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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시마 Sep 27. 2023

시애틀에서 잠 못 들던 밤

친구를 만들다.

지도상으로도 거리가 그렇게 멀지는 않은 것처럼 시애틀은 생각보다 금방 도착했다. 시애틀에서 할 일 목록은 차량 정비, 스타벅스 1호점, 수잔 가족 만나기였다. 차량 정비는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2백만 원 정도의 돈을 주고 산 차였기 때문에 거대한 미국 대륙 한가운데에서 차량 고장으로 남겨진다면 캐나다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구글 맵으로 주변에 있는 카센터를 찾아보았고 찾은 리스트 중 가장 가까운 Seattle Auto Service Center(6718 Roosevelt Way NE Seattle, WA 98115)로 향했다. 사장님과 가볍게 인사를 하였고 사장님은 마침 바쁘지 않은 상태여서 차상태를 바로 확인해 주신다고 하였다. 몇십 분 지났을까? 확인을 마친 사장님이 오시더니 견적을 대략적으로 얘기해 주셨다. 수리비는 대략 $2,800. 차량 구매 가격보다 한참을 더한 예상 수리비가 나와버렸다. 예산이 그렇게 넉넉한 편이 아니라서 수리할 것들 중에서 중요한 것들만 1차적으로 간추려 달라고 요청하였다. 사장님은 잠시 고민을 하시더니 이내 수리해야 할 항목들 중에서 꼭 필요한 것들을 체크를 해주셨고, 그렇게 간추린 2차 리스트 견적 $1800이라는 금액이 나왔다. 1차 예상 수리비보다는 적었지만 여전히 큰 금액으로 인하여 한참을 고민하였다. 수리를 안 하고 수리 비용으로 넉넉하게 풍요로운 여행을 할 것인가? 아니면 잘 수리해서 차가 퍼지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 가난하게 여행을 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한참의 고민 끝에 사장님께는 2차 리스트 대로 수리를 해달라고 얘기드렸고, 사장님이 수리 기간은 총 이틀 정도 걸릴 거라고 하셨다. 속도위반 딱지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큰 금액을 낼 것을 생각하니 바로 기운이 빠져버렸고 그 상태로 차에서 필요한 물품들과 자전거를 내린 다음 남아있는 짐들은 사장님께 잘 얘기드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


빠진 기운을 다잡고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보았다. 배도 살짝 고프긴 했지만 차에서 숙박을 했던 터라 먼저 편안한 잠자리를 찾아봐야 했다. 스타벅스 1호점 근처에 있는 숙소가 좋을 것 같아 자전거를 타고 곧바로 그곳으로 이동했다. 가격을 중심으로 찾아보다가 적당한 가격대의 숙소가 눈에 보여 바로 예약했다. 잠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어느덧 배가 고파졌다. 호스텔 근처 식료품점에서 간단한 파스타 재료와 고기, 야채를 구매하고 호스텔 공용 식당에서 파스타를 만들었다. 집에서 자주 해 먹던 것이라 금방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배를 달래고 나니, 피곤한지 졸음이 쏟아져 바로 침대로 이동하여 잠시 휴식을 취했다. 차에서 자던 것과는 달리 호스텔 침대가 너무 편안해서 그럴까? 어느 센가 잠이 들어있다가 일어나 보니 1시간이 지나 있었다. 호스텔 로비에서 노트북으로 이것저것 찾아보던 중, 동양인 한 명이 눈에 띄었다. 가서 인사를 건네 보니 일본인이었고 본인도 시애틀에 잠시 들른 여행자라고 한다. 시간이 되면 저녁에 함께 놀러 나가자고 제안하자 흔쾌히 응했다. 그렇게 바로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되었고, 저녁이 되어 함께 호스텔 밖으로 나갔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넓디넓은 호수같이 보이는 바다가 있는 항구다.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여유도 있었고 한적하다. 유명한지는 모르겠지만 천천히 돌고 있는 동그라미의 관람차도 있었고 크고 작은 건물들도 주변에 많이 있다. 확실히 빅토리아의 항구와는 다른 느낌이다. 뭔가 더 넓어 보인다고 할까? 그리고 새로 사귄 친구랑 같이 있으니까 뭔가 더 즐거운 느낌도 있는 것 같다. 주변 이곳저곳을 다니며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고 좀 앉아서 쉬기도 하다가 보니 어느덧 밤이 되었다. 


스타벅스 1호점이 호스텔로 들어가는 길에 있어서 잠깐 구경하고 가자고 하고 나서, 곧바로 스타벅스로 향했다. 막상 도착해 보고 나니 외관과 내부 모두 큰 인상을 주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곳이 1호점이라는 점 때문에 직접 와서 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더 만족스러웠다. 창가 넘어 특이한 디저트들이 몇 개 보였는데,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재미있는 사진도 좀 찍고 스타벅스 1호점과 나를 담은 몇 장의 사진을 찍은 후, 우리는 곧바로 숙소로 이동했다.


자기 전 오늘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영화 한 편이 떠올랐다. 톰 행크스랑 멕 라이언 나오는 낭만적인 영화인데 주 배경지가 시애틀이다. 그래서인지 처음 와본 곳이지만 오늘 밤 시애틀이 왠지 모르게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호스텔로 돌아오면서 봤던 거리들의 배경 곳곳에도 낭만이 있었던 것 같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시애틀만의 고유하고 은은한 무언가가 오늘밤 나의 잠을 못 이루게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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