할지는 모르겠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될 때 다시 SNS를 설치하게 되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 : 온라인에서 시간을 보낼때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에 도움이 되며 신중하게 선택한 소수의 최적화된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모든 활동은 기꺼이 놓치는 기술활용 철학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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