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둥버둥 발버둥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라는 책을 읽었다.
애쓰지 않아도 내 삶이 나 사진으로 온전히 살아질 수 있을것 같은 희망의 빛이 마음에 반짝반짝했다. 하루 반 정도는.
삶이란 내가 굳이 애를 써서 편안하지 않은게 아니다. 나의 일상의 민낯은 애를 쓰거나 쓰지 않거나 한 종류의 것이 아니라 오늘을 그냥 살아내려면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불편하고 고통스럽고 화나고 슬프고 지치는 것들의 뭉탱이다. 어떤 면면을 말하는지 굳이 내 숨가쁘고 빈정 상하는 일상을 떠올려 예시를 들고 싶지도 않다.
너무 애써도 삶이 숨막히겠지만, 애를 쓰지 않으면 안되는 것들이 있다. 애를 쓸수도 쓰지 않을수도 없는 복잡하고 엉킨 실타래 같은 삶의 현장에서 잠시 한발 멀어지기. 잠깐 멀어지지 않으면 나도 같이 실타래속에 파묻혀 내가 실인지 바늘인지도 모른채 서서히 잠식해 버릴테니까. 그 멀어지기를 위한 의도적인 행위. 바로 취미활동.
마침 세상의 이것저것에 관심이 다분해 해보고싶고 경험해 보고 싶은게 가득한 사람이라면 좋겠지만 난 그런 부류도 아니고 나와 내 주변의 작은 세상 외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 더더군다나 애를 쓰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나 삶의 터전인 동시에 나를 숨막히게 옥죄이는 내 작은 세상에서 벗어나 다른 세상에 관심갖는 행위를 말이다.
그래서 애써 시작했다. 취미 탐색을. 노후까지 가지고갈 반려 취미를 만들고자 하는 목표도 아니고 나의 새로은 적성을 알아보려는 것도 아니다. 운동량을 확보하기 위함, 혹은 사람을 사귀고 소통하고자 함에 초점이 있는것도 아니다. 살려고, 안그러면 내가 잠식되서 죽을 것 같으니까, 살려고 뭐든 건드려보는 발버둥이려나.
애써 하는 취미 리스트를 적어본다. 기왕이면 안해본것 하기, 무언가를 돌보는 종류는 피하기(더이상 돌봄 노동은 그만), 무용하고 유용한것 따지지 않기, 해봤다는 것 정도에 의의를 둘수있는 너무 하찮은 것 환영하기, 너무 거창해서 엄두 안나는것도 환영하기, 나와 절대로 먼 분야일 수록 두손들어 환영하기. 이미 해본적이 있거나, 현재 지속하고 있는 취미는 제외했다. 내 세상에서 딴 세상으로 다이빙 하려는 시도니까.
뜨개질
스테인드글라스 썬캐쳐 만들기
알밤따기
레진아트
그림그리기(특히 크로키)
웹소설 써보기
탁구
이모티콘 만들기
영상편집 배워서 브이로그 만들기
캘리그라피
줌바
펜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