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바로 전에 저녁 때 정전이 되었다. 태풍이 오는 것도 아닌 데 전기가 나가다니...
조금만 참으면 잠시후에 복구되겠지 했으나 깜감 무소식이었다.
저녁도 먹지 못하고 그냥 누워잤다. 밤새 복구된 줄로 알았더니 그대로였다.
아침에 엘리베이터는 가동되어 전기가 복구되었나 보다 했더니 우리집만 전기가 나갔다.
관리실에 연락했더니 전기기사가 와서 현관에 있는 뚜꺼비집을 열더니 NFB가 떨어진 것을 알고
스위치를 하나씩 ON 했더니 불이 왔다. 얼마후 다시 NFB가 떨어지는 것이었다.
관리실에 연락했더니 전기기사가 메가테스터를 들고 와서 고장난 곳을 찾았다.
집안 어느 구석에서 누전이 되는가 생각했더니 냉장고 코드를 빼어 검사를 해 보더니
냉장고가 고장났다는 것이었다. 지금 쓰고 있는 냉장고도 다른 사람이 버리는 것을 주워다 5~6년 사용했는데
얼마전부터 냉동실 온도가 잘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니만 결국 고장이 난 것이다.
그러나 저러나 단대목에 냉장고가 고장나서 고기류 등 식품 보관이 큰 문제였다. 일부는 김치 냉장고로 옮기고
냉동식료품은 인근에 사는 작은 아들 냉장고로 긴급히 이송해야 했다. 냉장고판매점에 연락했지만 추석연휴 지나야 배송이 된다고 했다.
내 어릴 적엔 냉장고가 아니라 라디오도 없었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시골에서 살았다.
밤이면 등잔불을 켜고 밥을 먹기도 하고 어머니는 바느질도 하셨다.
보리쌀 삶은 것은 대바구니에 담아서 바람이 잘 통하는 실겅 위에 얹어 놓았다.
여름철에는 나물 같은 반찬은 잘 쉬기 때문에 끼니때마다 해서 먹어야 했고 생선 같은 것은 염장해서
단지 속에 보관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배를 탈 때 미국에서 만든 전시표준선인 시마비선을 탔다.
배가 오래 되어 냉장고가 말썽이었다. 냉장고 온도를 제대로 맞추어 놓지 않으면 보관식품이 상해 버려야 하고
그러면 전 선원은 굶어야 한다. 냉장고 담당이 3기사이므로 3기사는 냉장고 자동팽창밸브가 고장이면 수동으로 조절을 해야 하므로 밤새 잠도 자지 못하고 고쳐야 했다.
추석을 지난지도 벌써 며칠째이지만 아직도 냉장고 배달 소식은 없다
미리미리 교체를 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물건을 한 번 사면 고장이 나서 못 쓸때까지 사용해야
본전을 뽑는다는 생각에 젖어 있어 사고방식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특히 보릿고개를 지나온 사람들이
더 한 것은 근검절약이 몸에 밴 탓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