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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Jul 10. 2024

161104-06

두 개의 거울


중앙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오른쪽 끝의 여자화장실로 가는데 평소와 달리 사람들이 몇 명 있고 화장실 입구에는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었다. 누구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이 이미 학생들이 하는 말을 통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오늘 아침에 이곳에서 여학생이 죽은 채로 발견되었고, 최초 발견자는 청소 아주머니라고.       

 


청소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한 번도 밤에 잠이 안 들어 뒤척인 적이 없었다. 새벽 5시라는 기상 시간 때문이기도 하지만 출근하면 하루에 거의 10시간 이상 육체노동을 하기 때문에 잠이 안 올 수가 없다.


그런데 그 학생의 핸드폰 속 사진에 신경이 쓰여 잠이 들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자꾸만 큰 거울 속에 비춰졌던 나의 흉측한 몰골이 떠오르거나 아니면 자신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그 학생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서 눈을 뜨고 있으면 어떻게 딱 내가 나오는 그 타이밍에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동안에도 거울 속 자신을 보는척하며 실제로는 창고 문을 아니면 그 너머를 보고 있었던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이미 그 학생에게 창고에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잠을 자고 옷을 갈아입고 거울 앞에서 여배우의 모습을 흉내 내던 나의 모습을 다 들킨 것만 같았다.


몸은 피곤한데 잠은 안 드는 그래서 몽롱한 나의 머릿속에서 그 학생은 이미 문 너머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 되어 있었다. 창고를 개인공간으로 쓰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증거를 남기기 위해 내가 나오는 그 순간에 사진을 찍은 것이었다. 창고에 가득 차 있는 물건은 치우면 그만이었지만 그 사진이 문제였다. 학생의 핸드폰에 있는 사진을 지워야 했다.


내일 출근해서 그 학생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름도 과도 학년도 모르는데 어떻게 찾지? 그저 얼굴만 알 뿐인데.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5층 여자화장실에 그 학생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목표가 명확해지자 말똥 했던 정신이 약간 느슨해지면서 잠이 든 것 같았다. 생각의 연장으로 잠 속에서 꾼 꿈에 그 학생이 등장했다. 핸드폰에 찍힌 사진을 지워달라고 하자 싫다고 했다. 그 사진을 지우기 싫다고 하는 반응은 예상을 못했기에 당황스러웠다. 나도 모르게 학생이 쥐고 있던 핸드폰으로 손을 뻗었다. 학생은 핸드폰을 뺏기지 않으려고 손을 뒤로 돌리고 나는 그 학생에게 더 다가가고 그러다 그만 그 학생이 미끄러져 화장실 바닥에 넘어지는 순간 알람이 울려 잠에서 깼다.


출근하자마자 5층으로 갔다. 우선 창고 안에 있는 개인 물건들 중 일부를 다른 직원들이 나오기 전에 1층 관리실 안 휴게실로 옮겨 놓아야 했다. 창고 앞에 섰는데 문이 조금 열려 있는 것이 이상했다. 생각해 보니 어제 교직원이 나가고 바닥의 물을 닦아내고 황급히 그곳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던 것 같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너무 놀라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어제 그 학생이 내가 꿈속에서 보았던 넘어졌던 그 자세 그대로 창고 바닥에 누워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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