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와 프로페셔널의 차이
일을 맡길 때 누구에게 맡기면 마음 편하게 믿고 맡길 수 있나요? 믿을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면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럼 사람을 판단할 때 믿을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특히 처음 만난 사람이라면 어떻게 가능할까요?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그 사람에 대해서 알아가는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의 가치관, 능력, 스타일, 업무 분야 등등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하면요? 예를 들면, 인터넷에서 물품을 구매하는데 판매자가 어떤 사람인지 대화로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이 사람이라면 내가 돈을 내고 믿고 물품을 구매할 수 있겠다 판단하기 위해서요.
저라면 후기부터 찾아보겠습니다. 물건에 대한 후기는 물론이고 후기와 질문에 대한 판매자의 대응을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불만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하는지, 만족 후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반응하는지 하나하나 다 살펴보겠습니다. 후기를 남기는 것과 후기에 반응하는 것,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구매자와 판매자의 대화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는가가 대화 한 번 나누지 않은 사이임에도 이 사람을 믿을 수 있다 없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입니다.
생판 모르는 사람임에도 능력이 있고 검증된 실례가 있다면, 그럼으로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다면 그런 사람을 '전문가'라고 합니다. 전문가 하면 영어 단어로 'Professional'이라 합니다. 줄여서 '프로'라고 부릅니다. 반대되는 단어로는 'Amateur'라 합니다. 줄여서 '아마'라고 부르기도 하고, 아마추어라 부르기도 합니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저는 프로는 '자기 일에 끝까지 책임지고 일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말만 들으면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뭔가 이상합니다. 마치 '아마추어는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로 들립니다.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입니다. 아마추어라고 자기 일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일부를 보고 모두를 동일시하는 일반화의 오류입니다. 실력의 차이라 하면 그것도 애매모호합니다. 은둔 고수라고 하죠, 가끔 보면 프로보다 더 실력이 좋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만 눈에 자주 보이지 않기 때문에 프로라고 부르는 대신에 '달인'이라거나 '은둔 고수'라고 표현합니다.
수많은 기준이 있을 테고 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많이 듣기도 했습니다만 제게 가장 간단명료하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인식시켜준 말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제가 사회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 다니던 회사 사장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돈 받고 일하면 프로야. 돈 안 받고 일하면 아마추어고.' 다른 그 어떤 말보다 제 뇌리에 딱 박혀버리더군요. 후에 들어보니 사장은 프로에 대한 특별한 지론이나 신념 같은 것이 있는 게 아니었고 그저 단순히 재밌는 말로 들려서 알려준 것뿐이라고 했습니다. 재미 삼아 던진 말이 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줄은 생각도 못 했던 것 같습니다.
몇 주 전에 기회가 되어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의 현장에 방청객으로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7분이 나와서 차례대로 이야기를 나눠주셨는데, 오늘 제가 쓴 글의 주제 관련해서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 떠오릅니다. 인테리어 전문가로 활동하시는 꽤 유명한 분이셨는데, 초창기에 찾는 사람이 조금씩 늘어갈 때였다고 합니다. 그때 연예인 한 분과 계약해서 집 인테리어를 담당하게 됐는데 연예인이 강사님 보고 이렇게 얘기했다 합니다.
'저는 연기자로서, 배우로서 대한민국 1위 전문가입니다. 그리고 강사님은 인테리어 전문가시고요. 저는 연기는 잘하지만 인테리어는 모릅니다. 전문가님의 말씀을 무조건 따를 테니, 바꾸고 싶으신 것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이 문장을 듣는 순간 전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습니다.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난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 전문가다.'라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좀 만만해 보이는 분야는 주제넘게 참견하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그게 뭐가 어려워, 난 내 일이 더 어려운 것 같아.'식으로 폄하했던 것이죠. 우리 모두는 어느 분야에서 전문가입니다. 일상이던, 취미던 남들보다 잘 알고 남들보다 잘 하는 분야가 있습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난 잘난 놈이다.'하면서 주제넘게 떠들고 다녔던 것입니다.
너무 아름다운 말이었습니다. 나를 존중하면서 동시에 당신도 존중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당신을 믿고 따를 테니 전문가로서의 진정한 모습을 마음껏 펼치라는 배려로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계약으로 맺어진 관계지만 서로 이렇게 존중한다면 어느 누가 더 베풀고 뭔가 더 해주고 싶지 않을까요.
급여를 받고 일하면서 스스로 '나는 프로다.'생각했습니다. 나여서 할 수 있고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하며 열정을 불태우며 일했습니다. 이야기를 써 내려가면서 전문가와 고객의 관계로 만났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떠올랐습니다. 잊고 있었던 기억 속에 '전문가가 그렇다는데 그렇겠지요.'라 말씀하셨던 분도 계셨고, '내가 여기 전문가인데 이렇게 하는 건 아닌 것 같아.'하는 분도 계셨고, '당신 전문가 맞아?'소리를 들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각자 나름의 방식대로 전문가를 대하고 계셨습니다.
업무적인 관계로 만날 때라면 나도 전문가지만 상대도 전문가임을 인지하고 서로 존중하면 어떨까요?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찾고 그런 사람을 만났다면 그냥 그대로 그 사람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믿고 맡겨보세요. 간섭하고 부담 주고 눈치 주고 하면 될 일도 안됩니다. 우리 일할 때를 생각해보세요. 상사가 옆에서 계속 보고 있으면 신경 쓰여서 일 잘 안되잖아요. 충분히 잘 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혹시 알까요, 전문가가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믿고 배려해 준다면 전문가가 '이것만큼은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는데' 하면서 숨겨놨던 비기를 선보일지도요.
그렇게 해서 더 좋은 결과가 생긴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아니겠습니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