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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Nov 06. 2023

눌변

2018년 12월 7일의 나



이 책을 읽으며 함께 읽고 있었던 책이 니체의 ⌜우상의 황혼⌟과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나에게 잔뜩 인상을 쓴 어른들 사이에 낀 순진한 어린아이처럼 느껴졌다. 처음 보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아는 사람이 나타나 어색함을 깨뜨려주는 느낌이었다.


책의 ‘수준’이라는 것은 절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누구도 이 세상의 책을 모두 다 읽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며, 책을 읽는 그 순간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같은 책이어도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비슷한 시기에 어떤 책을 읽었느냐에 따라 그 책이 주는 울림이 상대적으로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에게 이 책은 어려운 책들을 읽는 가운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주었고, 그 여유 속에서도 배울 점이 있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아이를 키우는 즐거움, 독특한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타인과 부드럽게 어울리기, 여백, 홀로 있음, 공감, 성숙, 너그러움, 타자에 대한 상상력, 유연성, 차이,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호의, 해학, 분위기 파악, 듣는 사람의 심경을 헤아리는 직관, 자신을 객관화하고 상대화하기, 침묵은 경청의 이면, 허물을 솔직하게 인정하기, 신뢰와 친밀감, 모호한 영역을 끌어안을 수 있는 인내심, 열린 마음, 타인과 깊이 연결되는 충만함, 너그러운 무관심을 보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 알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 타인의 곤경에 대한 감수성”


다시 내용을 죽 훑어보니 내가 평소에 마음에 새겨놓고 틈틈이 꺼내보는 단어와 표현들이 가득하다. 그와 관련된 내용으로 자신만의 경험과 생각을 담아 느릿느릿 조심조심 말하는 작가의 진심이 느껴진다. 내가 꼭 세상에서 정해놓은 기준에 들어맞는 무엇이 아니더라도, 그냥 나만의 경험과 생각을 조금씩 풀어내고 그 조각들을 모아서 작은 퍼즐부터 완성시켜 봐야겠다는 의지가 불끈 샘솟는다. 30피스로 시작한 퍼즐이 100피스, 500피스, 1000피스가 되지 말란 법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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