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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에디터 Oct 17. 2020

익숙하다고 그래도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이거 하나 쯤이야 하는 생각

운전하다 겪은 당황스러운 일


6월부터 저녁 9시부터 10시까지 수영을 배우고 있습니다. 수영장까지 거리가 걸어가기엔 멀고 자전거 타고 가기엔 애매해서 자동차를 운전해서 다니고 있는데, 수영이 끝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차에 타면 앉아서 잠깐 쉬다가 출발하곤 합니다. 그런데 항상 뭔가 아쉬운 느낌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왔다면, 걸어서 왔다면 돌아가는 길이 배로 힘들 것을 아는데 '다음번에는 자전거를 타고 와볼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늘 마음만 그렇지 단 한 번도 자전거를 타고 가본 적은 없네요.


늘 운전하고 다니다 보니 도로 위에서 다양한 모습의 운전자들을 목격합니다. 질주하거나 너무 느리게 가거나, 무법자거나 모범 운전자거나. 창밖으로 담배를 피우거나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다니는 차가 있다거나.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보입니다. 제 입장에서 보기엔 각자의 방법으로 운전을 즐기면서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최근에 수영장을 가는 길에 조금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습니다. 2차선에서 좌회전 하기 위해 방향지시등을 켜고 1차선으로 진입하고 있는데, 3차선에서 앞서가던 차량이 아무런 신호도 없이 1차선까지 가로질러 진입하는 겁니다. 그러고는 좌회전 차선으로 들어가 제 앞에서 딱 멈추었습니다. 하마터면 접촉사고로 연결될 뻔했습니다. 상대의 행동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해서 화가 나던 찰나, 앞 차량에서 비상등이 잠깐 점멸하다 꺼지는 게 보였습니다. 자기도 잘못했다는 것을 아는 듯, 그렇게나마 제게 미안하다는 신호를 보내더군요. 다행히 사고가 나진 않았고, 상대도 미안하다 하니 마음속으로 '다음부터는 그렇게 위험하게 운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 이야기하고 화를 삭였습니다.  



내 모습은 어떨까


그날 수영이 끝나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계속 그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하지 않았나, 왜 그 사람은 그렇게 무리해서 들어왔는가 등 지난 일임에도 계속 생각이 났습니다. 어쩌면 그 사람의 행동을 비난하기 위함이었을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 사람으로부터 제 모습을 반성하기 위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운전하면서 가끔 그럴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가 이동 중에 좌, 우로 이동하겠다고 후방, 전방 차량에게 알려주는 장치가 방향지시등입니다. 도로주행시험에서 방향지시등을 키지 않고 차선을 변경했을 때 꽤 큰 감점 요소인 것을 생각해보면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을 변경하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사고 과실 비율을 따질 때도 방향지시등 점등 유무도 중요한 요소기도 합니다. 그렇게 중요한 것인데, 면허 딸 때 모두 철저하게 배운 것인데 막상 도로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을 변경하는 차량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운전 경력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는 운전자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운전에 익숙해져서일까요? 아니면 오랜 경험과 지식으로 이런 경우에는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아도 주변 차량이 알아서 비켜줄 것을 알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남이 켜지 않으니 나도 켜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인 걸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제 경험으로 비추어봤을 때는, 운전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면허를 딴지 이제 막 6년이 되어갑니다. 방향지시등은 철저하게 지키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최근에 생각해보니 주변에 차량이 없거나 모두가 다 아는 좌회전 차선에 잠깐 정차하고 있을 때는 방향지시등을 켜야 하는 상황임에도 켜지 않았습니다. 면허를 딴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는 주변에 차가 없어도, 모두가 다 아는 좌회전 차선이어도 방향지시등은 꼭 켜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심지어 모두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았을 때 홀로 켜고 있기도 했고요. 도대체 왜 안 켜냐며 운전자들을 보고 운전 다시 배워야 한다고 불평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제는 제가 과거에 불평하던 운전자들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방향지시등을 키려고 철저하게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편입니다만, 가끔씩은 지키지 않는 모습도 보이곤 합니다.  



익숙하다고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운전에 나름 익숙해졌다고 '이 정도는 안 해도 괜찮지' 하는 생각에 그러는 것 같습니다. 익숙하다고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이런 것들로부터 출발한 마음을 다잡지 못하면 부정부패, 비리로 연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비약이고 과장일까요? 글쎄요.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음으로 피해를 받지 않는다면, 나한테 돌아오는 피해 즉 부정적인 피드백이 없기 때문에 지키지 않는 범위가 더 커집니다. 잘못된 일이지만 사소한 것들을 끊어내지 못해 저명인사들이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우리는 너무나도 많이 목격했습니다.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부터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는 마음가짐과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이후에야 '그러지 말걸'하고 후회하지 말고, 미리미리 예방하려고 노력하는 게 필요합니다.


차선 변경할 때 방향지시등 키지 않고 하다가 접촉사고 나서 몸과 마음, 돈, 시간 손해 보지 마시고 지킬 것 다 지키면서 안전하게 운전합시다. 운전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했네요. 익숙하다고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만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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