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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중년 마크 Aug 06. 2024

안세영의 낭만론

힘든 현실에서 낭만을 찾아낸다는 것

파리올림픽에서 28년만에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을 딴 안세영양의 낭만 배드민턴이 회자되고 있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파리 올림픽에서 자신의 그랜드슬램 도전을 '낭만있게 끝내고 싶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는 평소 자신의 트레이너로 운동지도와 부상 관리에 많은 도움을 준 한수정 트레이너가 해준 이야기에서 얻은 것이라고 한다. 

안세영은 지난 아시안게임 때부터 무릎부상으로 오랜동안 고생해 왔는데, 힘들고 지칠 때 마다 트레이너 한씨의 이같은 말을 듣고 위로와 힘을 얻었다고 말하고 있다. 


"운동을 할 때 설레기 시작하고 운동이 끝났을 때 잘 끝냈다는 생각이 들면 그 하루도 낭만있게 너무 잘 산 거야"  


글쎄, 그 트레이너와 안세영선수가 낭만이라는 말을 정확히 어떤 의미로 주고 받아들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둘 사이에 낭만이라는 단어를 통해 서로 교감과 위안을 나눴다는 것이고 

안세영은 바로 어제 보란듯이 파리 올림픽에서 '낭만 배드민턴의 피날레'를 증명해 보였다. 

 



낭만이라는 단어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라고 나와있다.  (네** 사전)

한자를 보면 浪(물결 랑) 漫(가득할 만) 으로서 넓은 물결이 가득 차서 흐르는 풍경을 연상할 수 있다. 

 

낭만적인 사람을 보고 로맨티스트라 부르고 현실보다는 이상을 좇는 돈키호테의 인간상과도 흔히 말하곤 하지만 

안세영선수가 속으로 상상한 낭만은 이와는 좀 다른 것이 아닐까 싶다. 


배드민턴을 실제 코트에서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은 다 알것이다. 얼마나 운동량이 많고 힘든 스포츠인지.

보통의 동호인들은 4명이서 하는 복식게임을 한게임 하기에도 버겁다.  

단식은 그 넓은 코트를 혼자서 뛰며 작은 셔틀콕을 쫓아 몸을 날리는 그야말로 외롭고 힘든 경기이다. 

어린나이에 부상을 입고 모든 국민과 내외신 언론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세계 랭킹 1위라는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올림픽을 준비해 온 그녀의 마음은 얼마나 외롭고 부담스러웠을까. 

그에게 매일 새벽 마주해야 할 녹색의 배드민턴 코트는 낭만과는 거리가 먼 지옥과도 같은 장소가 아니었을까.


우리도 삶을 살면서 매일 반복되는 힘든 나날에 대해 피하고 싶을 때가 많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또 일터로 가서 지겨운 일을 해야한다는 사실에 일어나기 싫은 사람도 있고

학교에 가서 또 하루종일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에 눈을 뜨기 싫은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현실은, 삶의 현장은 결코 낭만적인 곳이 아니고 그 반대쪽 끝에 있는 장소일 것이다. 

이것은 안세영선수에게도 늘 마찬가지로 다가왔겠지만

놀랍게도 그녀는 낭만이라는 단어를 붙들고 현실을 마주보는 키워드로 삼았다. 


하루를 맞이하면서 설레이고

하루의 운동을 무사히 다 마쳤을 때 

아, 오늘도 낭만적으로 잘 살았구나 라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 

낭만.

물결이 넘실거리며 가득 차오른다는 것은

완성과 만족, 여유를 상징한다

하루하루가 힘들고 고단할지라도

오늘 하루 주어진 삶을 잘 살아냈음에 대해 감사하고

내일 또 새로운 하루가 주어짐에 대해 설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이 얼마나 낭만적인 삶이 될 것인가


2002년생. 올해 스물 두살인 안세영선수의 낭만론에

무릎을 치며 감탄할 수 밖에



PS. 그리고 대표팀에 대한 선수관리와 지원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그녀의 용기와 강단에도 놀랄 따름이다. 금메달을 걸고난 후에 그동안 작심한 메시지를 던져서 사회적 반향의 무게감을 높이려는 전략과 인내심도 대단하다. 아마도 그녀는 배드민턴의 성취 외에도 앞으로 많은 면에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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