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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드래곤 Dec 22. 2022

첫 학회를 참석하다

박사를 하고 처음 참석한 오프라인 학회

사실 학회에 참석한 건 7월인데, 게을러서 12월이 돼서야 쓰는 후기글


박사생으로 지내면서 한 가지 로망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학회 참석이 아닐까 한다. 기본적으로 학회, 즉 학술대회는 과학자 모임으로써 각자 연구 주제에 맞는 논문을 발표하고 친목을 다지는 곳이다. 거기에 논문을 제출하고 등제하려면 보통 발표를 필수로 하기 때문에, 외국에서 주최하는 학회에 논문을 제출하고 Accept가 된다면 외국 여행을 반 강제적으로 하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괜찮은 나라에 가게 된다면, 휴가를 앞뒤로 붙여서 발표 겸 여행까지 겸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상황이 펼쳐진다. (그것도 사비가 아닌 학교돈으로!)


그러나 나는 박사를 시작하고 1년이 지나니 바로 그 유명한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어서 여행을 갈 수가 없었다. 그래도 국제학회들은 코로나에 굴하지 않고, 학회는 진행을 하였으나 모임을 하지 못하니 온라인 학회를 진행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온라인 학회에 논문을 제출하고 집에서 컴퓨터로 발표내용을 녹화를 해서 녹화본으로 발표하는 방식으로만 참석하게 되었다.


그리고 난 개인적으로 온라인 학회가 너무너무 싫었다. 물론, 발표를 하고 내 이력서에 한 줄 추가할 논문이 생기는 건 사실이지만, 학회는 단순히 논문을 제출하고 발표하는 것뿐만 아니라 같은 분야에서 연구하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친목을 다지는 기회인데 그걸 계속 놓친다는 게 너무나도 아쉬웠다.


그러던 중에 나는 2022년 여름, 첫 오프라인 학회에 참석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사실 이번에는 내가 논문을 제출하진 않았고, 내 담당교수가 논문을 제출해서 (나는 제2 저자) 그 빌미로 따라갈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다만, 교수님이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같이 참석은 못했고, 나 혼자 가서 교수님 대신에 발표를 하게 되었지만, 아무튼 오늘은 학회에 참석한 후기를 작성해보려고 한다.


학회의 이름은 Advanced Photonics Congress 2022 으로 광소재에 관련된 학회로써, 나는 광통신분야에서도 Signal Processing in Photonic Communications (SPPCOM) 쪽으로 논문을 작성하여 학회에 기여하고 있다.


1. Maastricht, Netherlands

학회는 Maastricht, 한국어로 읽으면 마스트리흐트라는 곳에서 열렸다.  원래 린셰핑은 조그마한 린셰핑 공항이 있어서 암스테르담까지 가는 직항이 었었는데, 코로나 이후에 공항의 항공권이 어마어마하게 비싸져서 사용을 못하게 됨에 따라 다른 쪽으로 우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다. 처음 여행 계획을 짤 때까지만 해도 굉장히 쉽게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인생이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았다.


결국 내가 간 경로는

린셰핑 - (기차) - 코펜하겐 - (비행기) - 암스테르담 - (기차) - 마스트리흐트

로 구성되었다.



마스트리흐트까지는 바로 가는 직항 열차가 없어서 암스타르템에서 기차를 한번 갈아타고 가야 했다. 지도상으로 꽤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은근히 시간이 소요되어서 린셰핑에서부터 시간을 계산하면 거진 하루가 걸렸다. 그래도 도착한 마스트리흐트는 전형적인 유럽 도시의 느낌을 늘씬 풍기고 있었다.


2. 학회의 진행


학회는 마스트리흐트의 MECC라는 컨퍼런스홀에서 진행되었다. 컨퍼런스 홀에서는 총 8개의 세션으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시간대별로 각각의 세션에서 논문의 발표가 이어졌다. 당연히 모든 세션을 참석할 수 없으니 어떤 발표가 있는지 미리 스케줄로 확인하고, 듣고 싶은 세션에 참석하는 식이었다.


