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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Mar 31. 2024

스스로 돌아온 셀폰

핸드폰 분실

"여보 전화! xx 씨"

"내 전화가 왜 글로 오노?"

"니 폰 이자뿟제!"

아내의 폰을 받자 들리는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

폰 여기 있는데...

아뿔싸!


여기는 경기도 성남시. 반 세기 우정의 고향 지킴이 친구의 말을 요약하면

내 폰을 주운 어떤 고마운 분이  자기에게 내 주소를 확인해서 우리 집으로 찾아온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당부하는 말.

요새 그런 사람 없다. 폰에 있는 친구 찾아서 일부러 전화하기 쉽지 않다. 섭섭지 않게 보상해라.

정신이 번쩍!


경기도로 이사 온 지 몇 년 되지 않아 길도 잘 모를 때.

집 앞의 탄천 강변에서 운동을 하다 쉬면서 스팸 전화를 받고 폰을 그 자리에 두고 온 것이다.

친구 전화받기 전에는 분실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폰이야 낡았지만 그 중요성은 너무나 잘 안다.

비록 백 원짜리 동전 들고 공중전화기 찾고 그마저도 부잣집에 전화해서 우리 집에 연락 부탁하던 세대지만 지금은 숏츠를 내 손으로 만드는 신식 할배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폰이 나 자신이라는 것쯤은 실감한다.

고마움을 표하려고 기다리는데 제복의 경찰분이 폰을 가져오셨다.  

내 주소까지만 확인하고 폰을 지구대에 가져 가신 듯. 

제복의 경찰 분은 내 고마움을 한사코 거절. 내 폰에 얽힌 추억의 즐거움은 배가!



벌써 몇 년 전의 추억담이다.

며칠 전 생일날. 새 폰을 선물 받았다. 그리고 그 폰으로 멀리 있는 손주들의 생일 축하를 받았다.

세상 참 좋다. 멀리 LA 사는 손주들과 화상 통화!

"할아버지 생일 축하해!"

우리말은 곧잘 하지만 높임말은 모르는 초등 1, 3학년 외손주들. 옆에 있는 것 같다.

새 폰으로 집 앞의 동백꽃을 찍었다. 낡은 폰보다는 몇 배 화질이 좋다.

그래도 낡은 폰에는 편리함 몇 배의 기쁨이 담겨 있다.


아내에게 신신 당부 했다.

비록 십 년 넘게 쓴 낡은 폰이지만 절대로 버리지 말고 잘 보관해 달라고.

나? 내가 보관하면 몇 달 후면 보관 장소 잊어버리는 허당!


며칠 전 신문 기사가 생각난다.

"유모차 보다 견모차가 더 팔리는 세상!"

반려 동물의 시대!


그래도 나는 믿는다.

어떻더라도 사람이다. 사람은 사람과 살아야 한다.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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