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프 머더
퇴원 후 집으로 돌아와서도 한동안은 방송국 등에서 전화가 왔었다. 비보이로서 최고의 화려한 생활을 하던 그의 사고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소재였다. 핸드폰 번호를 없애고 집전화도 없애고 찾아와도 문을 열어주지 않자 사람들의 관심은 어느새 사그라졌다. 집 앞에 팬들이 놓고 가던 선물들도 사라져 갔다. 하지만 레옹은 그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찾아왔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사진 한 장을 들고 왔다.
“누가 이걸 우편함에 넣어놓고 갔네.”
유치원 학예발표회에서 바퀴 달린 신발을 신고 공연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었다. 엄마는 그때 일하느라 오지 못했었기에 단독 공연 후 바로 합창 순서가 있어 단체복을 입고 모자를 쓰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그 사진은 아빠가 찍은 것이었다. 그는 그때 아빠가 왔었다는 것을 몰랐지만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 사진과 함께 아빠가 처음으로 보낸 편지를 보고.
처음부터 엄마하고만 살았던 것은 아니다. 선명하진 않지만 아주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는 아빠, 엄마와 함께 작은 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따뜻한 방에 모여 앉아 티비를 보고, 어린이날이나 생일날에는 오른손은 아빠 손을 왼손은 엄마 손을 잡고 함께 길을 걸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의 기억 속 아빠의 마지막 모습은 7살 생일날 자신에게 박스를 내밀며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표정을 짓던 모습이다. 아빠의 표정을 오래 보고 있기가 힘들어 바로 박스를 열어본 그는 안에 들어있던 물건에 금세 마음을 뺏겨 아빠가 돌아서서 문을 열고 나가는 모습을 건성으로 보았다. 그게 마지막일 줄 알았으면 좀 더 눈에 담아두는 건대.
7살 생일에 아빠가 준 선물은 바로 바퀴 달린 운동화였다. 어린 시절부터 또래보다 키도 크고 발도 크고 운동신경이 좋았던 그는 초등학교 2~3학년 형들이 신고 다니던 바퀴 달린 신발을 처음 신자마자 능숙하게 다루었다.
엄마는 그가 그 신발을 신고 다니는 걸 싫어했다. 위험하니까. 하지만 어린 마음에 그 신발을 신고 있어야 아빠가 멀리 서라도 알아볼 것 같았는지 그는 더 악착같이 그 신발만 신었다. 신발을 신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의 묘기는 늘어갔고 엄마의 한숨은 깊어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