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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 4.0, 토익 955.  그래도 넌 취업 안 돼!

평범한 여자 지원자의 눈물

야. 대기업 취업은 힘들 것 같다.


오후 17시경. 친오빠에게 받은 문자 메시지.

엄마는 한창 저녁 준비 중고, 난 방에서 몰래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기 시작했다.

친구들보다 늦게 시작한 취업 준비.. 남들처럼 대기업 취업이 가능할 줄 알았는데

믿고 있던 오빠마저 대기업 취업은 힘들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어려서부터 나는 항상 노력파였다. 노력해서 중간은 가는 아이.

 딱히 튀지도 뒤쳐지지도 않으면서 남들 하는 만큼은 따라가는 아이.

그래서 부모님은 나에 대한 걱정이 별로 없었다.


반대로 머리 좋은 오빠는 조금만 노력해도 좋은 결과를 내는 스타일이었다.

대학도 취업도 오빠는 항상 본인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사람이었다.

나의 정신적 멘토였던 오빠는 끔찍한 동생 사랑에 항상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취업 또한 그러했다.


1년의 재수, 1년의 휴학 그리고 1년의 교환학생으로 10학기나 돼서야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26살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있을 당시 오빠는 걱정하지 말라며 본인이 말하는 대로만 하면

취업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일부러 나를 위해  선배였던 대기업 인사 상무와 차장에게 주기적으로 전화를 드렸다.

정 취업이 힘들면 그 선배들에게 말해줄 테니 자신감 갖고 준비하라고 했다.


그런 오빠에게서 온 카톡 메시지는 너무도 절망적이었다.


워낙 노력파였던 탓에 대학생활 동안 남들보다 빨리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제일 먼저 준비했던 것은 토익 공부.

그 당시에는 생소했던 대학생 홍보대사.

각종 아르바이트와 학과 공부.

대학 3학년 때는 1년 휴학을 하고 외항사 승무원 준비를 시작했다.

어학연수보다는 일도 하고 돈도 벌면서 영어 실력을 키우고 싶었다.

(외항사는 졸업을 하지 않아도 근무가 가능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1년 동안 노력했지만 외항사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결국 아버지의 조언대로 두 달 토플 공부 후 미국 교환학생을 지원했다.


미국에서도 나의 노력은 끝나지 않았다.

모든 활동이 취업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그렇게 많은 경험을 쌓았고, 자신만만하게

 26살. 하반기 공채를 지원했다.


결과는.. 외항사 지원의 실패보다 더 참혹했다.





여자라는 이유로 서류 합격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또한 나랑 비슷한 스펙을 가진 여자 취준생의 풀(POOL)이 거의 90%에 가까웠다.

남자 지원생뿐만 아니라 수많은 스펙 좋은 여자 지원생들과의 경쟁에서 이겨야만 했다.

난 미운 오리 새끼였고, 백조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수많은 백조들 중 하나로 수렴이 되고 있었다.


평범하게 살아온 내 삶이 통째로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내가 살아온 인생 전체를 갈아엎어야지만 가능할 듯해 보였다.

내 성격 자체를 바꿔야만 했다.


나보다 학점이나 어학점수가 좋지 않은 남자 동기들은 그나마 서류 합격률이 높았고,

점차 대기업에 최종 합격을 하며 한 명씩 학교를 떠나갔다.


학점 4.0 그리고 토익 955점

수많은 경험과  대학 생활.


남들 놀 때 참고 열심히 살아왔는데

나는 그저 평범한 여대생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정신을 차려보니 오빠에게 하나의 문자 메시지가 더 와 있었다.


그래도 방법을 찾아보자


그래. 나는 쉽게 포기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노력한 것에 비해 아주 좋은 결과를 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이 성격 때문에 어디 가서 못난 취급은 받아본 적이 없었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성격을 바꿔서라도 얻어야지.


다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 내 책상 앞에 앉았다.


그.사.세, 여자로 취업하기

by Grace



*자소서 첨삭은 크몽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래 url을 확인 해 주세요

https://kmong.com/gig/307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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