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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중년 마크 May 13. 2024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란..

맞지 않는 옷과 맞지 않는 사람의 차이점

"그 사람은 나랑은 잘 맞지 않는 사람이야."

"아.. 걔? 내 스타일이 아니야."


살면서 나도 이런 말을 여러 번 한 것 같다. 

'맞지 않다'는 표현은

대부분 실제 감정보다 더욱 축소된 완곡한 표현인 경우가 많다. 

보다 근접한 표현은

'마음에 안들어' 가 아닐까 싶다. 


내가 이 말을 최근에 들은 건

동문회 일로 함께 일을 하고 있는 후배가 며칠 전에 나에게 직접 한 말이었다. 

"잘하고 잘못하고를 떠나서, 선배님은 저랑은 잘 안 맞는 스타일이신것 같아요."

 대놓고 이런 소리를 들은 적이 없기도 할 뿐더러

보통은 면전에서보다는 없는 자리에서 제3자를 평가할 때 주로 사용하는 말이기에

직접 그 말을 듣는 나로서는 순간 당황스러움에 표정관리가 잘 되지 않았다. 

이어진 그 후배의 나름의 정리멘트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잘 안맞는다고 해서 선배님이 그 스타일을 바꾸진 않으실거잖아요? 그러기도 어렵구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그러니 그냥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서로 요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와 잘 맞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옷을 예로 들자면

우선은 사이즈와 핏이 잘 맞아야겠지. 

입었을 때 편하고 나와 어울리는 모습이어야 할 것이고. 

고가의 명품 옷일지라도 

내 몸과 사이즈가 맞지 않고 입었을 때 불편하다면 그 옷은 내게는 맞지 않는 옷이 될 것이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옷은 직접 입어보고 사야 하는 대표적인 물품이었으나

오늘 날은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을 통해 다른 모델이 입은 모습만 보고 옷을 구매한다. 

그에 비례해서 교환이나 환불의 빈도도 늘어나게 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남이 입은 모습만 보고 내가 직접 입어보지 않았으니 

막상 입었을 때 '예상과 다른 불편함과 불만족'이 그만큼 많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래도 요즘은 교환 환불이 무척 편하고 쉽게 이루어져서 소비자들은 큰 애로사항 없이 결국 자신에게 맞는 옷을 얻게 된다. 


그런데 사람사이의 관계에 적용한다면

이른바 물건에서와 같은 '교환 또는 환불'이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는 극명한 차이가 생긴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 부부사이가 아닐까 싶은데

연애할때엔 서로의 장점만 보면서 눈꺼풀이 씌워진 상태였다가

결혼을 하고 함께 모든 생활을 공유하게 되었을 때엔

예전에 미처 몰랐던 상대방의 온갖 단점과 불편한 점들이 생기게 된다. 

그러면서 서로간에 크고 작은 다툼과 타협의 반복속에서 

'거래 취소'의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많다. 

취소의 사유는 대부분 '성격차이'로 표현될 것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은 나랑 너무 맞지가 않았어." 라는 말로 설명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와 잘 맞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글쎄.. 누군가 내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나는 적절한 답을 하지 못할 것 같다. 

내가 나 자신을 돌아볼 때

나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불만족스러운 점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럼 나라는 사람은 나와 잘 맞는 사람일까?

그렇지 않다. 

그저 나 자신이기에 부족하지만 나를 용서하고 사랑하려 노력할 뿐이다.  

이토록 불완전한 존재인 사람의 본질상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주변에서 만나는 것은 

실로 로또 당첨 확률보다 희박한 가능성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우리는 

나와 잘 맞는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것보다는

대부분일 수 밖에 없는 '나와 맞지 않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현명하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그 수많은 타인들이 지니고 있는 각양각색의 모습들 중에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을텐데 

그것들을 얼만큼 받아들이거나 또는 배제하는가는

온전히 나 자신이 결정할 문제이긴 하다. 


맞지 않는 옷을 몸에 맞추기 위해서는

살을 빼거나 키를 늘이거나 해야 할텐데 현실적으로 그럴 수는 없다.

그렇다고 옷을 줄이거나 늘리듯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도 없다. 

그렇다면 그냥 그 사람이 그러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에 맞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아까 그 후배가 한 말은 그래서 옳은 말이다. 

사람에게 무언가를 강요하거나 변화를 촉구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그저 맞으면 맞는대로, 안맞으면 안 맞는대로

존재 자체를 그대로 인식하며 무난하게 어울려 살아가는 것.

그게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생존양식이 아닐까 싶다. 


PS. 하지만 이또한 오랜 기간이 지나면 서로 맞춰서 동화되기도 한다. 

하나도 닮은 점이 없고 맞는게 없다고 투덜대던 아내가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함께 살아주고 있는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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