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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스콧 Jan 19. 2023

일본 여행에서 적는 스웨덴마크 여행기(1)

일본에서 적는 이유는 딱히 없다.

일본 여행에서 적는 스웨덴마크 여행기(1)


사건은 어둠 속의 한 줄기 빛처럼 갑자기 나타난다. 스웨덴 여행을 가기로 마음을 먹은 것도 그랬다. 휴가를 열흘 정도 내놓고 3일 전까지도 어디를 가고 싶은지 모르던 내게, 북유럽에 가고 싶다, 북유럽에 갈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가장 먼저 스카이스캐너를 켰다. 출발 인천 도착지 스톡홀름. 당연히 직항은 없었고, 핀에어를 통해 핀란드 헬싱키에서 1번 환승하는 왕복 루트가 있었다. ‘오케이 이게 디폴트군.’ 하지만 나는 그렇게 쉽게, 단 번에 무언가를 결정하는 인간은 아니다. 덴마크도 갈 수 있을지를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그렇게, 스톡홀름에서 코펜하겐까지 기차로 몇 시간이면 가는 걸 발견, 이번에는 코펜하겐 행 비행기를 알아본다. 이번에는 여의치가 않다. 눈을 좀 더 굴려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베를린에 갈까,라는 생각을 한다. 보니까 베를린에서 함부르크에 갔다가, 거기서 코펜하겐 가는 루트도 썩 재미있어 보인다. 심지어 기차가 배에 탄 뒤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루트. 신기하긴 한데 일정이 좀 타이트할 것 같다. 그렇게 다시 1안인 인천-헬싱키-스톡홀름 루트를 예매하기 위해 검색을 한다.


아뿔싸, 비행기 편이 그새 사라졌다. 식은땀이 흐르고 날짜를 줄여가며 아무리 검색을 해도 비행기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머리를 벽에 내리치고 싶다, 그놈의 우유부단함. 하지만 사건이 발생하기 전과 후는 같을 수가 없다. 내 머릿속 이번 휴가의 타깃은 오로지 북유럽. 그렇게 대체 항공편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대체 항공권이라고 노출된 티켓값은 왕복 130만 원. 체류 시간은 00시간. 역시 환승이 길구나, 20만 원 싸졌으니까 오히려 좋아! 를 외치며 루트를 들여다봤다.


가는 편 : 인천 – 칭다오 – 상하이(홍차오) – 상하이(푸동) – 스톡홀름
오는 편 : 스톡홀름 – 상하이(푸동) - 인천


뮈친 스케줄


내 생에 이런 연결 항공편은 처음 봤다. 미쳤다. 중국 국내선에, 버스로 공항도 바꿔야 한다고? 이걸 가야 할까? 말까?를 수없이 고민하다가, 그래 오는 편은 1번밖에 환승 안 하잖아. 일정도 딱 맞기는 하고.
그때는 어떻게 그런 머리가 돌아갔는지, 나는 마치 미지의 탐험에 나서는 것과 같은 설렘을 안고 예매를 했다.




첫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짐이라고는 배낭 하나, 항공사는 중국의 차이나 이스턴, 동방항공이었다. 동방항공이 좋다 나쁘다로 온라인상에서 왈가왈부했으나 나는 내가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쉽게 믿지 않는 편인지라 큰 걱정은 없었다. 게다가 앞으로 00시간을 함께할 항공, 내 인생 최단기간 최다비행을 할 그날이었기 때문에 더욱 믿기로 했다.


탑승 수속을 간단히 마치고 첫 번째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청도, 칭다오까지는 한 시간 반 정도. 우리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그 맥주의 원산지. 역시나 도착한 칭다오 공항은 칭따오 맥주 포스터로 가득했고, 나는 첫 번째 환승을 위해 국내선 게이트로 들어섰다. 


아주 뭐랄까 신선하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경험 그 자체였다. 귀에 백예린의 '야간 비행'을 들으며, (개인적으론 이 노래만큼 여행의 시작에 잘 어울리는 노래도 없다.) 칭다오 국내선 게이트에서 한국 여권을 내밀자 길을 잘못 든 거 아닌가 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던 그때.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아 손짓으로만 이동 경로를 알려주던 순간, 그 순간순간 모두 내가 이곳에서는 완벽한 이방인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했고 그 감정이 너무나 좋았다.


그 당시 캡쳐화면


그 당시 나는 3일에 한 번 꼴로 '섬에 가고 싶다', '동굴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대학에 입학하던 그 순간부터 취업의 그 순간까지, 놀기도 했고 열심히 살기도 했으나 중요한 순간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나와는 관계없는 외부의 압력들이 나를 제한하는 듯한 감정이 버거워 종종 우울감이 나를 지배하였고, 결국 그 우울감이 결국 내 삶의 원동력, 그니까 나를 바닥에 내려치고 다시금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될 정도로 꽤나 힘들었던 그 시기를 지나고 있던 때. 그니까 이 여행은 그때의 나의 마지막쯤에 떠나게 된 여행이었다. 


스벅은 어딜 가나 스벅


다음 상하이행 비행기를 대기하며, (참고로 칭다오, 상하이 모두 처음이었다.) 다행히도 공항 안에 스타벅스가 있어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실 수 있었다. 갈 길이 멀었던 나로서는 카페인이 시급했으니..


칭다오에서 먹는 칭다오 맥주는 물 맛이 다르다는데, 나 같은 알쓰는 첫 비행기부터 그걸 마셔버리면 나머지 기간 동안 너무 피곤할 것만 같아 참기로 했다. 중국인들 틈에서 아아를 마시는데 대각선에 어딘가 일본인 같은 분이 앉아 있었다. 그가 되게 강렬하게 기억이 남는 게, 그의 비주얼은 인셉션에 나오는 와타나베 켄이랑 비슷하게 생겨서 그런 것 같다. 그와의 작은 인연은 여기서부터가 시작.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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