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상냥이 May 11. 2021

그날, EP03-01화

떠오르는 아침햇살

- EP03-01화 시작합니다-


군 시설에서 만난 종희와 동현은 우리와 같이 지내기로 했다. 아이들이 지낼 공간도 마땅치 않았지만 이 아이들을 다시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우리들은 군 시설에서 챙겨 온 물건들을 어깨에 들쳐 메고 우리는 하나둘씩 대피소로 내려가고 있었다.


갑자기 박 상사가 멈춰 서며 이야기했다.



"잠깐, 뭔가 이상합니다."

"네, 네? 갑자기 무슨..."

"우리, 대피소에서 나올 때 입구를 닫아놨었는데 문이 열려있어요."

"놈들인가요?"

"모르겠습니다. 일단 내 뒤에 붙어 천천히 내려오세요."



나는 산탄총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종희와 동현에게 조용히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고는 박 상사의 뒤에 따라붙었다.


"타박, 타박."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낡은 박 상사의 전투화에 먼지가 감싸였다. 문 앞에 다 다른 나는 박 상사와 눈짓을 하고는 라이트를 켜며 안쪽으로 동시에 들어갔다.


"타탓!"



아무도 없었다. 대피소 내부는 무언가 공격을 받은 듯이 아수라장이었고 두꺼웠던 콘크리트 벽은 일부 무너진 곳도 있었다. 라이트를 돌려가며 상황을 파악하던 나는 경악했다.


"박 상사님! 저, 저기!"


박 상사는 소리치는 곳으로 총구를 겨냥했고 그곳에는 거대한 놈의 손톱자국에 날아가버린 문이 보였다. 은행 금고와도 같은 엄청난 크기의 문이 종이가 찢기듯 찢어져 있었다. 수연이 당한 것 같아 나는 수연이 묵었던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수연아!"


하지만 그 어떤 곳에서도 수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방 입구에 떨어진 수연의 신발 한 짝을 발견하고 집어 들었다.



"아, 아저씨. 여기.."


종희가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를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그곳에는 놈들에게 당한 샤비가 묻혀있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나갔을 동안 놈들의 습격이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수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요. 만약 놈들에게 당했다면 수연이의 옷은 남아있어야 하는데 흔적도 없어요. 그리고 여기 신발 한 짝을 발견했어요. 이건 수연이가 신고 있던 거예요."

"그렇다면 수연이를 납치했다는 건데 왜 그랬을까요? 지금까지는 놈들이 무조건 인간을 공격했습니다. 공격의 패턴이 바뀐 걸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수연을 어디로 데려간 걸까요?"




무언가 달라졌다. 그동안 놈들은 물폭탄에 맞고 인간이 변해버린 액체를 흡수해 가기만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샤비는 죽임을 당했고 수연은 납치해간 것 같았다. 그리고 어디로 데려갔을까. 우리는 어떻게 수연을 찾아야만 할까.


"여기에 있을 시간이 없어요. 빨리 수연을 찾아 나서야 해요."


나는 박 상사에게 이야기했다.


"생각을 좀 해 봅시다. 지금으로서는 단서도 없고 어디로 데려갔는지도 모르는 상태이니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죠."


그 말이 맞았다. 수연을 찾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나는 먼저 무너진 콘크리트 속에서 샤비를 꺼내었다. 종희와 동현이도 나를 거들었고 차가워진 샤비에게 대피소에 걸려있던 커튼 하나를 떼어내어 덮어주었다. 문득 수연이 무전기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박 상사에게 이야기했다.




"박 상사님. 수연이가 무전기 하나를 들고 있지 않을까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아까 저희가 나올 때 하나를 둔 것이 있었을 거예요. 혹시 그 무전기 GPS 기능이 될까요?"

"커플 무전기이니 될지도 몰라요."




나는 주머니에 있던 무전기를 꺼내어 들었다. 이리저리 메뉴를 눌러 기능을 확인했다.



"아! GPS 기능이 있네요! 그런데 멀리 서는 수신이 안될지도 모르지만 이걸로 대략적인 위치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일단 필요한 것들을 모두 챙겨서 나가봅시다.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필요한 것들을 챙겼다. 아이들의 가방에 식량을 최대한 챙겼고 신호탄을 챙겼다. 이미 수명을 다 해버린 방독면을 쓸모가 없어 헝겊을 덧대어 입을 가리고 아이들에게도 입을 가려줬다.


"다행히 무기는 남아있습니다. 챙길 수 있는 만큼 챙겨갑시다."

"네."



나는 소총을 집어 들었다 산탄총은 위력은 있지만 장탄수가 한계가 있고 너무 길어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웠다. 그러자 박 상사가 산탄총의 개머리판을 잘라주었다.


"이렇게 하면 한결 쉬울 것입니다. 다만 반동이 세니 조심하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산탄총을 등 뒤에 크로스로 들쳐 엎고는 소총의 멜빵을 늘여 어깨에 걸었다. 군 복무 시절에는 보지 못했던 삼 점 멜빵이었다.


"다 챙겼으면 이제 나가봅시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한번 잿빛 하늘 속으로 몸을 움직였다. 인간이 느끼는 가장 큰 공포는 자신이 만들어 내는 두려움이다. 나는 다시 한번 입을 가린 천을 질끈 묶고 박 상사의 뒤를 따랐다.







"뚜뚜뚜. 쉬익 쉬익. 뚜뚜뚜. 쉬익 쉬익"


김 소장은 박 대령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박 대령은 기계에 호흡을 의지한 채 누워만 있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진행한 작전은 실패한 것 같았고 더 이상 본부와의 교신은 어려웠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미국 본토 역시 놈들에게 넘어갔다는 소식이고 지구 상에서 놈들에게 넘어가지 않은 곳은 이곳 괌과 남극대륙뿐이라고 했다.


