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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Apr 23. 2024

굳은살

7학년 5반의 4월

봄기운에 끌려 오늘은 체육관 대신 탄천 강변으로! 3,000보 걷기 후 공트장의 철봉 앞으로.

가벼운 몸 풀기 후 풀업 시작. 힘 주어 당기니 턱이 봉에 채 닿기도 전에 왼쪽 팔꿈치 아랫 부분이 뜨끔!

가슴도 뜨끔. 테니스도 골프도 한 적 없지만 젊은 시절 엘보 진단을 받은 경험이 있다. 그때 꽤 고생했던 기억.나이 들면 매사에 조심이 우선이다. 다시 땀이 촉촉해질 정도의 몸풀기 후 푸시업 100개. 풀업은 생략.


운동량을 좀 줄여야겠단 생각을 하며 장갑을 벗으니 실내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손가락 아랫부분에 선명히 드러나는 노란색. 굳은살이다. 손톱으로 껍질을 벗겨내며 지키지 못할 약속이지만 혼자 다짐을 한다. 턱걸이는 이제 그만. 내일 되면 또 철봉에 매달리겠지만...


굳은살이 벗겨지면 얼마나 아픔이 오래가는지 경험에 본 사람은 안다. 굳은살이 약간의 마취효과가 있어 위험한 줄 모르고 철봉에서 재주를 부리다 생살이 까지면 아프기도 하지만 새살이 돋을 때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ㅋㅋ 반 백 년도 더 전의 경험담. 


운동 후에 마시는 마지막 한 방울의 맥심 커피는 정말 달다.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주변 풍경들.

아주머니 한 분이 유모차를 끌고 가신다. 아니 유모차가 아니다. 요즘 유모차보다 많이 팔린다는 견모차다. 

아주 편히 앉아 주변을 살피는 강아지 한 마리! 정말이지 개팔자가 상팔자?

사람옷을 입고 앉아 있는 것이 강아지에게 행복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 탄천에도 유모차보다 더 많이 보이는 풍경이다.  이름하여 반려동물. 더해 요즈음은 반려식물,  반려돌이란 신조어까지. TV를 틀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프로 "나는 자연인이다." 


굳은살은  외부의 지속적인 마찰에 의해 피부가 딱딱해지는 것을 말한다.  지금 내 손의 굳은살은 철봉의 쇠봉과 손바닥의 마찰에 의해 생긴 것이다. 이것은 따뜻한 물에 푹 담갔다가 칼로 깎아내면 된다.

정말 치료가 어려운 것은 마음에 박힌 굳은살이다.  오죽하면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 것이 아니다."란 말까지 생겨 났을까.


나를 거무 알이라 부르던 친구가 있었다. 거미의 알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거무 알이 어느 지방의 사투리인지도 모르지만 그 뜻은 알고 있다. 자린고비란 뜻이다. 씀씀이 헤픈 친구의 부탁을 거절했더니 지어준 별명이다.  별명이라기보단 그냥 그 친구 혼자 하던 말이다. 거무 알이란 말을 아는 사람도 없었으니...

그 친구 결국은 직장 그만두고 떠났다. 


은퇴 후의 남아도는 것이 시간뿐인 백수가 자주 보던 TV프로. "나는 자연인이다."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거의 대부분의 자연인들이 하는 말. 바로 인간관계에서 박힌 굳은살의 이야기들이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이 혼자 사는 것도 비정상이니 남에게 상처 주는 일은 하지 말았으면 하는 내 바람!


여야 영수회담이 열린다는 소식도 있다. 요즘 정치는 상대방의 살집에 굳은살을 때려 박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제발 이번 만남을 계기로 정말 국민을 위한 정치인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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