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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Apr 01. 2019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기록

그래도 인생이 살만하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들. 

취준생, 내 의지와 상관없이 현재 나에게 붙어있는 타이틀이다. 취준생이라는 타이틀은 생각보다 훨씬 더 힘겹다. 불합격이라는 고배를 마실때면, 지난 이력서, 면접의 순간을 되돌아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과거의 나를 탓하게 되고,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이 과정을 몇번이고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우울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나를 집어삼킨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다. 

더 이상 영혼없는 이력서와 자소서를 쓰고, 어찌 보면 당연한 불합격 통보를 듣고, (애초에 나조차 내가 누군지 모르는 채 쓴 이력서와 자소서가 어필이 될 리 만무하다.)자괴감에 빠지고. 이 지겨운 루틴에서 벗어나야 했다. 무작정 전공과 관련된 직장이라면 어디든 이력서를 넣고 보는 일은 그만 두기로 했다. 


일단 나를 더 알고, 사랑해줄 필요가 있다. 

그 방식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기록하는 것. 사소한 것들이라도 좋으니 일상 속에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을 기록하려 한다. 


이러한 기록을 해야겠다, 마음먹는 데 큰 동기부여를 해준 것은 연극 <내게 빛나는 모든 것>이다. 

무대에 흩뿌려진 '빛나는 것들' 리스트 중 마음에 와닿았던 목록들.  

이 연극 속 7살 아이는 엄마의 자살을 막기 위해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빛나는 것들을 하나씩 적어 내려간다. 엄마를 위해 쓴 리스트지만, 이 리스트는 아이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엄마는 결국 자살을 하고, 배우자와 이혼을 하는 등 아이의 삶에는 여러 절망적인 사건들이 꾸준히 존재하지만, 이 아이는 우울감에만 빠져 있지 않는다. 자신이 적어 두었던, 삶이 그래도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리스트가 있기 때문이다. 그 리스트를 통해 자신의 인생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살면서 여러 어려움에 마주하다 보면 왜이리 인생이 퍽퍽하기만 한걸까 싶지만, 분명 삶이라는 과정 속엔 기쁨도 존재한다. 그것을 인지하고, 내 삶을, 나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필름카메라로 소소하지만 특별한 순간들을 담아내는 것.

나의 가치관이 반영된 브랜드에 소비를 하는 것.

각종 스티커와 마스킹테이프로 다이어리를 채워 나가는 것. 

6년째 함께 사는 룸메이트와 밤새 시시콜콜한 수다를 떠는 것.


소소하지만 내 삶을 사는 것 답게 만들어주는 행복들이 너무 많다. 그것들에 대해 기록할 것이다. 

취업 준비, 거지같이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인생이 퍽퍽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자꾸 인지시켜 주기 위해서.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왜 좋아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되짚어 보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깊게 알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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