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에서 깨어 몸을 움직이니 갑자기 왼 종아리에 쥐가 쫙!
"악!" 아픔을 참으며 아내가 깰세라 조심조심 다리를 주물렀다.
다행히 한숨이 푹. 아픔이 가시니 어제의 무리가 생각난다.
시간 반의 라이딩이 끝나고 집 도착. 가방에서 열쇠를 찾으려니 손이 허전하다.
며칠 전부터 끼기 시작한 운동용 장갑이 없다. 두 달여를 맨손으로 달리다 무리한 라이딩에
오른쪽 발목을 삐끗한 후 몸조심한다며 착용하는 장갑이다. 몸에 익지 않았으니 어디 두고 온 것이다.
어디랄 것도 없다. 라이딩 중 물 마신 두 곳 중 하나다. 한 바퀴 더 돌아?
몸은 천근 만근이다. 일단 집으로. 냉수로 헐떡이는 숨을 달래며 생각.
내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갑이다.
팬데믹 전 미국 생활 중 딸이 아빠는 운동할 때가 가장 멋있다며 선물한 손가락 없는 운동 장갑. 나이키!
몇 년 내 손때가 묻은 딸의 사랑. 이번 미국행에도 동행. 나는 내 추억에 집착이 큰 편이다.
일단 빈 물통부터 채우고 다짐 삼아 가방끈을 조였다.
또 나가나,?.
잠깐 나갔다 술께.
두 번의 억지 자전거 타기. 돌아오면서 물 마시던 곳. 이곳은 아니다.
그런데 피곤한 기억은 이곳이란 명령을 내린다. 리플리 증후군? 잠시 둘러보고 첫 번째 쉬던 곳으로.
멀리서도 단정히 앉아 있는 장갑이 보인다. 긴장이 풀리니 피곤이 발작을 한다.
일단 물부터. 이곳에선 물이 필수품이다. 습도 낮은 더위의 탈수증 예방.
무거운 몸과 싸우며 집 도착. 벌겋게 단 얼굴에 아내가 잔소리를 뱉는다.
"폰 찾으로 갔다 오나?"
"장갑!"
"아무도 안 가간다."
"개한테는 존 장난감이다."
"하나 사마 대지."
아내의 걱정에 아내의 말로 답한다.
우리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멀쩡한 가구를 보며 아내가 한 말.
"버리마 스레기고 살라마 돈이다."
LA의 날씨는 며칠만 빛을 쬐면 이렇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