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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Mar 14. 2024

가황 조용필

한밤의 음악 편지

1960년대 말. 문화방송에서 임국희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한밤의 음악 편지" 란 라디오 프로가 있었다.

라디오마저 보물단지처럼 애지중지하던 그 시절. 이미자, 백설희 등 트롯 중심인 엄마가 즐겨 듣던 노래를 뜻도 모르고 흥얼거리던 한 소년에게 엘베스프레스리니 비틀스니 나아가서 에디트 피아프에다 칸초네까지 들려주던 그 음악 프로는 미, 영, 불에다 이태리까지, 세계를 유람하는 신세계였다. 


약간은 감성적이었던 소년은 남들처럼 34개월의 군생활을 마치고 학교를 졸업하고 지금 세대는 상상하기 힘들 만큼 일에 매달리고 결혼을 하고 자식 셋을 키우고 정년을 거쳐 이렇게 지나온 길을 더듬고 있다.


당시 남자들의 책임감. 거기에다 IMF란 국가부도 사태를 견디어내느라 비틀스마저 잊고 살았던 그 세대를 남들은 도시화, 산업화 세대라 불러 주었다. 지공선사. 지하철 탈 수 있는 교통카드 발급 당시. 들었던 말!

"조금도 달리 생각 마십시오. 오늘의 우리나라를 만들어 주신 산업 역군들이십니다."

나긋한 아가씨의 말에 영혼이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퇴직! 라떼의 표현에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 갑자기 주어진 너무 많은 자유. 넘쳐 나는 시간들. 그래서 시작한 기타. 굳은 손을 원망하며 조금씩 하다 보니 내 노래 반주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찾은 감수성.

그러다 만나게 된 가수 조용필. 


아무리 바쁘게 살았어도 나훈아, 남진, 조용필을 모르는 한국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냥 그런 가수라 생각하던 조용필. 


그의 "꿈"이란 노래를 듣고 생각이 확 바뀌었다. 진정한 가황.

밥 딜런보다 노래는 더 잘하는 가수. 단 내 개인 생각.


"화려한 도시를 꿈꾸며 찾아왔네...

              

고향의 향기 들으먼서

고향의 향기 들으먼서"


굳은 손으로는 없는 리듬. 템포 빠른 락 리듬.

이 노래의 작사, 작곡자는 모른다. 아니 알 필요가 없다.

목을 조여서 절규하듯 부르는 노래. 바로 우리 세대의 노래다.

이만큼 곡을 해석할 수 있다면 바로 그의 노래다.


유튜브에서 그의 노래에 감탄하며 댓글을 읽었다.

"20대에 뉴욕으로 이민 와서 지금까지 이 노래 들으며 살았다. 감사하다."

다른 말이 필요할까! 황금만능 주의 산업 사회에서 약간은 소외감을 느끼며 그래도 꿈을 향해 달리던 우리.

이 보다 정확한 표현은 없는 듯.


산업화의 이면을 그린 황석영의 단편이 있다. 다시 읽어도 감동인 "삼포 가는 길"

이 노래를 처음 들으며 든 생각이 삼포 가는 길이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딱이란 생각!


삼포 가는 길의 마지막 대사 중

"그곳도 호텔이 들어서고 우리 아들이 도자를 몬다."

꿈의 마지막 구절

잃어버린 고향에 눈을 감고

"고향의 향기를 듣는다"


이 노래를 이렇게 절절하게 해석한 조용필!

내게 그는 진정 모든 왕을 다스리는 노래의 황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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