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크 티트(페에익 팉)
얼마 전 유행어에 틀딱이란 단어가 있었다.
틀니 딱딱! 노인을 비하하는 말 중 하나.
나는 부분 틀니를 사용한 지 20년도 넘었다.
그 틀니와 영어 사용하는 손주들 사이에 얽힌 삽화 하나.
석 달간의 미국 생활 중 틀니통을 외손녀가 본 모양이다.
"할아버지 이 페익 팉이지?"
"아니 트루 티트다."
"트루 팉이 아니라 리얼 팉이다."
다음부터는 남매의 할아버지 놀리기!
"페익 팉! 페익 팉!"
나도 손녀에게 배운 영어로
"리얼 티트! 리얼 티트!"
손녀도 초등학교 1학년. 갈가지, 중강새다.
자기도 이가 없으니 별 느낌 없이 틀니를 보잔다.
손녀의 보챔에 내키지는 않지만 이 없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중강새와 틀니 필요한 노인의 이 없는 모습은 영 다른 모습이다.
다음부터는 이에 대한 놀림은 사라졌다.
유치원 다니는 손자의 놀림도 누나가 말린다. 틀니 없는 노인 치아는 영 보기 싫은 모양이다.
당연히 틀딱이란 단어는 사라져야 할 비속어다.
연휴 후의 체육관 풍경!
엘보 증세로 풀업은 생략한 채 앉은 자세의 가슴 운동.
3세트를 마친 후 거울을 보니 턱 밑에 커피가 묻었다.
나? 원래 칠칠맞은 편이다. 누가 볼세라 얼른 닦아내니 여전히 흰색이 남았다.
안경 없는 침침한 눈으로나마 자세히 보니 흰 수염이다. 흐미!
연휴라 게으름 피우며 사흘 면도를 않았다.
집에 가면 수염부터 깎아야지.
커피 한 모금하고 운동 기구를 찾으니 나 보다 젊은 분이 어시스트 치팅 머신의
도움을 받아 풀업을 하고 있다.
자존심인지 고집인지 체육관에서도 도움 없이 풀업을 했다. 결과는 엘보!
머신 위에 무릎을 대고 봉을 당겨보니 자세가 나온다. 몇 번 당기니 광배근이 뻐근하다.
도움 받는 게 운동이 더 되는 느낌이다.
당연히 팔꿈치도 덜 아프다. 지금까지는 나이 의식하지 않으려 개고집부린 거다.
부족한 힘에 억지를 부리니 자세가 흐트러져 운동이 제대로 되지 않은 거다.
몸만 상하고...
나이는 결단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내 몸에 담긴 세월이다.
덤벨의 무게를 줄였다. 모든 기구의 무게를 줄이고 운동.
아니 무게를 줄인 게 아니고 내 몸에 맞는 무게를 찾은 것이다.
1시간여의 운동 후 뜨거운 물 샤워. 온몸이 나른하다. 기분 좋은 노곤함.
연세 소리가 자연스러워지면 모든 욕심을 버리는 게 맞다.
그놈의 자존심인지 욕심인지 몸만 축난 것 같다.
내일부터는 무게 대신 횟수다.
내 인생에서 목표 세우는 일은 오늘로써 끝이다. 욕심과 목표를 버려야 하는
내 나이 일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