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이프에디터 Aug 26. 2021

시도와 시작

진짜 어려운 것은 시작이 아니라..

시도와 시작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시작이 어렵다고 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시도'가 어렵다고 합니다. 해보지 않은 일이고, 경험한 적 없는 일이니 당연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처하면 좀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그런 상태에서는 잘 될 일도, 잘 할 수 있는 일도 잘 풀리지 않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시도를 하라는 이유는, 시작을 하라는 이유는 그렇지 않으면 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무엇인가를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시작'의 의미를 무엇으로 생각하냐에 따라 쉽고 어렵고가 나뉜다고 봅니다. 완벽주의적인 관점에서 시작을 본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이 티끌 하나 오차 없이 완벽하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시작과 동시에 마무리 될 때까지 예상범위를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통제 가능한 범위 안에서 모든 일들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단순한 의미로 시작을 이야기한다면 말 그대로 시작 즉, 완벽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정말 말 그대로 출발하는 모습일겁니다. 시작을 미루는 사람들 중에서 저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면, 시작을 미루는 이유 중 하나는 완벽주의적인 성격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잘 통제할 수 없다면, 나름의 기준대로 완벽하게 일을 마무리 할 수 없다면 애초에 시작조차 하지 않겠다는 그런 마음이라서요. 



최근 이런 마음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완벽주의적 성격이 득이 될 때도 있지만, 경험상 득보다는 실이 될 때가 더 많았거든요. 꼼꼼하게 진행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일의 진행 속도가 느리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제 인생에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일이 없을 때 남는 시간을 무엇인가 활동으로 메꾸려는 시도를 할 때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이것 저것 따지다 포기해버리는 제 모습이 말입니다. 시도도 시작도 아닌 포기를 선택하는 모습이 보이는거죠.





생각보다 어렵지 않던데..



몇십년을 이렇게 살아왔으니, 이러한 성격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변하고자 하는 바를 항상 의식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성과가 있었는데, '결과야 어찌되든 일단 시작하고 보자' 마음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질러버린 아이디어를 만들어냈다는 점이죠. 공공기관에 '이 주제로 무료 특강 열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하고 제안했던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많은 것들을 얻었습니다. 예를 들면 보완사항이라던지, 제안 방법이라던지, 프로그램을 제안할 다른 곳들이 눈에 들어왔다던지 하는 일들이 생긴거죠. 게다가 이번 일로 뭔가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시도하는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배운겁니다. 한 번 경험하고 느끼고나니 다음부터는 쉬웠습니다. 공공기관 무료특강 제안건 거절을 경험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기관에 모임 모집 글을 올렸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연락이 오지 않았지만, 일단 지르고(?)보니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보입니다. 한 곳만 바라보는 좁은 시야가 좀 넓어진 느낌이라고 할까요. 요즘들어 '왜 이 생각을 못했지?' 생각이 많이 듭니다. 어떤 것들은 파편처럼, 어떤 것들은 번쩍이는 섬광처럼 다양한 형태로 제 머리에 들어왔다 사라지곤 합니다.





진짜 어려운 것은 따로 있더라.



 시도와 도전의 희열? 즐거움을 맛보고나니 적어도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선 안에서 뭔가 일을 꾸미는데 두려움이 없어졌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정말 이것저것 많이 아이디어를 만들어냈습니다. 유튜브 운영이라던지, 모임 활성화라던지, 강의라던지, 수익 파이프라인 만들기라던지 등등.. 아이디어를 만들었으니 바로 실행에 옮겨봤습니다. 그렇게 진짜 어려운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꾸준함'. 시작보다 어려운 그 녀석.


시작은 패기있고 열정넘치고 좋았으나 시도했던 모든 것들이 초기의 열정이 무색하게 작심삼일로 그쳤습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일을 저지른 것도 있지만, 금방 그 열정이 식어버렸다고 할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실패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작심삼일 그만하자고 모임을 만들어 모집한다고 홍보까지 했으면서 정작 모임을 만든 사람이 이러고 있으니까요.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분석을 해봤습니다.


일단, 동기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한순간의 열정과 치기로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던거죠. 즉 꾸준히 이어나갈 이유를 찾지 못했던 겁니다. 그래서 열정이 사그라들자마자 '귀찮은데 왜 해..' 하면서 그만두었고요. 그 다음으로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았습니다. 동기야 그렇다 쳐도, 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 정도로 여러 일을 동시에 벌렸습니다. 한번에 많은 일을 해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합리화하면서 포기했고요. 마지막으로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대부분 '재미있겠는데?' 하면서 시작했던 일들이었습니다. 이게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진짜 도움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만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저 스스로 '꾸준함'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의 조건에는 동기부여가 충분히 되어야 하고(결과물), 1~2개 정도 집중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하며, 장기적으로든 단기적으로든 저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는 일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실패를 마주하는 경험은 달갑지 않지만, 이 모든 것들이 결국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무엇을 해야 저 스스로에게 도움이 될 지, 꾸준히 할 수 있을지 모처럼 깊게 한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하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