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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맘 May 22. 2024

나는 왜 불안한가

아이를 재운 어느 밤, 마음이 심란해 글 조각조각을 끄적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엄마는 담대해진다던데 나는 반대가 되어버렸다.

나는 밤이 되면 불안이 휘몰아쳐 나의 생각을 감아 마음을 엉켜버리게 했다.


이 엉켜버린 마음을 풀기 위해 나는 왜 지금 불안할까?....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나에게 묻기 시작했다.


난임병원을 다니며 기다림 속에 맞이한 임신, 임신과정에서 대학병원을 다니며 아이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위태로움 속에서 전전긍긍하던 나날들, 아이가 생후 50일도 안되었을 때 대학병원에 입원했던 당혹감 그 뒤로도 이어진 대학병원과의 인연.. 임신 출산으로 미뤄둔 정기검사를 받던 날 암일지도 모른다는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전전긍긍하며 밤새 울었던 기억들이 있다.


살아가며 겪는 일 중, 나에게는 큰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래도 사소한 걱정거리들, 아니면 남들은 평범히 지내는 것만 같은데 나 혼자 자꾸 이겨내어야만 하는 일이 생기는 거 같아 마음이 지치는 날들...


그게 나의 불안의 이유가 될까. 아이를 낳고 그전과는 달리 지켜야 할 소중한 존재가 생겨서라고 하면 그게 나의 걱정과 불안에 대한 변명이 될까?

 잃을까 봐. 지켜내지 못할까 봐 마음고생하던 순간들이 나를 조금은 더 위축되게 만들어 버린 핑계는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또 모두가 똑같이 주어진 상황에서 나처럼 행동하지는 않겠지...'


불안은 때때로 나의 일상까지 영향을 주었고, 나의 불안이 아이에게 전염되는 거 같았다.


나는 좀 더 명쾌한 답이 필요했다.

나는 나의 불안을 끊어내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스치듯 본 영상에서

불안이라는 것을 자극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불확실성이고

이 불확실성은 사람마다 다르고 성향마다 다르겠지만 강박적인 성향일수록 불확실성을 견디기가 힘들 다는 내용이었다. 사람의 삶자체가 불확실할 수밖에 없으니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라는 조언이었다.


맞아. 육아는 변수의 연속이다! 그 상황을 매번 받아들이기가 나는 버거웠던 거 같다.

나는 충동적이거나 계획되지 않은 상황에 노출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향이었고 결혼 전의 나의 일상이나 감정은 내 선에서 어느 정도 지켜가며  해결되는 방식이었다면

육아는....'세상이 전부 너의 계획대로 너의 뜻대로만 되는 건 아니야'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 주는 나날인 이었다. 


막연했던 나의 불안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았다. 완전히 끊어낼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스멀스멀 불안이 튀어나오려고 하면 움직이는 쪽을 택했다. 청소기를 돌리든 설거지를 하든 그냥 움직였다. 마음에 잠겨 움직여지지 않기 전에, 먼저 몸을 움직이면 한결 마음도 가벼워졌다. 


그리고 지금처럼 계속 글을 쓸 것이다.

아이가 잘 크고 있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묻듯이, 나의 마음은 지금 어떤지, 괜찮은지 다독여가며 지내고 싶다.

불안을 잠깐 머물다가 갈 수 있게, 가볍게 받아 들 수 있게...


비가 온다

수많은 빗줄기가 떨어진다


생각이 난다

수많은 잡념들이 떠오른다


비가 그치고 햇살 속에

젖은 땅이 흔적 없이 마르듯


눈부신 희망 한 줄기가

수많은 불안을, 덧없는 걱정을 사라지게 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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