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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Hur Apr 21. 2024

예습 두 번째. 손열음 공연을 앞두고

공연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드라마 <밀회>에서 손열음이란 이름을 처음 들어본 2014년부터 그녀의 음반을 들으며 직접 연주하는 모습을 꼭 보고싶어졌다.  언젠가 그녀의 엘에이 공연 포스터를 보고 기뻐함도 잠시… 이미 공연이 끝난 후였다. 뒤늦게 발견하고 미리 공연 스케줄을 확인하지 않은 내 게으름을 자책하곤 했다.  올 해엔 럭키! 집에서 한시간 정도 떨어진 오렌지 카운티 코스타 메사 공연 정보를 보고 놓치지 않고 예약에 성공했다.


오래 기다려온 공연인 만큼 두 배 더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 요즘 예습 중이다.  연주할 곡을 여러 번 들어보고 곡 해설을 찾아보기도 한다. 지난 브런치 글, "틈틈이 예습 중. 손열음 공연을 앞두고"에서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의 배경 지식을 요약해봤다면, 이번 글에서는 손열음이란 사람 자체를 알고 싶어서 읽은 책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의 감상을 써보려 한다.


손열음의 지난 공연 후기를 보다가, 그녀의 책에 사인을 받았다는 블로그 글을 보았다.

손열음이 책을 썼어? 당장 사야겠다!


미국에 있는 탓에 한국책을 주문하면 2주 정도는 걸리기 때문에 (공연은 1주일 앞), 재빨리 ebay와 한국책 중고서점에서 검색했다. 마침 코리아타운에 있는 중고서점 알라딘에서 딱 한 권 남은 재고를 찾았고, 바로 구매했다.  그리고 그 건물 1층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첫 페이지를 열었다. 다섯 페이지 정도를 읽고 느낀 점은

와... 손열음 글 정말 잘 쓴다


1986년생이 2015년에 이 책을 발표했으니 만으로 30이 안 되는 시기에 쓴 글일 텐데… 이런 수준의 글을 쓸 수 있는 20대가 대한민국의 0.1%나 될까 싶다. 그녀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은 점은 그녀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 본인에 대한 성찰, 그동안 고민하고 공부한 음악의 폭넓은 이해과 깊이가 고스란히 보인다는 것이다.  신문에 꾸준히 기고한 글을 모았다고 하지만, 책 내용이 정말 알차다. 가볍게 쓴 글이 아니다. 술술 읽히는 매끄러운 문장력은 물론이거니와, 그녀의 솔직하면서도 겸손한 성격과 한 분야의 대가다운 마인드까지 잘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챕터 하나하나가 모두 재미있어서 오늘 저녁에 다 읽어버렸다.

공연 전에 이 책을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2015년 이후의 행보를 찾아봤는데 이 책에서 보이는 그녀다운 선택을 해왔다.  본인이 누구인지 알고, 그런 본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열린 마음으로 배우고 도전하는 진정한 음악가의 모습이다.  평창 대관령음악제에 열정적으로 참여함은 물론, 예술감독까지 맡아왔다고 (2023년 바쁜 연주일정으로 감독직을 사임할 때까지. 그녀의 고향은 강원도 원주.)  2016년에는 모차르트의 모든 곡을 좋아하는 그녀답게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네빌 메리너와 함께 녹음하고, 슈만의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답게 슈만 음반을 발매했으며, 대중과의 소통에 관심을 가지고 책까지 쓴 그 열정으로 <TV 예술무대> 진행자를 했고, 2023년에는 레이블 나이브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집을 발표했다. 이렇게 젊을 때 쓴 본인의 글이 그 뒤의 행보와 잘 이어지는 건 깊은 성찰, 행동력, 그리고 열린 마음이 모두 어우러진 결과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열정까지. 정말 멋진 사람이다.


다음 주 토요일 공연이 끝나고 나서 도착하겠지만 그녀를 집중적으로 다룬 <모노그래프 monograph No.3 손열음>도 주문했다. 광고 없이 한 인물의 이야기로만 160 페이지를 가득 채웠다 하니 구매버튼을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나 덕질이 하나 더 늘은 건 아닌지... 하지만 $20불 미만의 이런 덕질은 나쁘지 않죠?  이런 멋지고 귀감이 되는 예술인과 동시대를 살고 있음은 한국인으로서 큰 행운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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