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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드 Dec 14. 2020

문제 풀기 복습

복습의 방법들

문제집 위주의 공부?

문제를 푸는 것은 손쉽고 괜찮은 복습법입니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내용도 문제를 풀어 점검해보면 모르는 부분이 드러나고 그것을 새롭게 익히는 계기가 됩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문제를 풀며 하는 공부를 ‘문제 풀이식 공부’라며 좋지 않게 말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문제집 위주로 공부하다 보면 문제가 물어보는 방향으로만 생각하고, 문제가 묻지 않는 것은 몰라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여기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집의 역할은 학습자가 내용을 완전히 알고 있는지 점검해 주는 것에 있습니다. 잘 알지 못하면서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하지 않도록 문제집이 여러 방면으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공부의 목표입니다. 문제집의 문제를 다 맞히려는 이유도 결국 지금 공부하고 있는 내용을 완전히 알기 위해서임을 잊어선 안 됩니다. 문제집에 나오지 않아도 완전한 이해를 위해 알아야 할 지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집,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맙시다.


내용 공부 먼저문제집은 그다음

문제집으로 공부하기 전에는 반드시 내용 공부를 먼저 하기를 권합니다. 교과서를 읽어보아도 좋고 공책을 보면서 정리한 것을 미리 상기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가능한 한 문제를 잘 풀 수 있는 준비가 된 상태로 문제집 풀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특히 수학의 경우, 준비가 안 된 채로 문제를 푸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문제를 풀다가 오히려 틀린 규칙만을 자꾸만 적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치 시험을 보듯 내용 공부를 꼼꼼히 한 후, 최대한 적게 틀리겠다는 마음으로 문제 풀기에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문제집에서 틀린 답이 나왔을 때 그것이 내용 공부로 내가 놓친 진짜 빈틈이라고 믿을 수 있습니다. 절반가량 틀리고 오답 정리로 절반의 문제를 푸는 것은 빈틈이라기보다는 그냥 내용을 모르는 것입니다.


많은 문제를 풀어서 압도하기?

하나의 문제집에 담긴 내용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학생 중 몇몇은 완벽한 공부가 되려면 가능한 한 다양하고 많은 문제를 풀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많이 풀면 문제들이 각 영역으로 촘촘히 질문을 던져주기 때문에 결국 모든 내용을 알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문제 풀이 양을 많이 해서 내용을 압도하면 실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를 많이 푸는 학생들의 공부 내용을 살펴보면 모르는 문제를 알아내기보다는 이미 아는 문제를 풀고 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점에 이 공부법의 맹점이 있습니다. 아는 내용의 문제들은 이미 잘 알고 있기에 때문에 문제를 빨리 많이 풀 수 있습니다. 이렇게 풀어낸 문제의 양을 생각하면서 학생은 자신이 공부를 많이 했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실은 들인 시간에 비해 문제 풀이 공부의 핵심인 ‘모르는 내용을 공략하기’ 활동은 적었기 때문에 이 공부에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무리 많은 문제집을 가져와도 교육과정이 활용할 수 있는 세상의 모든 문제를 다 풀어볼 수는 없습니다. 문제 활용력은 부정확하게 많은 문제를 풀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핵심 내용을 담은 몇 개의 문제를 풀면서 그 과목에 대한 이해를 다지는 과정을 통해 얻어지게 됩니다.


한 권을 정확히여러 번

고1 때 우리 반에는 학원도 다니지 않는데 수학을 참 잘하는 친구 J가 있었습니다. 저는 당시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를 많이 다루어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많은 노력을 들여 여러 권의 문제집을 풀고 있었는데요, 물론 J가 풀고 있는 그 문제집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애쓰는 것에 비해 실력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반면 J는 보통 수준의 문제집 한 권을 여러 번 다시 풀면서 문제집 하나를 완전히 소화하는 데 정성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J가 수학을 잘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렇게 빈틈없이 닦은 탄탄한 기본기 덕분이었던 것입니다.


문제집을 지우고 다시 풀던, 문제집에 표시하지 않고 다른 노트에 따로 풀던,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본 문제집 하나에 담긴 모든 문제가 완벽하게 알아질 때까지 여러 번 풀어본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같은 문제집을 여러 번 보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J는 아마도 이런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1. 한 권이라 하더라도 문제집 전체를 완전히 익히면 핵심 개념은 모두 알게 된다.
2. 여러 문제를 다양하게 다루는 것보다 하나의 문제를 확실하게 풀 수 있는 것이 다른 문제를 풀 때도 도움이 된다.
3. 수학 시험에서 개념을 활용해서 나올 수 있는 문제들은 어차피 거기서 거기다.


문제집 한 권을 마스터하려고 반복한다는 것은 문제 자체를 공략하는 것이 아닌, 문제가 알려주는 원리에 집중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초등학교 시험을 생각해 봐도 일부 최고 난이도 문제 1, 2개를 제외하면 문제의 난이도는 수학 책과 수학 익힘책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개념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문제는 수학 책이나 익힘책 수준의 단순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저의 교육 경험상, 외우는 방식이 아닌 완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수학 책이나 익힘책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학생은 한 교실에서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 기본 문제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내 힘으로 풀 수 있고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내 것이 되게 하려면, 누구라도 한 문제에 담긴 뜻을 깊이 생각해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반복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하나의 문제에 담긴 원리를 완전히 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 위해 한 가지 예를 살펴봅시다. 어느 날 문제집을 풀던 우리 반 학생이 저에게 다음과 같은 문제를 물어왔습니다.


