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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드래곤 Nov 28. 2022

스웨덴에서 수술을 받다

스웨덴에서 병원 이용기

집을 떠나서 해외 생활을 하게 되면 여러 가지 당연하게 느끼던 게 어려워지고 고민될 때가 있다. 단순한 예로는 쓰레기 버리기 같은... 


그중에 하나가 병원에 가는 건데, 한국에서는 그냥 아프면 병원 찾아가면 되는 거 아닌가? 싶던 게, 여기서도 마찬가지인가? 싶은 생각이 들게 된다. 


나는 부모님께 감사해야 하는 건지, 잔병치레를 그다지 겪지 않는다. 사실 조금 아파도 병원을 잘 가지 않는 편이기도 하다. 자연 치유력이 강하다고 해야 하나... 믿음이 강하다고 해야 하나... 좀 아프다는 생각이 들어도 잘 먹고 잠 잘 자면 그냥 다음날부터 괜찮아지는 상황이 많았다.


그래서 스웨덴에서 지금 거진 6년을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병원 이용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아픈 적은 몇 번 있었는데, 앞서 말했듯이 그냥 잘 먹고 잘 쉬면 괜찮아져서 병원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 나의 이 자연치유력이 소용없는 상황이 오게 되어 병원 이용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좋은 소재를 얻었다 싶기도 하고, 스웨덴에서 어떻게 병원을 이용하는지에 대해 글을 쓰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키보드를 두둘겨 본다.


1. 1177

스웨덴에서 먼저 어디가 불편하다, 아프다 라는 느낌이 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1177에 연락을 하는 것이다. 물론, 위급한 상황이면 112에 신고를 하자. 참고로 스웨덴에서는 112와 119가 따로 나뉘어있지 않다. 그냥 응급 상황이면 그 상황을 구분하지 말고 112에 신고를 하면 된다.


그런데, 응급상황이 아닌 경우는 1177에 먼저 연락을 하는 것이 병원을 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이다. 연락은 전화로 해도 되지만, 홈페이지로 연락해도 된다. 1177에 전화를 하면 상담원(간호사)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증상 설명을 하면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얘기를 해준다. 이걸로 충분하다면 괜찮지만, 만약 실제로 사람을 만나고 치료를 받고 싶다고 하면, Vårdcentral에 예약을 잡고 방문을 해야 한다.


Vårdcentral 이란, 우리나라로 치면 보건소 같은 느낌인데, 동네에 있는 작은 병원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방문하면, 간단한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전문적인 수술이나 치료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게 심각한 문제다라고 판명되면 Vårdcentral에서 보고 큰 병원으로 인계를 해준다.


1177은 전화로도 가능하지만, 인터넷 홈페이지로도 이용할 수 있다.

http://www.1177.se

http://www.1177.se

홈페이지에서 로그인을 하면 (Bankid 가 필요하다) 자신이 등록된 Vårdcentral을 찾을 수 있고, 그곳에 예약을 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중에서 사실 급한 문제가 아니라면, 선택할 수 있는 메뉴는 Kontakta mig (Contact me)인데, 이건 메시지를 남기면 그곳에서 나에게 연락을 해준다. 이걸 활용하는 이유는 사실 Vårdcentral에 워낙 연락을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하면, 아마 이 센터만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연락을 진짜 진짜 안 받는다. 그리고 예약메뉴를 들어가면 모든 시간이 예약 불가능으로 뜬다. 이 부분은 정말 불만이었는데, 이럴 거면 왜 홈페이지 시스템을 만들어놨는지 모르겠다. (참고로 구글 평점도 굉장히 안 좋다. ㅋㅋㅋ)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Kontakta mig 메뉴를 이용해서 내 증상을 메시지로 남기고 연락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2. 예약의 예약의 예약을 위한 방문을 위한 예약의 예약의...

