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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냥이 May 27. 2021

그날, EP03-09화

제일 약해 보이지만 제일 강한 것.

- EP03-08화에 이음-



"그럼 조심하시고 있다가 뵙겠습니다. 수연이를 찾게 되면 꼭 무전을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조심하십시오."



박 상사는 마크와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지 몰라 더욱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하 1층은 연구 기자재가 모여있는 곳이었다. 연구원들의 사무실과 식사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지하 2층부터는 본격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지하 2층에는 넓은 방이 두 개 있었고 한 곳은 우주선 엔진에 대한 조립 등을 실험해보는 곳이다. 그리고 다른 한 곳은 엔진 모형을 제작하는 곳으로 사용되었다.


지하 3층은 화성 개발을 위한 연구와 실험이 이루어졌는데 예상되는 화성의 환경을 재현해놓고 그곳에서 식량을 재배할 수 있는 실험을 했다.


지하 4층은 재료연구실. 보통 화성에 집을 지을 재료를 연구했다. 지구에서와 같은 콘크리트나 철자재를 사용할 수 없다는 가정 하에 연구를 진행했고 특수강이나 합금강의 부식과 강도에 대해서 연구했다. 극단적인 온도차와 습도 그리고 지구와는 다른 중력에 따른 자재들의 개발을 주로 했다.


지하 5층은 연구원들의 간이 숙소와 함께 체력단련실이었다. 별다른 퇴근시간 없이 연구가 이루어지고 보안이 강한 곳이라 연구소는 직원들의 출퇴근을 철저히 관리했다.


지하 6층은 화성에서 살아갈 수 있는 식물들을 연구하는 곳이었고 지하 7층은 콘퍼런스룸을 마련해 연구원들 간의 정보 공유와 토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지하 8층과 9층은 연구소에서 가장 큰 공간으로 직접 우주로 가야 하는 우주비행사들을 훈련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마지막으로 지하 10층.


원래 목적은 화성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놓고 우주인들이 생활을 해보고 개선할 점이나 불편사항들을 체크하는 곳이었다. 적어도 그놈이 자리를 차지하기 전에는 말이다.


그리고 연구소의 뒤편은 지하 10층까지 넓고 깊게 파여있어 실제 엔진 연소를 실험할 수 있게 되어있고 발사 연습을 위한 연소 실험도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있었다.



놈들은 이 뒤편의 엔진 연소 시험장을 외부로 통하는 통로로 이용하고 있었다.



"쿵! 쿠웅!"

"그르륵, 꾹꾹 꾹."

"쿠쿠쿵!"

"다다닥!"




지하 1층에 도착하자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마치 위쪽으로 이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소리의 이동이었다. 박 상사는 지하 1층 입구에서 벽에 기대어 마크를 보고 이야기했다.



"놈들이 이동하는 것 같습니다. 이곳이 본거지가 맞는 것 같네요. 몇 층에 있을지 모르니 한층씩 빠르게 수색하며 지나가겠습니다. 조금만 저와 템포를 맞춰주십시오."

"오케이 팍. 제가 잘 서포트하겠습니다."



마크는 군 병원에서 근무하던 의사였다. 기본적인 군사 훈련과 총기 사용법에 대해서는 교육을 받았지만 실전 부분에서는 박 상사를 따라올 수가 없었다. 계급 자체도 훨씬 높았지만 지금은 따질 겨를이 없었다.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철컥. 끼이이."



지하 1층 입구 문을 천천히 열었다. 보안이 생명인 연구소라 모든 입구 문은 강철로 만들어져 있고 내부에 콘크리트를 부어 내열성과 강도까지 높였다. 그래서 문의 무게도 훨씬 무거웠다.


"이곳은 조용하네요."



복도에 나 있는 CCTV 카메라를 확인한 박 상사는 마크와 함께 내부를 수색하러 움직였다. 마크는 1번 숙소를 확인하려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팍! 저, 저게 무엇일까요?"

