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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에서 선정된 편지

훈련병들에게 읽힌 편지

by 려원

<본 편지의 내용은 지난 8월 군입대한 아들의 훈련소에서 제가 쓴 편지가 선정되어

그곳의 모든 훈련병들에게 읽힌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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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 그리고 대한민국의 아들들에게


너희가 입대한 첫날 부모의 마음은 수많은 감정으로 뒤섞여있었다. 한편으로는 걱정과 그리움이 앞서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움과 든든함이 자리한다. 이제 막 어린 티를 벗은 것 같은데 어느새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 복을 입게 될 모습은 낯설고도 웅장하기만 하다. 너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아들이라는 이름에서 이제는 대한민국의 아들이 되었음을 실감케 했다.


처음 맞는 군 생활은 낯설고 때론 버거울 것이다. 새벽이나 밤공기 구령에 맞춰야 할 숨 가쁨 함께 지내는 낯선 동료들.. 이 모든 것이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 힘겹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은 곧 소중한 추억과 우정이 되어 너희의 삶에 깊은 흔적을 남길 것이다. 훈련장에서 흘린 땀방울은 단지 고된 노동이 아니라 용기와 책임의 이름으로 반짝이는 보석 같은 시간이 될 것이야.


식탁 위 빈자리 하나가 엄마아빠의 마음을 자꾸 붙잡지만 그 자리는 너희들이 돌아올 그때까지 따스한 체온 그대로 남아 있을 거야. 문득 바람이 스치거나 계절의 꽃을 보아도 우리 아들들이 제일 먼저 떠오르게 되겠지. 그러나 우리는 그리움 속에서도 서로가 한층 더 단단해지고 더 깊이 사랑하게 하며 기다림의 시간은 우리를 더 성숙하게 만들 것이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그리고 대한민국의 아들들아

군대는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을 단단하게 다듬는 시간이기도 하다. 너희는 훈련 속에서 자기 몸과 나라를 지키는 법을 배우고 동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버티는 시간을 배울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누군가를 지켜야 하는 진짜 의미를 깨닫게 되며 이후로는 더 큰 사람이 되어 있겠지.


흐린 날에도 구름은 흘러가고 긴 장마 뒤야서 햇살은 반드시 비친다. 그 햇살은 결국 너희의 몫이 될 것이야. 걷고 있는 지금의 발자국들은 결코 헛되지 않으며 너희의 삶에 자랑스러운 한 페이지로 남게 될 것이다.


집에서, 학교에서, 거리에서, 수많은 이들이 너희를 생각하며 응원한다. 부모의 기도, 형제의 바람, 연인의 기다림, 친구의 응원까지 모두가 너희 곁에서 늘 함께 할 것이야. 비록 직접 전하지 못하는 순간이 많을지라도 그 마음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사랑하는 아들아

그리고 꽃같이 소중한 우리 대한민국의 용사들아

건강히 무탈히 서로를 지켜주며 이 시간을 지나가길 부디 바라는 마음이다. 너희의 걸음 하나가 곧 나라를 지키는 울타리이며 동시에 우리 가족을 지켜주는 든든한 방패야.


부모와 함께 자라며 곁에서 웃고 울던 너희는 이제 이 자리를 지켜내는 기둥으로 서있다. 험난한 시간을 뚫고도 봄꽃이 되듯 너희도 그렇게 엄마 아빠의 열매로 피어난 예쁘고 소중한 꽃들이란다. 그 기둥 위에서 우리 또한 다시 단단해질 것이다. 함께 성장한 한그루의 나무로 더 강한 부모로 만들어 주어서 그리고 너희가 있어서 정말 고맙다.


2025년 *월 **일 소중한 너희를 믿고 기다리고 있는 부모들의 마음으로

0중대 00번 훈련병 김**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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