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며(3주기)
항염과 항균 작용 등 여러 질병에 좋다고 알려진 황차가 문득 생각나는 아침이다.
(故)이외수 선생님께서 생전 위암으로 고통받으실 때 기력을 회복하며 즐기셨던 차도 바로 이 황차였다. 그 차를 처음 맛보았던 순간은 선생님을 처음 뵈었을 때의 시간과 겹쳐 있다. 빨간 티와 운동화를 신은 채 다가오시던 모습, 그 붉은 인상이 지금도 또렷이 남아 있다. 앉으면 무조건 쓰고, 졸음이 기웃거리면 그제야 펜을 놓으셨던 분. 잠은 정해진 시간에 오지 않았고 쓰는 일이 먼저였던 삶.
『“쓰는 이의 고통이 읽는 이의 행복이 될 때까지.”』 그 문장처럼 선생님의 삶은 늘 독자를 향해 있었다.문학과 미술, 음악과 방송까지 경계를 허물며 창작하셨던 분. 아픔도 기쁨도, 때로는 세상의 부조리까지도
그는 말하고 나누고, 결국 이겨내려 하셨다. 그에게 창작은 곧 삶과 소통이었다.
몸이 먼저 누워야
비로소 펜이 멈춘다는 말엔
잠보다 무거운 하루가 있었다.
고통을 쓰는 것과
행복을 읽히는 일 사이엔
무언가 자꾸 사라지듯 남는 것들이 있었다
세상을 둥그렇게 굴려 보내고 싶은 어떤 진심은
스스로를 먼저 굽혀야먄 완성되는 문장이었다
그는 문장보다 오래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