"음.. 저건 아무래도.."



마크가 확인한 1번 숙소의 내부에는 남자가 누워있었다. 상의가 벗겨진 상태인 남자는 배가 남산처럼 부풀어 있었고 의식은 없는 것 같았다. 피부색은 창백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살아있는 것 같았고 숨을 쉬고 있는 것 같았지만 움직임은 없었다. 더욱 의아한 것은 마치 나무줄기 같은 것들이 남자의 얼굴에 얽혀있었고 줄기는 남자의 입에 들어가 있었다.



"놈들이 번식을 하고 있는 것이지 않을까 합니다."

"네? 사람을 이용해서 놈들이 번식한다는 말인가요?"

"지금까지 오면서 저희도 놈들을 많이 처치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 대 폭격이 있었지만 놈들은 모두 사라지지 않았어요. 그리고 전 세계도 놈들의 공격에 당해낼 수 없었고요. 괌에서의 전투에서도 확인하셨지 않습니까? 계속해서 놈들이 투입되는 것을. 이곳은 아무래도 놈들의 배양소와 같은 곳일 것 같습니다."



박 상사와 마크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남수 일행에게 알리기 위해 무전을 했다.



"소장님. 박 상사입니다."

"지지직"

"소장님. 상사 박 관우. 응답 바랍니다."

"지지직"


하지만 건물 높이 차이도 있었고 벽의 두께가 너무 두꺼워 무전기는 연결되지 않았다.


"무전이 연결되지 않습니다. 일단 빨리 수색하며 수연을 찾아봅시다."

"네 그러시죠!"


마크는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박 상사에게 말했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침착한 박 상사가 이상해질 정도였다.



"그런데 팍. 어떻게 이렇게 침착합니까? 지금까지 오신 것도 대단하기도 하고 놀라지 않을 상황이 없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전 제가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해서 충실한 것일 뿐입니다."



마크 대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이마를 붙잡았다. 마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담함이었다.


"다른 방으로 이동하시죠."


박 상사는 마크와 함께 지하 1층의 다른 방들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다른 방들에도 사람들이 1번 숙소의 남자처럼 배가 불러있었고 나무줄기와 같은 것으로 얼굴이 감싸져 있었다. 하지만 지하 1층에는 수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제 이 식당입니다."

"네."


자신의 얼굴을 보며 말하는 박 상사에게 침을 꿀꺽 삼키며 마크는 메고 있던 소총을 준비했다.


"철컥. 끼이익."

"꾸르륵!"

"우당탕! 퓻퓻퓻!!"


"쾅!"


식당의 문이 열리는 순간 내부에 있던 놈들이 문쪽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박 상사는 문을 방패 삼아 기대었고 마크는 벽 쪽으로 물러나 있었다.



"마크! 총 3마리입니다! 잠시 그곳에 있으세요!"

"콰아앙!"

"퓨퓨퓻!"


"쿵쾅! 쿵쾅!"


놈들의 덩치는 중간 정도였다. 북극곰보다는 조금 더 컸고 물리적인 충격을 주는 물 폭탄을 쏘는 놈들이었다. 그중 한놈이 박 상사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쾅! 쾅!"

"윽! 마크! 놈들의 힘이 너무 강합니다! 제가 문으로 버티고 있을 테니 수류탄을!"

"네! 팍! 갑니다!"



마크는 조끼 주머니에서 세열 수류탄 하나를 꺼내어 들고 안전핀을 뽑으며 박 상사에게 달려갔다.


"파이어 인 더 홀!"

"꾸아아앙!"

"우르르릉!"

"후드드득!"



천지가 흔들리는듯한 충격이 가해졌고 놈들의 공격은 잠잠해졌다. 문을 지탱하며 버티던 박 상사도 몸에 힘을 풀며 문을 다시 열었다.


"꾸르륵!"

"퓻퓻!"


아직 한 놈이 살아있었다!


"타타탕! 타탕!"