가까스로 목숨은 건졌지만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박 대령을 보면 자신의 잘못인 것만 같아 김 소장의 마음은 무너지기만 했다. 이젠 가족의 생사도, 군인으로서 지켜내려 했던 나라의 존재도 알 수가 없었다. 그 마음은 이곳에 근무하고 있는 많은 미군들도 마찬가지였다.



"쿠쿵! 쿠쿠쿵!"

"에에에엥!"



별안간 어디선가 큰 폭발음이 들렸고 곧이어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김 소장은 창문가로 다가가 소리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쿠쿠쿵!"

"입원해 있는 환자들 모두 옮길 준비 하고! 전투병력은 빨리 각자 맡은 구역으로 이동!"


먼발치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보였다. 폭발음은 계속 이어졌고 곧이어 전투기들이 이륙했다.



"코드 그린. 원내 모든 환자들 제2 병동으로 이동. 코드 그린."


병원 방송 스피커에서 이동을 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킴! 이동 명령이에요! 빨리 이동해야 해요!"

"지, 지금 무슨 일입니까?"

"놈들이 습격해왔어요! 군에서 모두 출동했고 우리는 제2 병동으로 이동합니다! 그러니 빨리 이동 준비하세요!"


복도로 나온 김 소장의 눈에는 누구 하나 당황하는 사람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의사들과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런 아수라장 속에서도 침착할 수 있는 것이 놀라웠다. 김 소장은 박 대령을 얼굴을 돌려 한번 바라보고는 자신의 병실로 뛰어갔다.


"어떻게든 놈들을 없애야 박 대령을 구할 수 있어."


김 소장은 자신의 군복으로 재빠르게 갈아입었다. 여기저기 헤진 공군복이지만 환자복보다는 낫겠다 싶었다. 권총을 꺼내어 탄창을 확인하고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타타타! 타타타타!"

"씨유우웅 쿠아앙!"


미군들은 상륙하려는 놈들에게 엄청난 화력을 쏟아붓고 있었다. 대전차 비행기로 유명한 A10-C기의 특유한 소리가 귀를 때렸다. 김 소장은 몸을 최대한 웅크리고 격납고 쪽으로 뛰어갔다.


"퓨퓨퓻!"

"쿠아아앙!"

"으악!"


격납고 쪽으로 뛰어가는 동안 놈들의 공격도 만만치 않았다. 정찰과 위치보고로만 사용되던 놈들의 드론은 놈들이 탑승하는 방식으로 진화된 지 오래고 이제는 드론 위에 한 마리씩 올라 타 공격까지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놈들이 쏘는 물 폭탄의 위력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었고 발사 속도 또한 현저히 빨라졌다.


"퓻퓻!"

"몽글. 부웅 탁!"


달려가던 김 소장의 눈 앞에 희한한 광경이 목격되었다. 분명 놈들이 쏜 물 폭탄이었는데 단순 폭발하던 기존의 방식과는 달랐다.


커다란 물방울 모양으로 날아온 놈의 폭탄은 사람들을 물방울 속에 가두고 "몽글"거리는 물방울 소리가 났다. 그리고는 이내 공중에 떠 올랐고 물방울 속에 갇힌 사람은 질식하여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물방울 속에 갇힌 사람은 사망한 이후 점점 투명하게 변해갔고 형채도 없이 사라지자 물방울은 터져 바닥에 쏟아져 내렸다.


"이, 이건 또 무슨.."


김 소장은 눈으로 보고도 설명이 되지 않는 모습으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놈들은 도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걸까. 외계 생명체인 걸까? 2033년인 현재 인간의 기술로도 분석해 내기 어려운 기술들을 가지고 있었다.



"퓨퓨퓻!"

"킴! 위험해!"

"쿠콰쾅!"

"윽!"

"쿠당탕!"



멀리서 넋을 놓고 바닥에 앉아있는 김 소장을 주치의였던 군의관이 달려와 밀쳐냈다. 김 소장의 주치의인 마크 대위는 미국에서 미식축구 선수로 활동한 바 있다고 했다.


"여기서 지금 무얼 하고 있어요!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잖아요!"

"아. 마크. 저거 봤어요?"

"지금 그럴 때가 아니에요! 얼른 격납고로 들어가자고요!"



마크 대위는 김 소장을 끌고 격납고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쿠아앙!"

"딸깍"


마크 대위는 격납고의 불을 켰다. 격납고 내부에 있던 아파치 헬기 한대가 눈에 들어왔다.


"킴. 아파치 몰 수 있습니까?"

"아 네, 할 수 있습니다. 오래돼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그럼 제가 보조 파일럿을 하겠습니다. 한번 해 봅시다."


"쿠와앙!!"



놈들의 공격은 점차 거세지기 시작했다. 격납고 천정이 놈들이 쏜 물 폭탄에 날아가 버렸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김 소장과 마크 대위는 아파치에 올라 헬맷을 쓰고 시동을 켰다.


"기이이이잉 투. 투. 투투 투투. 투투 투투 투."

"이제 이륙합니다."

"놈들 다 쓸어버리자고요! 킴!"



김 소장은 이내 로터를 최대치로 돌렸고 출력을 올려 기체를 들어 올렸다. 오랜만에 하는 헬기 조정이라 살짝 몸체가 기우뚱했지만 이내 감을 잡고 뚫린 격납고 천정을 통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해가 질 무렵이라 하늘은 붉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 EP03-02화에 이어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날, EP03-00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