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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맘 Nov 01. 2020

균형 있는 삶

아이를 낳고 나니 많은 것이 변하였다.


20대 때는 좋다는 고가의 기초제품도 마다하지 않고 사서 피부를 가꾸고, 틈틈이 운동을 하고

핫하다는 카페나 맛집을 찾아다니고 자주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고 여행을 가고 차에는 항상 내 취향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맞벌이를 하던 때까지도 생활패턴은 그랬던 거 같다.

남편과 각자 취미생활을 즐기고 같이 여행을 다니고... 고가의 커피 한잔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소비하던 생활.


아이를 낳고 인스타, 블로그, 맘 카페를 드나들며 탐색한 육아 정보들 속에는 아이에 대한 육아 템은 끝이 없었다. 그중에서 거르고 걸러 아이 개월 수에 맞는 옷, 장난감, 생활용품을 사도

문제는 아이는 계속 계속 자란다는 것이었다.

쑥쑥 크는 아이에게 제때 필요한 것을 챙겨주고 해주는 일, 그러다 보니 외벌이 생활에서 남편과 나에 대한 소비 몫은 자연스레 줄이고 육아 지출이 커지게 되었다.


나 좋자고 간 커피숍에서 아이에게 만지지 말고 뛰지 말고 큰소리 말라고 주의 주는 나 자신이 싫다는 이유와 이 커피값 모으면 아이 장난감 하나를 더 사 줄 수 있겠다는 이유로 그 좋아하던 카페도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었다.


결혼 전에 드라마에서 엄마들이 샘플을 탈탈 털어 쓰는 장면을 보고


"왜 저렇게까지 궁상이야."


했던 내가 아이 화장품은 떨어지지 않게 여분을 항상 구비해 두면서 정작 내 화장품은 언제 떨어졌는지, 떨어졌다는 사실조차 잊고 샘플을 대충 바르고 지냈다.


아이와 외출이 늘어나면서 아이만큼은 항상 예쁘고 깔끔하게 입히기 위해 복합쇼핑몰을 돌며 발품을 팔고 인스타나 블로그 공구 때 예쁜 옷을 쟁이고 브랜드 세일 기간에 맞춰 부지런히 옷을 샀다.


그러면서 나는 임부복은 임신 때 잠깐 입으니까 아깝다는 이유로 출산 후에는 문화센터나 마트 가는 게 다인데 하면서 정작 내 옷 한 벌 사기는 망설여졌다.


혼자 낯선 지역에 이사를 온 것도 컸지만, 자연스레 조리원 동기와 문화센터에서 만난 또래 엄마들과의 교류가 늘어나며 온전히 나 자신으로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의 연락과 만남은 줄어들어갔다. 나라는 존재는 희미해지고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 위주로 모든 생활을 맞춰갔다.


아이에게 나름의 최선을 다한다는 만족감이 더 컸지만 온라인이나 주위에 아이를 키우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엄마들을 볼 때면 한 번씩은 나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지금 이 시기에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어서 택한 나의 선택이 때로는 나는 왜 이렇게 밖에 못하지, 여러 일을 거뜬히 이뤄나가는 사람을 보게 되면 나의 체력과 나의 의지에 대해 자책하고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유독 아이 컨디션이 좋지 않아 짜증을 많이 내거나 혼을 많이 내게 된 날은 어느 하나도 제대로 못해 나가고 있는 거 같아 맥이 풀리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데 나는 우울감과 짜증을 내는 일이 잦아졌다.


남편은 내가 행복해 보이지 않는 다고 했다. 뭔가를 전정 긍긍하며 잘 해내려고 안감힘을 쓰는데 나는 점점 쥐어 짤 에너지를 소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조금 더 솔직해지자, 나는 아이도 잘 키우고 싶고 나 자신도 잃고 싶지 않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나중에 원망하지 않기 위해 무작정 헌신과 인내만을 나 자신에게 강요하지 않기로 하였다.


변화는 사소한 것이었다.

가끔은 동요를 듣다가도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 아이와 같이 듣기도 하였고 아이가 밥을 먹을 때 최대한 같이 밥을 챙겨 먹으려고 했고 아이가 간식을 먹을 때면 같이 커피라도 한잔 마시며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하였다. 아이가 잠이 들면 집안일을 하고 육아정보를 검색하는 그 자투리 시간을 쪼개어 평소 내가 읽고 싶은 책 몇 페이지라도 읽어 나가는 것이었다.


그것은 아이를 소홀히 대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아이와 따로 또 같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아이는 엄마와 함께 하니 더 좋다고 표현하였고 나는 나대로 내 생활에 작은 생기가 불어넣어진 거 같아 아이에게 좀 활기찬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엄마로서 충실해야 할 삶과 나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모른 채 지나가지 않는 온전한 나로서의 삶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는 것.

육아를 하며 아이가 건강하게 커가는 속도만큼 내 몸과 마음이 지치지 않기 위해 나를 돌아봐 줄 시간도 분명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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