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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Hur Apr 19. 2024

아내와의 틈새 데이트 시간

일주일, 또 일주일 살아가는 부부에게 40분 짜투리 시간 데이트의 가치

내 지인들은 알겠지만, 나와 내 아내는 해외에서 꽤 바쁘게 살고 있다.  타지에서 용쓰며 정착한 뒤 우리는 꽤 바쁜 종류의 커리어를 이어왔다. 나는 일이 많은 편으로 알려진 회사에서 일이 많은 편인 직급으로 일하고 있고, 특히 생성 인공지능이 빵 터지면서 그전보다 두 배 더 바빠진 것 같다. 내 아내는 학교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했고 지금까지 Founding CEO로 바쁘게 회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 부부에게는 아이가 한 명 있다. 다행히 독립적인 편이고 알아서 잘 커주고 있어서 우리 가정이 그나마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육아는 육아다. 아니었으면 어쩔 뻔... 후덜덜....)


우리 부부는 깊은 대화를 할 만큼 충분한 시간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주로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아내, 되도록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나.  함께 저녁을 먹는 기회가 드물거니와 그마저도 아이가 중심이 돼서 대화를 (해야)하는 편이다.  주말에는 부부 둘 다 일하거나, 최소한 아내는 일한다. (그럼 난 육아와 집안일...) 아이 있는 다른 부부는 언제 깊은 대화를 하는지, 퀄리티 타임을 갖는지 궁금하다.  (좋은 방법 있으면 알려주세요.)

그런 와중에, 최근에 아내와 40분 정도 대화할 수 있는 틈을 찾았다. 내가 아이를 학교를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내 출근 시간 정도가 된다. 아내가 집에서 지하철(메트로) 역까지 걸어갈 때 같이 걸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좀 있으면 역 바로 앞 카페에서 코르타도 커피를 마신다.  아침 공기를 마시며 함께 걷고 맛있는 커피를 함께 마실 수 있고, 그 와중에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오늘은 두 가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내 꿈을 향해 내가 당장 행동에 옮겨야 할 것, 그리고 아내 회사일 관련 고민이다.  우리는 기분 좋게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대화를 했다.  아내는 스타트업 경험을 바탕으로 나에게 유용한 조언을 해주었고, 나는 아내 회사 상황과 연결되는 내 지난 스타트업 회사에서의 경험과 현재 회사 경험을 들려주었다.  집으로 돌아와 일과를 시작하는 내 기분은 분명 어제와 달랐다.

긴 휴가 한번 없이 회사생활을 9년, 10년째 해오는 우리는, 언제 갭이어를 가질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한 적이 있다.  정말 일 고민 전혀 없이, 커리어 고민 전혀 없이, 나 자신과 우리 가족만 생각하며 짧게는 1개월, 가능하면 1년 정도를 함께 보내고 싶다. 갭이어 필요하고 중요하니까. 우리 부부의 현재 상황으로서는 그런 갭이어를 기약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40분 남짓 자투리 데이트처럼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꼼꼼히 챙긴다면, 그리고 우리 모두 건강할 수 있다면 갭이어까지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일주일, 또 일주일 살아가는 40대 부부로서, 그런 평범한 부부로서의 삶도 꽤 괜찮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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