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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맘 Aug 29. 2021

Pen to mine

여름날, 분수대 앞에서

날씨가 내내 무더웠던 탓에 하원 후 곧장 집으로 향하던 아이가 오늘은


"엄마, 오늘은 분수대에서 놀다가 갈 거야."


라고 자기 의견을 또박또박 말했다.


제법 그늘도 지고 바람도 선선히 불어오는 덕분에 흔쾌히 우리는 아파트 분수대에 자리를 잡았다.


아이는 여기저기 다니며 개미도 구경하고 오르락내리락 쉼 없이 움직였고 나는 그런 아이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잔잔하게 고여있던 물이 이내 시원하게 솟구쳐 뿜어져 나왔다. 분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엄마, 여기 봐봐"


아이는 옆에서 까르르까르르 웃으며 박수도 치고 분수쇼를 보며 신이나 방방 뛰었다.


시원하게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를 보니 더위에 지쳐있던 몸도 며칠 내내 무기력하게 가라앉아 있던 기분도 이내 씻겨져 상쾌해지는 것만 같았다.


파란 하늘을 배경 삼아 힘차게 솟구쳐 알알히 흩어져 부서지는 물방울들은 눈이 부셨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시원함.


아이도 나도 기분이 좋아져 연신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를 한없이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내게서 물줄기 소리는 서서히 멀어지고..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게 일반적일 텐데 아래에서 위로 저렇게 솟구쳐 흐르는 인위적인 장치는 누가 개발한 것일까' 궁금증이 들었다.


실용적인 목적에서든 장식적인 목적에서든 일반적인 사고를 비틀어 멋진 설비시설을 만들었다는 거에 새삼 감탄이 일었다.


글쓰기를 하고부터 내 관심사에는 일상에 사소한 것도 놓치고 싶지 않은 영감에 대한 갈망과 욕심이 컸었나 보다.


'일상의 것을 참신하게 풀어낼 능력이 있을까'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글을 쓰고 싶다'

'누군가에게 나의 글이 공감으로 와닿게 할 수 있을까…'


"엄마, 이제 집에 가자!"


다시 눈앞에 닿을 것만 같은 물줄기와 시원한 소리가 크게 다가왔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망상은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집으로 향하는 길,


잠시 혼자 느낀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잔잔한 여운을 남겼지만…


그럼에도 여름 햇살에 시원하게 솟구치는 물줄기의 잔상과 아이의 해맑은 웃음 덕에 조금이나마 무기력했던 일상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던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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