위에서 언급한 방법을 통해 메시지를 남기면 약 1~3일 이후에 연락이 온다. 그러면 전화로 간단히 얘기를 하고, 방문 날짜를 잡는다. 그러니까 Kontakta mig는 예약의 예약을 위한 예약인 셈이다. 


방문 날짜도 굉장히 일방적인 통보로 진행되었는데... 몇 월 며칠 몇 시에 가능하냐고 물어본다. 나는 박사생이기도 하고, 수업이 없는 이상 스케줄 짜는 데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괜찮았는데, 만약 이 시간에 안된다고 하면 다른 예약 시간을 우편으로 통보를 해준다. 만약 그 시간도 안된다고 하면, 또 취소하고 다시 날을 잡아야 하는데, 센터에 전화 연락도 잘 안되다 보니 상당히 답답해진다. 게다가 제시간에 취소를 안 하면 노쇼로 간주해 취소 비용을 내야 한다. (아이고 골치야)


그래도 결국 방문 예약을 잡았고, 간호사와 의사를 만나 내 증상에 대해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이쯤에서 설명하는 내 증상은 화농성 육아종 (Pyogenic granuloma)라고 하는데, 어느 연령대나 나타날 수 있지만, 임산부에게 잘 나타나는 병이라고 한다. 처음엔 여드름처럼 생겼다가 점점 그 안에 피가 차면서 빨갛고 커진다. 이게 자연적으로 치유가 안돼서 보통 수술로 제거한다고 한다.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우리나라 피부과에서는 수술을 하면 흉터가 남아서 레이저로 한다고 어쩌고 하는 글도 보았다.


위의 내용은 내가 인터넷에 검색해서 나온 정보이고, 의사쌤이 처음에 내 상태를 보고 하는 말은 심각한 건 아니지만, 수술로 제거해야 하니 수술 날짜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걸 뭐라고 부르나요?라고 물어봤고, 포스트잇에 저 병명을 적어주셔서 내가 따로 검색해보았다. ㅎㅎ


다만, 센터에 방문해서 얻은 결과는 다시 예약을 잡아야 한다는 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일 뿐이었다.

(예약의 예약의 예약의 예약의... 이 예약의 굴레...)


그 수술 예약은 따로 연락을 준다고 하고 기다리라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1주일이 지난 이후에는 답답해서 내쪽에서 먼저 연락을 해보았는데, 아직 처리 중이라니 기다리라는 소식뿐이었다. (스웨덴에 살면서 늘게 된 것 하나는 인내심)


그래서 그냥 잊고 살고 있다 보니, 3주째 되는 날 수술 날짜를 잡겠다는 연락이 왔다. 그런데, 하필이면 병원에서 제시한 날짜가 내 수업하고 겹쳐서 다른 날 안 되겠냐고 하니, 또 기다리라고 했다. (이쯤에선 거의 해탈) 그러고 나서 며칠 더 기다리니 우편으로 수술 날짜와 기본적인 정보가 적힌 우편이 도착했고, 다행히도 그날은 가능해서 그때 방문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3. 수술을 받다

수술은 린셰핑의 대학병원 (Universitetssjukhuset)에서 받게 되었다.



대학병원을 방문한 건 처음이 아니었지만, 내부에 들어갈 일은 없었는데 이번에 들어가 보니 내부가 생각보다 엄청 컸다. 정말 많은 과들이 존재했고, 내가 방문할 곳은 피부과였다. 접수처에서 접수를 하고, 해당 과에 방문해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대기실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 이름을 호명했고, 안내에 따라 입장하니 먼저 옷을 갈아입으라고 했다.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피부과에서 받는 간단한 수술로만 생각했는데, 갑자기 옷을 싹 갈아입으라고 하니 조금 당황했었다. 속에는 속옷만 입고, 양말도 벗어서 싹 수술복으로 갈아입게 되었다.


