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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눅진한 브라우니 Oct 26. 2023

살구

살구 좀 드시오.


김 회장이 은심에게 강짜를 부린 것이 미안해서 손에 쥐어준 살구.


저 장면에서 특유의 너털웃음을 짓는데, 메리야스 입은 영락없는 시골 촌부의 모습이 은근 섹시해 보였다.



어제 우연찮게 또 보게 된 영화 시에서 미자가(윤정희)가 희진(죽은 여학생)의 엄마를 찾아갔던 장면에서도


살구가 나왔다.


집에 없어서 근처 농장을 찾아가는데 땅에 떨어진 살구를 본다.


미자는 하나, 둘 떨어진 살구를 줍다가 하나를 깨물어 먹는다.


그렇게 살구 하나를 손에 쥐고, 한 손엔 떠오르는 시상을 적기 위해 수첩을 들고 농장을 헤매다가


일하는 여자를 만난다.


땅에 살구가 떨어져 있길래 먹었는데 아주 맛있더라고요. ㅎㅎㅎ


원래 살구는 땅에 떨어진 것이 맛있어요. ㅎ


미자의 엉뚱하고, 순수하고, 어찌 보면 세상과 동떨어진 것 같은 일방적인 이야기에 약간


쓴웃음을 짓던 여자.


그렇게 웃으며 뒤돌아선 미자는 갑자기 현기증이 올라오는 것처럼 비틀거린다..  


그녀가 여학생의 엄마라는 사실이 그제야 깨달아진 것이었다.


살구를 사 먹어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자두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열리기 시작하는 살구를 맛있게 먹어본 기억도 많지 않다.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서 먹었다면 맛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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