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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미 Oct 10. 2021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된다면 좋은걸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과연 행복할까?
돈을 못벌어도 계속 좋아할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일을 진짜 좋아하는 건 맞을까?



https://twitter.com/hackerseng/status/910064875514167296/photo/1




'좋아하는 일과 돈벌이 수단이 일치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에 대해 많이 생각해본다. 어릴때 부터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혹은 그 당시에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일)을 계속 해왔다. (부모님께서 정말 지지를 많이 해주신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릴 때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계속 그림을 그렸고 결국 입시미술을 하고 디자인과를 졸업해서 디자이너로 일도 하고 석박사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계속 디자인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근데 그냥 그렇다. 열정 넘치던 나는 사라지고 디자인 기계처럼 그냥 디자인을 하고 있다. 연구에 대한 열정도 글쎄..


그리고 지금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배우고 있다. 바로 요가다. 2년 정도 요가를 하다보니 너무 즐겁고 좋아서 요가 지도자 과정을 하고 있고 다음주가 되면 수료한다. 내가 언젠간 요가를 직업으로 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요가가 좋아서 시작한 것이 더 큰 이유였다. 10주 남짓한 요가 지도자 과정을 마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와~ 요가 강사 쉽지 않겠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



대체 왜 이런 마음이 드는걸까? 하고 싶던 걸 계속 해오던 난데 지금 나는 엄청 행복하지 않다. 물론 가끔 행복한 순간도 있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라는 느낌이 사라져버린지 오래이다. 왜일까? 분명 내가 하고 싶어 정한 분야, 공부인데. (그렇다고 불행한 건 아니다.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는데 불행하다면,, 그건 참 말 그대로 불행한 일인 것 같다.)



어떤 일에 관심을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더 많이 알고싶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공부를 하게 되는데 공부를 하면 할 수록 아는게 더 많아지고 그 분야에 더 흥미를 가지게 된다. 아마추어의 영역에서 습득할 수 있는 것을 어느정도 습득하면 프로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싶어진다. 소위 말해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이나 '오랜시간 경험을 쌓아 암묵지가 탄탄하게 형성된 시점', '나의 지식과 경험을 팔 수 있는 상태'로 말이다. 프로의 영역으로 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책을 읽고, 논문을 읽고, 전문가를 찾아가고, 교육과정이 있다면 찾아서 배우고, 실행한다. 그 분야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연구한다. 배우면 배울 수록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고 생각보다 정말 많은 노력으로 답이 없는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걸 알게된다. 이때부터 조금씩 지치기 시작한다. '이 많은 걸 어떻게 다 알아?', '이런 것도 해야해?'부터 시작해서 온갖 생각을 다하게된다. '남들이 하는 건 쉬워보이던데...', '내가 좋아하던게 이게 맞아?'라는 생각까지..(그리고 이 단계에선 당연히 돈을 잘 못번다. 왜냐? 아직 전문가가 아니니까) 결국 지치게 된다. 임계점에 도달한 것이다. 이 임계점을 넘어야 진짜 전문가가 되는데 이걸 넘기가 너무 어렵다. 이 단계에서 많은 사람들은 흥미를 잃고 그만두게된다. '취미로만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아예 놓아버리는 사람들고 있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경우이다. 남들이 하는 건 좋아보이고 내가 조금 해보니 할만했는데 심지어는 즐거웠는데 막상 그 필드에 들어가면 하기 싫고 어려운 것도 다 해야하는 상황이라니. 만약 이 상태에서도 즐겁거나 돌파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덕업일치의 세계로 들어설 것이다. 앞으로 다가 올 임계점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극복할 확률이 높아지고 꾸준히 계속 하다보면 돈과 인지도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게 쉽냔 말이야..



요즘의 나는 '좋아하는 일을 가급적이면 직업으로 삼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한다. 돈 버는 일과 취미를 분리하는게 정신적인 측면에서 더 이로운 것 같다. 그렇다고 돈 버는 일이 불행한 건 아니다. 그럭저럭 해 나가면서 어느정도 성취감을 가질 수 있는 일이니까. 내가 가진 직업으로 돈을 벌어 내가 하고 싶은 일에 투자하는 것 만큼 동기부여가 잘 되는 건 없는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돈을 벌고, 힘들게 번 돈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니 매사 열정적으로 살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좋아하던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면 1~3년 정도는 해볼 수 있겠지만, 여기에 올인하지 않기 위한 또 다른 취미를 만들어야할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일이 돈과 묶이면 곤란한 결과를 발생시키니까 말이다. 누군가는 덕업일치가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덕과 업 사이에 거리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모든 건 적절한 거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덕업일치를 하고 계신 분들을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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