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한 말, 니네 동네 어귀, 타박타박 발맞춰 걷다 만난 거기 그 모퉁이, 한쪽씩 나눠 낀 이어폰을 타고와 고막을 간질이던 기우뚱 멜로디, 손깍지 끼고 올려다본 하늘, 그때 쏟아지던 빛무리, 이마를 훑고 내려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던 건들 바람, 그 자릴 헤매돌던 흙내음 그림자.
어떤 한 사람이 온전히 점령했다 떠난 세계는
어지러운 냉기를 속삭거리며 세기말적 어둠과 깊이를 알 수 없는 나락으로 얼어가.
한 번도 태어난 적 없는 슬픔 뒤로 물러나
한 번도 죽은 적 없는 기쁨, 그 부신 빛살을 봐.
찡그림은 고이…더운그늘에 떨궈.
안녕은
다시, 내미는 악수야.
'제 삶도 언젠가 빛이 날까요?'
(영화 <벌새> 중에서)
은(銀) 엉겅퀴
- 라이너 쿤체
뒤로 물러서 있기
땅에 몸을 대고
남에게
그림자 드리우지 않기
남들의 그림자 속에서
빛나기
덧
글 제목은 시몬 베유의 <빈자리를 받아들이기>에서 인용, 변주했어요. 사진은 작년 겨울, 먼 데 놀러 갔다 아침산책길에만난.
(영화 <벌새> 위로 흐르는 이 노랠 들려드리고 싶었는데, 그렇게는 안 되는가 봅니다……. 찾아서 보시길요. 저는 그 영상이 참,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