처음에 도착했을 때는 간단하게 등록된 이름을 확인하고, 백신을 맞았는지 체크를 한 뒤에 이름표를 나눠주었다. 그걸 항상 휴대해 달라고 하고, 가장 큰 홀에 처음으로 모여 학회의 시작과 함께 invited presentation이 시작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학회의 대부분의 내용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무리 비슷한 분야라고 할지언정 연구 분야가 너무 상이하기 때문에, 디테일한 것을 이해하는 것은 포기하고라도 아 저런 분야에서 저런 부분을 연구하는구나~ 정도만 이해해도 성공적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비슷한 signal processing에 대한 것이 나오면 연구하는 방법이 비슷하기에 여러모로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을까 같은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3. 발표 준비

발표는 원래는 내 지도교수님이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유로 참석을 못하시게 되어서 내가 대신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교수님이 슬라이드를 준비하고, 내가 그 내용을 토대로 발표하기로 얘기를 해두었다. 


사실, 발표할 논문이 내가 작업을 하긴 했지만, 이론적인 부분을 내가 생각해낸 것이 아니기에 조금 공부해야 할 게 많았다. 미리미리 읽어보고 준비했으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내가 이런 걸 발표하게 될 줄 누가 알았나... 그래도 발표는 학회 마지막날이라서 준비할 시간이 있었기에, 나는 학회의 일정이 끝나면 바로 호텔로 돌아가서 발표준비를 했다. 교수님과 화상 통화를 하면서 내가 모르는 부분이나, 꼭 언급해야 할 내용들을 체크했고, 파워포인트에 부족한 부분이나 틀린 내용을 같이 검토했다.


원래라면, 남는 시간에 도시 관광을 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거나 했어야 하는데, 그런 걸 못하는 게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내가 발표를 하게 된다면 그것도 하나의 큰 경험이라 생각해서 열심히 준비했다. 또한, 처음 오프라인에서 발표를 하는 것이라서 걱정이 많이 되고 긴장이 될 거 같아서 더 열심히 스크립트를 짜고 미리 혼자 연습을 해보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온라인 컨퍼런스로 참석해서 발표할 때는 내가 실수하면 그냥 동영상을 삭제하고 다시 촬영해도 됐었지만, 라이브로 발표하면 실수한 멘트를 다시 주울 수 없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했던 거 같다.


그렇게 나의 첫 오프라인 학회 발표가 진행되었고, 커다란 문제 하나 없이, 질문도 무난한 질문들만 받아서 답변에 무리가 없었다. 그리고 발표가 끝나자 교수님이 온라인으로 보시면서 나에게 Good job 한마디의 문자를 보내주셨다. 


4. Mingle

학회는 논문을 등재하고 발표하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네트워크를 쌓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많은 사람이 그걸 중요시하기에 Mingle의 시간을 많이 준다.


단순히 발표 이후에 커피 한잔하면서 얘기하는 것도 있지만, 아예 Mingle 세션을 구성해서 간단한 술과 음식을 제공하여 사람들끼리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나는 진짜 MBTI에서 극 I 성격이라서 이런 게 정말 정말 힘들었고, 더구나 일행도 없이 혼자 학회에 참석한 거라 어디에 껴서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감이 하나도 잡히지 않았다. 첫 경험이라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그래도 마지막에 저녁식사를 같이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간신히 다른 박사생들의 모임에 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학회에서 만난 박사 친구들


5. 학회가 끝난 후 소감

처음으로 참석한 학회는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었다. 내가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걸 힘들어해서 네트워크를 많이 못 쌓았다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교수님의 불참으로 얻게 된 발표 기회와 여러 가지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새로운 나라, 새로운 도시의 여행 자체만으로도 너무나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기회만 된다면 진짜 학회 참석은 몇 번이고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소중한 기회였다.


학회가 완전히 끝나고 나서는 그래도 새로운 도시에 왔으니 조금 주변 여행을 하고, 복귀하기 전에 암스테르담 여행도 하였는데, 그에 관해선 또 다른 글을 쓰려고 한다.


그럼 마스트리흐트의 사진을 끝으로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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