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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맘 May 14. 2024

글을 쓰고 싶었다.

어느 금요일 밤, 남편은 모임이 있어 늦고 아이들을 재우고 나온 거실은 난장판이었다.


그때 울리던 전화...


고등학교 친구에게 걸려서 온 전화였다.


"오늘 심이랑 술 한잔 했어. 같이 봤으면 너무 좋았을 텐데. 취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나는 네가 계속 글을 썼으면 좋겠어. 나는 니 글이 좋더라."

.

.

.

안부 전화를 묻다가 끊은 친구와의 통화는 여운이 길게 남았다.

그냥 눈물이 날 거 같았다.


원래 두 가지 일을 못하는, 멀티가 잘 안 되던 나는 육아에 전념하겠다며 나를 저 한편에 잠깐 미룬 채

엄마니까.. 모든 걸 당연히 감수해야지 하며 미련하게 꾸역꾸역 고군분투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남편도 내가 너무 전전긍긍하는 거 같다고, 너 자신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고 조언을 하기도 했다. 친한 친구는 올해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했으면 좋겠다고 내게 응원을 건네기도 했다.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보기에 나는 육아와 나 사이의 균형을 놓은 채 위태위태해 보였던 것이다.


어느 부모가 그렇지 않겠냐만은 아이들이 위주가 되어 나를 희생하는 삶. 어느 정도는 모두가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겠지만 나는 그 정도가 좀 심했던 거 같다. 과한 것은 항상 탈이 나게 되어 있다.


육아를 하며 소진되는 에너지에 반하여 내 안의 나를 위한 에너지는 어디로도 표출되지 못한 채 쌓여만 갔다. 그 무게는 되려 내게 일상의 무기력함이 되어 돌아왔다. 내 안에 무수한 생각이 넘쳐나 토해내지 않으면 나 자신이 무너질 거 같았다.


괜찮아. 조금 더 버틸 수 있어. 하지만... 나 스스로도 괜찮지 않은 날이 늘어가고 있었다.


그때 걸려온 친구의 전화는 다시금 나를 위해, 나만을 위해 무언가 해보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작은 불빛 같았다.


그래! 남편도 항상 글을 쓸 때 내가 생기 있어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꼭 글을 쓰면 좋겠다고..

옆에서 다독이며 했던 응원이 다시금 귀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부진 꿈이 새겨져 있었지만 또 그에 반해 대단한 재능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도 객관화되어 있었다. 글을 쓴다는 게... 내가 자격이 있는 걸까 항상 머뭇대었던 거 같다.


몇십 년이 넘게 고민하며 돌고 돌아 계속 마음 한편에 남겨둔 일이라면. 이제는 그냥 좀 편하게 남 눈치 안 보고 내 안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거, 정말 하고 싶은 거, 내가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거.. 좀 하고 살면 안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조차 의심하는 재능이라면 남에게 확신을 줄 수 있을까..

글도 육아도 너무 잘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즐길 수는 없을까...


생각만 하지 말고 일단 해봐야겠다. 글을 통해 내가 바뀌어야겠다. 힘을 내서 글을 쓰고 그 글을 통해 다시금 내가 힘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글이 되었든, 그림이 되었든, 운동이었든 아니면 사람들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받는 무엇이 되었든 나를 위한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엄마가 되었다는 이유로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그 뻔한 말이 이기적인 말도 소홀한 말도 아닌 것을 이제는 알 거 같다.

오르락내리락 시소를 타며 꺄르륵 웃는 아이와 나의 모습처럼.. 삶도 균형을 맞춰 가는 것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엄마도 아이도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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