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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착한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기업에서 좋아하는 여자 이미지

26살. 하반기 공채.

가장 먼저 합격했던 기업은 여자들이 가선망하는 장품 대기업이었다. 서류 합격만으로 나는 이미 그 기업의 사원이었다.


승무원 준비로 면접 경험은 많았던지라 당연히 일반기업은 바로 합격할 줄 알았다.

그러나 취업이란 것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핵심을 몰랐던 나는 1차 면접에서 보기 좋게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수 없이 원서를 넣었던 타 기업들은 모두 서류에서 불합격이었다.


공채가 끝나갈 즈음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A 보험회사 영업 인턴에 지원하였다.

A 보험회사 영업인턴 1기 모집 장면


한 달여간 영업 과정 전반과 금융 컨설팅 실무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나름 1, 2차 면접을 통과해야 했고, 교육비 100만 원이 지급되었다. 그러나 교육 1주 만에 내가 생각한 인턴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학생 또는 기졸업자를 교육시켜 보험 영업사원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중간에 그만둘까하다가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끝까지 남아있게 되었다.(이래서 가만히 있기보다는 뭐든 해봐야 하는 것 같다.)


화장품 대기업에 불합격한 이야기를 하며 꼭 가고 싶다고 했더니 교육 동기 중 한 명이 인사팀에 아는 분이 있으니 한 번 만나보라며 연락처를 넘겨주었다. 자기가 잘 말해두었으니 걱정 말라며 말이다.


현직에 있는 인사담당자라니!

드디어 뭔가 길이 보이는구나 싶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메시지를 보냈고, 기업 본사로 직접 방문하라는 답장을 받았다.


하반기 공채에 넣어서 합격했던 서류 2부를 인쇄해 투명 파일에 소중히 담아 회사로 향했다. 본사 로비에서 인사담당자를 기다리는데 왠지 곧 합격할 것 같아 가슴이 벅차올랐다.

내 회사가 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키가 훤칠한 남자 한 분이 오더니 말을 걸었다.

잠깐의 몽상에서 깨어 정신을 차리고 그분의 뒤를 따라갔다. 지나가며 마주친 회사 직원들은 대부분 훤칠하고 깨끗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왠지 나와는 다른 부류의 사람들 같아 보였다.  뭔지 모를 위화감이 느껴졌다.

벽이 투명으로 된 한 룸에 들어가 주섬주섬 준비해 온 서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인사담당자를 바라보는데..무표정의 그 모습에 갑자기 기가 죽었다.


한마디로 쫄았다.!!

내가 봐도 쫄은 게 스스로 느껴졌다.


간신히 하반기에 면접 봤던 내용을 더듬더듬  하고 자소서를 봐 달라고 했다.

그 남자 인사담당자는 몇 번 자기소개서를 들춰보더니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딱 한마디를 날려주었다.


영란씨, 회사는 착한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네?.....


"영란씨를 보면 그냥 너무 착해 보이고, 온실 속에 화초처럼 큰 것 같은 이미지예요. 사는 그런 사람을 원하지 않아요. 이력도 특별할 것 하나 없어 보이네요"


얼굴이 시뻘게졌다..


그래도 1차 면접까지 간지라 그런 독설이 날아올 것이라곤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나는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해서 자기소개서를 챙겨 도망치듯 자리에서 나와버렸다.



그 당시에는 면전에서 수치심 아닌 수치심을 줬던 그 인사담당자가 너무도 미웠다. 나를 창피하게 만들었던 그가 가끔 꿈에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취업에 성공하고 5년 간의 회사생활을 하고 보니 왜 그가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자극을 주었던 것에 지금은 감사해 한다.


그렇다.


회사는 착한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즉 한마디만 하면 울어 버릴 것 같고,

곱게 자라 툭하면 어린애처럼 굴 것 같고,

일 좀 시키면 집에 가고 싶다고 것 같은

그런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면접에서 "나는 착한 여자가 아니에요" 라는 미지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

때로는 남자처럼 드세고, 기가 세 보일 필요가 있다.

아니. 보여야만 한다.


그래야 대기업 합격 확률을 높일 수 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원만하게 근무를 할 수 있다.


면접에서 계속 불합격 통보를 받고 있는가?

본인의 이미지는 어떠한가.

착한 여자처럼 보이지는 않는.


PS. 여기서 말하는 '착한 여자'란 인성적인 면이나 성격 자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보여지는 이미지를 말하는 것이다. 비슷한 분위기의 여자 지원생들 사이에서 본인만의 색깔과 경쟁력을 갖췄을 때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그.사.세, 여자로 취업하기

by Grace


*자소서 첨삭은 크몽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래 url을 확인 해 주세요

https://kmong.com/gig/307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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