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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BFirefly Mar 28. 2019

19년만의 깨달음

데카르트 농담의 새로운 이해

지금으로부터 19년 전, 그러니까 내가 열 살 때 (여기 들어있는 농담을 간파하시기 바란다) 이런 우스갯소리를 들었다.


어느날 데카르트가 파티에 갔다. 한 사람이 다가와 이리 물었다. "데카르트 교수님, 이 칵테일을 드시겠습니까? (Would you care for this cocktail?)" 데카르트는 잠시 생각한 다음 이리 말했다. "아닙니다 (I think not)." 그리고 그는 사라져 버렸다. (And he disappeared.)


이 농담은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 I think, therefore I am.)"이라고 말한 것에 근거한다. (실제로 그가 이 말을 적은 언어는 라틴어였고 해당 표현은 "Cogito ergo sum"이었다.) 이렇게 말했으니 "I think not"이라고 하면 존재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처음 이 농담을 들었을 때부터 며칠 전까지 나는 이 농담에 담긴 논리가 틀렸다고 생각했다. '나는 생각한다'를 p로, '나는 존재한다'를 q로 놓았을 때 데카르트의 주장은 'p이면 q이다'로 표현할 수 있다. 데카르트가 파티에서 말한 'I think not'은 'not p'로, 그가 사라진 것은 'not q'로 바꿀 수 있다. 이때 이 농담의 주장은 'p이면 q일 때, not p이면 not q이다'가 된다. 그런데 이는 논리적이지 않다고 나는 고등학교 때와 대학 2학년 때 들었던 논리학 수업에서 배웠다. 'p이면 q일 때 not q이면 not p이다'가 논리적으로 맞는 명제이다.


그런데 며칠 전 자리에 누워 잠을 기다리던 가운데 나는 어쩌다가 오랫만에 이 농담을 다시 떠올렸고 여기 담긴 논리를 다시 짚어보다가 이전의 내 비판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생각임을 깨달았다. 달리 말해 이 농담의 논리가 타당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타당성은 데카르트의 선언을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오직 생각하므로 나는 존재한다'로 이해할 때 성립한다. 기호를 사용해서는 '오직 p일 때 q이다'로 옮길 수 있는 주장이다. 그리고 이런 이해가 적어도 두 가지 차원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 차원은 실제로 데카르트가 이 유명한 선언을 제시한 맥락이다. 내가 줏어들은 바로는, 그가 이 선언으로써 뜻한 것은 '이 세상 만물이 과연 정말로 존재하는가를 철저하게 의심해 보았는데 이리 의심하는 내 존재 자체는 의심할 수 없었다. 내가 의심(생각)하는 것이 내가 정말로 존재함을 증거한다.'인 것이라 한다. 이런 설명을 고려할 때 과연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는 '나는 존재한다'의 유일한 전제라고 이해된다.


또 다른 차원은 데카르트의 선언의 의미배경을 모르고서도 이해할 수 있는 농담 자체의 논리(의미)형성 가능성이다. 이 농담에 포함된 논리의 틀이 'p이면 q일 때, not p이면 not q이다'라고 나는 처음에 이해했었는데, 농담에서 데카르트가 사라져버리는 순간에 'not q'뿐만 아니라 동시에 '오직 p일 때 q이다'의 의미도 생성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달리 말해, 이 마지막 순간에 이 농담은 우리에게 '이 농담은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선언을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오직 생각하므로 나는 존재한다.'로 해석한다.'라고 암시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난 다음에 나는 농담과는 별개로 이런 생각도 하게 되었다. 데카르트의 선언은 더 정확히 표현하면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존재함을 안다.'가 아니겠는가? 달리 말해, 그의 선언을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하게 된다.'라고 이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리 이해한다는 것은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없던 내가 생겨난다.'는 것인데 이는 말이 안 된다. 왜냐하면 생각할 때 이미 나는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누구인가? 위의 농담을 지어낸 사람은? 그가 누구인지 안다면 나는 내 이런 생각들을 그에게 알려주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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