5/4kg 철사 1/5m가 있습니다. 이 철사 1m의 무게는 얼마일까요?



kg과 m 값이 모두 분수로 되어있어서 문제가 복잡해 보입니다. 어떤 학생은 1m를 5개로 나눈 것 중 하나가 1/5임에 착안해서 5/4 × 5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해결하면 철사의 길이가 2/5나 3/8m인 경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됩니다.


사실 이 문제는 분수의 나눗셈 문제이며, 6학년 2학기 분수의 나눗셈 단원의 교과서 ‘공부를 잘했는지 알아봅시다’에 나오는 다음 문제와 같은 원리의 문제입니다.


리본 3m를 5명이 똑같이 나누어 가졌습니다.
 한 사람이 가진 리본은 몇 m 인지 구해보세요


학생이 위 문제를 질문했던 이유는 길이를 무게로 나누어야 할지, 무게를 길이로 나누어야 할지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나눈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를 이해해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학생이 위 교과서 문제를 다룰 때 ‘3 나누기 5의 몫은 3m를 5명에게 똑같이 나누어줄 때 한 사람이 갖게 되는 길이(m)’임을 간파했다면 위 질문은 생겨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교과서 문제 한 문제를 통해서 얻어야 할 결과는 단지 ‘맞는 답’이 아니라, 나눗셈 연산의 의미와 작동원리였던 것입니다. 하나의 문제를 풀 때도 깊은 생각을 통해 이런 개념적 이해에 접근한 학생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각 숫자가 분수로 바뀌거나 단위가 바뀌는 상황을 만나도 흔들림 없이 필요한 나눗셈 연산을 적용하여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수학 문제를 푸는 사고 과정을 연구한 헝가리 수학자 폴리아의 연구에 따르면 수학 문제를 풀 때 사람들은 마음속으로 ‘전에 푼 문제 중에 비슷한 문제는 없는가?’라고 질문한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모르는 문제를 풀 때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자신이 잘 아는 문제 풀이 경험을 기억 속에서 끌어와서 사용한다는 것이지요. 반면 누가 풀어주었거나 푸는 단계에서 확신이 없었던 문제 풀이 경험은 새로운 문제를 고민의 과정에서 좀처럼 떠오르지 않습니다. 진짜 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던 꺼내어 활용할 수 있는 지식만이 진짜 내 지식이라는 원칙은 여기서도 적용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의 문제집, 하나의 문제를 완전히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나에게 마치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는 것과 같습니다. 풀었던 문제들이 완전히 내 머리와 손에 이해되고 익혀져서 언제든 꺼내어 응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기본 문제를 다 익히고 나면 난도 높은 문제, 내가 처음 보는 문제들이 쉬워지는 느낌을 받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 권을 끝까지철저히

문제집 한 권을 정확히 여러 번 보자면 우선이 되어야 할 일은 일단 한 권을 끝까지, 꼼꼼히 보는 것입니다. 시작한 문제집 한 권은 끝까지 풀어서 전체 내용을 다 내 것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합시다. 그러자면 전략적으로 얇은 문제집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수학 외의 다른 과목 문제를 다룰 때는 객관식 문제 한 문항의 5개 선지 모두가 나에게 정보를 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문제를 풀다 보면 각 선지를 다 알아서 맞았다기보다는 2개 정도의 확실한 것으로 압축해서, 몇 가지 단서를 통해 영 아닌 것을 제외함으로써 답을 찾아낼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맞았다고 그냥 지나간다면 각 선지들이 주는 정보들은 놓치는 것이 됩니다. 각 선지를 올바르게 고치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어떤 지식이 부족했기에 나는 2개의 선지 중에 고민할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해 보고, 교과서를 뒤적여서 관련 정보를 분명히 짚고 넘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초등 문제집의 질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문제집을 공부할 때는 조금 어렵거나 지루하다고 책을 자꾸 바꾸기보다는, 빠짐없이 끝까지 푸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학원에서 문제집을 지정해 주어서 푸는 것이라 하더라도 ‘시켜서 하루 두 장씩 푼다.’가 아니라 ‘2장씩 해서 한 달 만에 문제집을 다 푼다.’와 같이 내가 책 전체를 소화한다는 목표 의식을 가지고 매일 조금씩 문제를 풀어간다면, 책을 끝냈을 때 성취감은 물론, 문제집 한 권을 끝까지 공부하는 습관도 기를 수 있을 것입니다.


오답 노트를 정리하거나 문제집을 여러 번 보는 일은 모두 하나의 문제집 내용을 완전히 소화하기 위해서 하는 일입니다. 이렇게 한 권의 문제집을 철저히, 끝까지 풀어내면 문제집의 저자가 찾아낸 교육과정 내에서의 중요한 점을 빠짐없이 습득하게 되어, 보다 완성도 있는 공부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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