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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Oct 24. 2023

That's what I'm saying

이효리는 이효리다

나는 한 번도 누군가를 진짜 사랑한 적이 있나?

아니면 나 자신조차도 진짜 사랑한 적이 있나?

내 필요에 의해서 말고

의지하는 거 말고

인간을 진짜 사랑하는 거 

불가능일 수도 있을 거 같아   


https://youtu.be/50o6lPVdlnQ?si=gA8dLe7SbzG-6tGB

       


좀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한 친구에게

      

나는 나 자신을 조금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아   

  

라는 고백을 했을 때 그 친구가  

    

너는 마치 인간실격의 주인공 같아 

     

라고 해서 책장 밑에 먼지 덮인 채로 꽂혀 있던 인간실격을 꺼내어 다시 읽었던 게 작년 12월이다.   

https://blog.naver.com/2gafour/222956728684   






남들에게서 “너는 행복한 거야”라는 찬사를 들어도 정작 나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며, 나는 왜 진정으로 누군가를 내 모든 것을 다 바쳐 사랑해 본 적이 없는가를 고민하며, 심지어 나는 정말 모성애가 부족한 엄마라고 항상 자책하고, 나 자신조차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 내가 누굴 사랑할 수 있겠냐며 체념하는 나이다.   

  

어제 우연히 유튜브 요정재형 채널에 나온 이효리 언니를 보다가 예전부터 종종 느꼈지만 정말 이 언니는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이라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우선 MBTI 유형도 같고, 이름의 앞 두 글자가 똑같으며,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기는 그렇지만 (이효리 스스로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체형에서도 매우 비슷한 부분이 있다.     


단지 이런 것만으로 비숫하다고 하기에는 너무 억지스럽다는 걸 나도 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효리는 나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큰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지만, 나도 내 바운더리 내에서는 어느 정도 “멋져요”, “제 롤모델이에요”, “닮고 싶어요”라는 말을 종종 들으며, 나에게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아 자신의 삶의 일정 부분이 달라졌다는 말도 들어보았다. 또, 예능에서 이효리가 털어놨던 남녀관계(연인)에 대한 에피소드들과 사고방식은 정말이지 ‘딱 나야!’ 할 정도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 이효리가 최근에 또 주옥같은 말을 남긴 것이다.   

   


나는 누군가를 진짜 사랑한 적이 있나?
나는 왜 나조차도 진짜 사랑하지 않나?  


   

예전에 한동안 자기고백적인 내용이 가득 담긴 여성 작가들의 에세이를 여러 편 읽으면서 생각한 적이 있다. 나는 언제쯤 내 밑바닥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을까? 그 시기에 모닝 페이지(아침에 30분 일찍 일어나 떠오르는 생각들을 노트에 마구 쏟아내기)를 하면서 내 나름대로는 나의 밑바닥을 마주했지만, 그 노트는 다시 나만 아는 곳에 꽁꽁 숨겨둔 상태이다. 그 후로 바빠지면서 자기고백은커녕 책리뷰도 못 올리고 있는 요즘이다.    

 

아무튼 이효리 언니가 저 말을 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와 진짜 솔직하다’였고, 두 번째 든 생각은 ‘언니 나도 그래요!’였고, 마지막으로는 ‘어머, 이건 좋은 글감이야’였다.     



나는 한 번도 누군가를 나 자신조차도 사랑한 적이 없다. 

나의 꿈은 인간을 진짜 사랑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는 말을 연어렌틸샐러드를 먹으며 툭 던지다니.      



오늘 오랜만에 대학원 동기들을 만났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지만 그래도 나보다 2~3살 어린 동생들 앞에서 나는 어김없이 멋지고 쿨한 언니 역할을 했다. 그런 모습 또한 나인 것은 맞지만, 여전히 나는 그들에게 진짜 하고 싶은 말은 하지 않고, 어쩌면 그들이 나에게 바라는 모습에 맞는 말만 하고 온 것 같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동성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즐겁지가 않아 졌다. 


그렇다고 이성 친구들을 만난다고 달라질까. 글쎄, 아직까지는 그런 것 같아서 조금 더 만나보려 한다.      

나도 이효리처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나의 고백을 들어줄 이성 친구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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