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의 위치관계와 같은 인간관계

by 나우히어


https://blog.naver.com/2gafour/222625215816


중학교 1학년 2학기 수학 1단원 기본도형에 위치관계라는 내용이 나온다.


위치관계는 크게 평면에서의 위치관계와 공간에서의 위치관계로 나뉘고 평면에서의 위치관계 안에 두 직선의 위치관계가 나온다. 두 직선의 위치관계는 크게 세 가지이다. 한 점에서 만나거나, 일치하거나, 평행하거나.


지난 글에서 내가 수학을 좋아하는 이유를 두 가지 말했는데(아무리 어려운 문제여도 답이 있어서, 개념들의 정의가 명확해서), 여기 세 번째 이유를 추가해야 겠다. 내용을 구조화할 수 있어서.


아무튼, 오늘은 두 직선의 위치관계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연관 지어 설명해보려고 한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면서 이런 식의 접근을 꽤 여러 번 써먹었던 것 같다. 특히 평행한 두 직선 또는 두 평면을 설명할 때는 거의 매번 비유를 했던 것 같다. 잘 맞지 않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표현할 때, 또는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대화를 할 때 “평행선을 달리다”라고 표현한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조금 말이 통하는 학생들과는 관련하여 더 깊은 대화를 이어나가기도 했었다.


한 점에서 만나는 인간관계.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내 인생에서도 한 점에서 만났다가 그대로 멀어졌던 사람들이 꽤나 있다. 그중에는 만났을 때 생기는 점이 꽤 진해 지거나 커지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멀어진 사람도 있고, 정말 눈을 크게 뜨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찾지 못할 정도의 옅은 점만 남기고 멀어진 사람도 있다. 그래도 어쨌거나 그 사람들은 나와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이니 다 소중하다. 현재를 기준으로 하면 만난 것도 멀어진 것도 이미 과거형이 되어버렸지만, 앞으로도 만났다가 멀어질 사람들이 있을 테니 어쩌면 숫자로 따지면 이 범주 안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내 인생을 돌이켜봤을 때 제일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두 직선의 위치관계로는 설명이 안되지만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범위를 넓힌다면 멀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다시 만났다가 또 멀어지는 관계도 있어 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사실 아직 머릿속에서 다 정리가 되지는 않았지만 다음에 다른 글에서 다양한 그래프와 직선의 위치관계를 나의 인간관계와 연관 지어 정리해볼 계획이다. 일차함수, 이차함수, 삼차함수, 지수함수, 로그함수, 삼각함수 같은 연속함수 말고도 불연속함수(예: 유리함수, 가우스함수 등)까지 등장시키면 내용적으로나 시각적으로나 아주 다이내믹한 글이 될 것도 같다.


가우스 함수의 그래프


일치하는 인간관계는 엄밀히 말하면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제 내 글에 자주 등장하는 학생이 수업 시간에 “엄마와 저는 한 몸이에요. 똑같아요.”라는 말을 했었다. 반항기가 이미 시작된 초6 남학생이라 최근 들어 유독 엄마와 갈등하는 모습을 봐왔는데 오랜만에 꽁냥꽁냥한 표현을 하는 것이 기특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대화를 좀 이어가 보았다. 나도 자기 또래의 딸이 있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학생이라, “선생님도 딸이랑 똑같잖아요,”라고 말하길래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딸이랑 나는 성격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잘하는 것도 달라. 그리고 딸이 나의 유전자의 많은 부분을 물려받은 건 사실이지만 나와 똑같을 수는 없어.”라고 굳이 논리적으로 설명을 하였다. (이럴 때 보면 나는 F가 아니라 T인 것 같다.)


어쨌든 모든 것이 딱 들어맞는 인간관계는 거의 없겠지만 그래도 많은 부분이 일치하는 사람들은 종종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럴 때 느끼는 감정은 참 말로 설명하기 쉽지 않다. 나 같은 경우,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오래전부터 어차피 나를 백 퍼센트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나의 아주 일부분이라도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부분만 가지고도 그 사람과 즐겁게 대화하거나 감정을 나누거나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여겨왔다. 그래서 나라는 선을 구부려가면서 A를 만나면 a부터 b까지를 일치시키고 B를 만나면 다시 c부터 d까지를 일치시켜가며 그 순간에 집중하는 인간관계를 추구하는 편이다. 마치 꺾은선 그래프처럼.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나를 잘 구부려야 하고, 나만큼은 아니지만 상대방도 함께 구부려줄 줄 알아야 함께 하는 시간이 오래갈 수 있다. 구부릴 수 있음은 유연성, 적응력, 겸손함, 열린 마음 등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꺾은선 그래프


평행한 인간관계는 최근에 정확히 찾았었다. 바로 나의 아버지와 남편. MBTI 유형이 완전히 반대였다. INTJ와 ESFP. 우리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결과를 보고 손뼉을 탁 쳤었다. 괜히 서로 불편해할까 봐 “원래 극과 극은 통하는 법이야.”라고 말해줬지만, 아주 가끔씩이지만 단 둘이 있을 때 과연 무슨 대화를 할까, 아니면 대화를 하기는 할까 궁금해졌다. 단 둘이 있는 경우는, 1년에 두 번 명절 때마다 부모님이 우리 집으로 역귀성을 하셨을 때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외식을 한 경우, 여자들은 걸어서 오고 남자들은 차로 귀가하는 순간이다. 우리가 걸어서 올 수 있는 거리에서부터 차로 집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5분 내외지만 진심으로 그 시간 동안 차에서 단둘이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을지 궁금하긴 하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문득 의문이 든다. 과연 직선의 위치관계(인간관계)가 이 세 가지뿐이란 말인가. 처음부터 일치는커녕 만난 적도 없고 평행한 적도 없었던 서로 아무 영향을 주고받지 않는 관계도 있지 않은가. 그 부분을 수학에서는 꼬인 위치라고 설명한다.



캬~이러니 내가 수학을 좋아할 수밖에.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다.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을 남겨두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꼬인 위치를 설명할 때 스스로 더 신이 나서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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