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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맘 May 10. 2024

엄마는 콜라, 나는 커피

"엄마생일에는 ~ 엄마가 좋아하는 커피를 사줄게."

생일을 앞두고 아이는 나에게 생일선물로 커피를 선물하겠다고 했다.

아이가 보기에도 엄마의 하루에는 커피가 항상 있었고, 커피를 마시면 엄마의 기분이 좋아 보였나 보다.


육아를 하기 전의 나는 커피를 매일 마시는 일이 드물었고, 오후 늦게 커피를 마시면 새벽 내내 잠을 뒤척일 정도로 카페인에 약했다. 그러던 내가 육아를 시작하면서부터  한잔, 두 잔, 세잔... 하루에 마시는 커피의 양은 늘어갔다. 카페인에 약해 잠을 뒤척이던 그런 때가 있었냐고 비웃듯 밤에 커피를 마셔도 머리만 대면 코를 골고 자기 일쑤였다.


없던 힘까지 내서 집안일도 하고 피로감에 멍해질 때면 커피 한잔 허겁지겁 마시고 아이와 또 힘내서 놀았다.

나에게 커피는 나의 하루를 버티게 하는 존재였고 잠시나마 나를 위해 가질 수 있는 단 몇 분의 휴식이었다.


등원전쟁을 치르고 숨 한번 돌리고 마시는 달달한 믹스커피 한잔은 여전히 나에게 꿀 같은 휴식이고 오늘 아침도 수고했다고 오늘 하루도 힘내보자는 내가 나에게 전하는 따뜻한 응원이다.


아주 어릴 때, 국민학교 시절, 나는 조금 새침데기 소녀였다. 


어느 날은 엄마에게 

"엄마, 내 친구들이 너희 엄마는 우아하게 커피만 드실 거 같아라고 하더라. 풉, 진짜는 그게 아닌데. 

우리 엄마 콜라만 마시는데. 엄마 우리도 우아하고 고상하게 지내자~"


그 어린 나이에 나는 우습게도 엄마에게 그런 바람을 이야기했다.


몇십 년이 지난 지금, 식탁 탁자에 놓인 믹스커피 잔을 보며 그때의 세상물정 모르던 소녀가 해맑아 우습고, 아이 둘 키우며 화장도 꾸미는 것도 놓은 채 하루에 큰소리 안 치고 지나가는 날이 드문 내가 지금의 나의 나이쯤일 그때 엄마에게 참 속 모르는 이야기를 꺼낸 거 같아 새삼 미안해진다.


육아가 고상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육아는 현실이고 하루하루가 미션이 주어지는 런닝맨 같은 예능인데 어떻게 우아할 수 있겠는가.


엄마니까 강해져야 하고 엄마니까 참아야 하고 엄마니까 품어야 하는 일들... 그 모든 걸  삼키는 게 내겐 커피

였듯이 속이 답답하고 체한 기분이 들 때마다 들이키콜라가 엄마를 위로해 주던 하루의 소화제였다는 걸 지금은 말하지 않아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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