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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시마 May 01. 2020

아프면 옛날 생각

그대 이름은 스키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은 겨울에는 칼바람의 나라지만, 캐나다는 오로라가 보일 정도라고 하니 말 다했다. 그래도 마냥 설레어지는 이유는, 여기가 스키의 천국!! 이여서 이다. 군대에 선임병들 중 한 명이 스키를 잘 타는 사람이었고, 어려서 부터 스키에 대한 선망이 있었기에 그 선임병과 스키 얘기를 할 때면 항상 가슴이 뛰었다. 밖에 나가면 바로 스키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그때부터 했고, 전역일 10월 17일에 전역하고 나서 바로 하이원에 알바 지원을 했다. 그렇게 해서 스키라는 것을 독학으로 한 시즌 배우고, 배우는 김에 스노우보드, 숏 스키, 그냥 다 배웠다. 카빙은 기본이다. 밥 먹고, 일 끝나고, 시간만 있으면 항상 슬로프로 향했으니 말 다한 거다. 타다가 사고 크게 나서 어깨 부러지고.. 그렇다.. 이렇게 어깨가 또 부러졌었다.ㅋ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한 달은 팔에 깁스하고 스키는 못 타러 갔다가, 다시 타게 되어 미친 듯이 더 탔다. 그다음 해에는 스키 패트롤로 한 시즌 보내면서 스키 자격증도 취득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스키를 미친 듯이 좋아했던 것 같다.


그리고 현재, 여기 휘슬러에 있는 거다. 그렇게 미친 듯이 스키를 좋아하는 내가 겨울 시즌이 조금 있으면 시작하는 휘슬러에.. 와.. 이게 꿈이냐?! 다운힐 바이크 타다가 어깨 다쳐서 한 달 동안 쉬게 되면서, 많이 푹 쉬었으니 이젠 다시 알바도 구해야 했다. 예전 일하던 곳들에 가서 다시 일할 수 없을지 물어보았으나, 어느 게 나의 빈자리는 다른 이들이 언제 왔는지 이미 채워져 있었고, 하는 수 없이 일자리 광고들을 다시금 훌터보기 시작하였다. 며칠 후에 휘슬러에서의 첫 룸매가 본인이 하던 일자리를 해볼 생각이 있냐고 물어봤다. Laundry 잡이였는데, 빨래 죽어라 하면서, 마른빨래 은 예쁘게 개는 그런 호텔에 있는 세탁소? 였다. 시급도 괜찮았기에 얼른 ㅇㅋ 하고 같이 저녁 약속을 잡았다. 팔도 너덜너덜 해지고, 일자리도 없는 나였지만, 일자리를 소계 해 줬으니 밥 사는 것은 당연한 거였기에, 그래서 칼질할 곳으로 장소를 잡았다. 그 친구는 이제 휘슬러에서의 워홀 생활을 마감하고 여행 좀 하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나도 언젠간 저런 날이 오겠지라고 생각하며, 그날이 오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죽어라 일하는 멋진 외노자? 가 되기로 결심을.. 쿨럭..

 

며칠 뒤 Laundry로 일이 있는 호텔로 갔고, 매니저가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몇 마디 나눠본 후, 내일부터 나오라고 했다. 다음날부터 나는 Laundry로서 일을 시작하였고, 나이 지긋한 인도인 한 명이 먼저 일을 하고 있었는데, 10년 이상 일을 해 오고 있다고 한다. 해외에서는 직업의 귀천이 없다고 하던데, 정말이다. 도시로 나가면 또 다르려나? 휘슬러는 그랬다. 이분이 참 재미있으신 분이시라, 앞날이 즐겁겠 구나! 일자리도 이제 새로 구했으니 한시름 놓였다. 그동안은 다치기 전까지 벌어 놓은 돈으로 궁핍한 생활을 해왔었는데 다시금 밥 좀 제대로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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