박 상사는 몸을 날려 옆 구르기를 하고 놈에게 소통을 쏘아댔다.


"퍼퍼퍽! 꾸루룽!"


분명 몸에 총을 맞았는데 놈은 아직 멀쩡했다. 지금까지는 이런 적이 없었다.


"이놈, 총을 맞고도 무사합니다! 조심하세요!"


"퓻퓻!"

"꾸아앙!"


"윽!"

"지지직. 쿵!"

"우그극."




놈이 쏜 물 폭탄이 마크 쪽으로 날아가 터졌다. 문 뒤에 서 있던 마크는 그 충격으로 문과 함께 반대편 벽 쪽으로 끌려가 부딪쳤다. 그 힘이 얼마나 셌던지 마크와 함께 날아간 철제문은 물 폭탄을 맞은 곳이 우그러져 있었다.



"타타탕!"

"꾸으윽. 쿵!"



그때 박 상사가 달려가는 놈에게 머리를 향해 조준사격을 했고 놈은 바로 쓰러졌다. 마치 갑옷을 입는 것처럼 놈들의 몸이 두꺼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물 폭탄의 위력은 점점 더 강해졌다. 박 상사는 서둘러 마크를 일으켜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










"철컥. 끼이익"

"자, 들어갑시다. 이제 긴장해야 합니다."



김 소장은 나에게 이야기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꿀꺽 침을 한번 삼켰다. 동현이도 뒤에서 준비하고 있었다.



"아직 박 상사와 마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몇 번 무전을 시도했는데 연락이 도달하지 않습니다. CCTV 모니터로 확인했을 때에는 지하 10층까지 내려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 그럼 바로 10층까지 내려가면 되지 않을까요? 박 상사님이 그곳까지 내려갔다면 다른 층은 이미 다 확인된 뒤일 것 같아요."



나의 말을 듣고 김 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편이 나을 것 같네요. 빠른 이동을 합시다."


우리가 확인한 내부 구조는 각 층의 복도에 있는 CCTV로 본 것이 전부였다. 놈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라 더욱 움직임에 신경 써야 했다.



"동현아 내 뒤에 바짝 붙어있어야 해."

"네. 아저씨."


나는 김 소장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달리듯이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타 타탁! 타타 타탁!"

"헉. 헉. 동현이 잘 따라오고 있니?"

"네! 아저씨! 헉헉!"


아무리 내려가는 계단이라도 지하 10층까지 한 달음에 내려가기란 힘들었다. 내가 지하 4층이라는 푯말을 확인했을 그때였다!


"쿠우웅!"

"우르릉!"


건물 전체가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빠르게 내려가던 우리는 벽에 붙어 섰다.


"이, 이건 무슨 일일까요?"

"글쎄요. 이 정도로 흔들릴 위력이면.."



다시 우리는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하 10층에 다가오자 지지직거리던 무전기에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지직. 소장님! 상사 박 관우 , 지직, 입니다! 응답 바랍니다! 지직."

"박 상사! 무전이 안돼 걱정했네! 헉헉! 그런데 조금 아까 소리는 무엇인가!"

"지지직. 지금 이곳에서 놈들과 교전 중입니다! 지금 어디쯤 이십니까?"

"저쪽에 두 마리! 팍! 지직."



마크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다시 한번 폭탄 소리가 들려왔다.



"쿠우웅!"

"우루르릉!"


지하 10층에 다 다른 우리는 아까와는 다른 충격을 느꼈다. 놈들의 본거지를 직접 타격하기엔 우리 인원이 너무 적었고 무기도 충분하지 않았다. 나는 먼저 수연만 구출해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놈들에 대한 선멸은 이후 작업이었다.



"쿵! 박 상사님!"


활짝 열려있는 지하 10층 입구 문을 빠르게 통과하고 벽에 기대어 몸을 숨겼다. 거대한 크기의 지하 10층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박 상사로부터 무전이 들어왔다.



"소장님! 소장님!"



무전기에서 박 상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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