그 이후엔 수술에 대한 적당한 안내를 받았고 (스웨덴어로...) 수술은 종양이 난 곳에 국소마취를 하고 나서 누워서 마취가 될 때까지 대기하다가 마취가 된 후 절개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이 끝난 후에 간단하게 수술 이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또 병원을 와야 하는지에 대한 적당한 안내를 받았다. 


수술 자체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오히려 대기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다. 모든 과정을 다 포함해서 한 시간 정도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술이 끝나니 상처 부위에 거대한 거즈와 테이프를 붙여놓아서 누가 봐도 이 사람 병원에서 수술받았네를 알 수 있도록 해놓았다. 그다지 아프진 않았지만, 그래도 마취가 풀리니 쿡쿡 찌르는 느낌이 들어서 하루는 일 안 하고 집에서 쉬었다. (누가 봐도 수술받은 티가 났기 때문에 퇴근하는데 딱히 눈치가 보이지 않았다 ㅋㅋ)


그리고, 피부를 절개한 뒤에 다시 꿰맨 것이라 실밥을 풀기 위해 병원을 다시 예약해야 했는데, 또 예약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좀 스트레스를 받게 했다. (도대체 왜 전화를 안 받는지 ㅠ)


4. 수술 이후

수술을 받은 이후에는 말해준 대로 열심히 관리를 하면서 실밥 풀기 위한 예약을 하려고 노력했다. 여기서 팁 하나는 전화나 홈페이지보다 그냥 찾아가는 게 제일 간단하다는 사실이었다. 거기까지 방문하는 게 귀찮을 순 있지만, 그냥 찾아가서 얘기를 하니 바로바로 나에게 괜찮은 시간을 물어보고 (일방적인 통보가 아니라)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 진작에 이렇게 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Valla Vårdcentral의 모습

그리고 실밥을 푸니 내 얼굴엔 마치 만화나 영화에서 나오는 깡패들처럼 흉터가 생겨버렸다. 하하하... 한창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해야 하는데 얼굴에 이런 상처가 생겨서 어쩐다니


여러모로 불만이 많은 내 병원 체험기 었다.


5. 끝으로

타임라인을 요약하면 이렇다.


10월 6일   : 1177을 통한 처음 컨택

10월 7일   : 예약을 위한 답변 연락을 받음

10월 10일 : Vårdcentral 방문 및 증상에 대한 상담

11월 1일   : 수술 예약을 위한 전화 연락을 받음 

11월 16일 : 수술 진행

11월 23일 : Vårdcentral 방문하여 실밥을 풂

11월 25일 : 수술 경과를 체크하기 위한 Vårdcentral 방문


그리고 이후에 약 2달 뒤에 절제한 종양을 가지고 정밀 분석을 진행해서 연락을 준다고 했다. 또 재발을 하거나,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필요하다면 그때 다시 방문을 해서 마지막 확인을 하는 방식인 듯하다.


아 그리고 병원비에 대해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병원비는 특별히 어떤 추가 비용이 들진 않았으나, 매번 방문 시에 약 200kr (2만6천원 정도?) 정도의 진찰비를 내야 했다. 처음엔 사소한 비용이라고 생각해서 무시했었는데, 여러 번 방문이 반복되니 생각보다 부담이 점점 커졌다. 그냥 찾아가서 상담만 받아도 금액을 지불해야 하고, 실밥을 푸는데도 돈을 내야 하고, 마지막 체크할 때도 돈을 내야 하니 은근히 부담이었다.


이 글을 보는 모두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12월 20일 추가 사항

이번에 휴가를 갔다오니, 내 앞으로 우편이 하나 날라와있었다.

내용은 다름아님, 병원비에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1년에 병원 방문비로 1150 sek 를 이미 넘게 지불하였으니, 다음 방문부터는 병원비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었다.

예전에 이 내용을 언뜻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받게되는건 처음이다. 한편으로는 벌써 병원비를 저렇게 많이 썼나 씁쓸해지기도...


아무튼 난 병원 자유이용권을 획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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