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최종 합격해서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 때부터 주욱 지켜봤고 주저없이 팬이 되었지. 정말 멤버 한 명 한 명이 죄다 멋있고 잘생겼고 재능도 뛰어나. ♥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한 가지 있는데, 그건 바로 워너원 팬클럽에 가입하지 못했다는 거야. 워너원은 애초부터 일정기간만 활동하고 해체하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만들어져서 공식팬클럽 모집도 초기에 열흘동안만 모집을 했었는데, 글쎄 그걸 가입 못하고 지나버린거야. ㅠㅠ
공식팬클럽 회원과 그렇지 않은 일반 팬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나는 그 이후에야 알게 되었어. 콘서트가 열려도 팬클럽에게 선예매 기회를 주기 때문에 거의 그날로 모두 매진이 되어버리고 말아. 표를 사고 싶어도 일반 예매분은 10초도 안되어서 다 매진이 되지. 나는 아빠와 수차례 티켓구매를 시도했었지만 매번 꽝이었어. 컴퓨터가 버벅거림과 동시에 매진으로 떠버리더라고.
워너원은 얼마전 활동기간을 다 채웠어. 이제 마지막 팬콘서트를 끝으로 모든 활동이 끝나게 되었어. 너무도 가슴 아픈 일이지 뭐야.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모습을 콘서트장에서 볼수만 있다면.... 정말 너무나도 간절한 소원이 있다면 그거 하나야.
난 아빠에게 말했어. 워너원의 마지막 콘서트를 꼭 보고싶다고. 아빠도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잘 알고 계시니 다른말씀을 안하시더라고. 아빠는 2학기 시험에서 일등을 하면 표를 사주겠다고 말씀하셨어. 치사한 일이지만 나에겐 별로 어렵지 않은 조건이었어. 왜냐면 난 공부를 꽤나 잘하는 학생이거든. 훗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난 1등을 확신했어. 그리고 결과는 역시 당당히 1등이었지.
아빠도 기분 좋게 티켓 오픈 날짜를 물어보셨어. 어차피 일반 예매는 해봐야 안되는 게 뻔하니까 우리는 다른 작전을 쓰기로 했어. 티켓을 구매한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다시 표를 파는 것을 사기로. 여기에는 조심해야 할 것이 많아. 사기 치는 사람도 많고 엄청 높은 값을 후려치는 사람도 많고 좋은 물건은 금방 팔리고 마니 빨리 검색하고 잘 흥정하고 잘 확인하고 하는 삼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 이 말이지.
난 엄청난 속도로 눈에 불을 켜고 인터넷과 SNS를 뒤졌고, 마침내 좋은 가격에 스탠딩석을 내놓겠다는 사람과 흥정을 마쳤어. 구매페이지 캡처를 인증받고 전화번호도 확인했으니 이제 돈을 부치면 티켓이 내 것이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지. 아빠는 옆에서 티브이를 보고 계셨어.
“아빠 아빠, 됐어 됐어. 20만원에 판대. 빨리 여기로 부쳐.”
“그래? 확인할 거 다 한거야? 전화번호도 받았어?”
“응~~ 빨리 빨리!!! 다른 애들이 더 높은 가격 제시하면 취소할수도 있단 말야!!”
“알았어, 잠깐만”
아빠는 내가 준 계좌번호를 들고 핸드폰을 열더니 한참을 꿈지럭거렸어.
“보냈어?”
“.... 잠깐만.. 이게 좀 이상하네...”
“뭐가?? 빨리 좀 해봐~!! ”
그러고 나서도 한참을 아빠는 핸드폰만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며 보냈단 말을 하지 않는 거야. 난 속이 타들어갔어.
“아니 왜 안되는거야? 뭐가 문제인데?”
“.... 은행 전산망이 문제가 있나봐.. 송금이 자꾸 에러가 나네.. 잠깐만 기다리라고 해.”
아빠는 안방으로 들어갔어. 방에선 엄마가 곤히 주무시고 있었지.
안에서 잠이 덜 깬 엄마의 투덜대는 소리와 아빠의 소근대는 소리가 한동안 두런두런 들려왔어. 그 몇 분 안되는 시간이 내게는 이제껏 살아온 날보다 더 길게 느껴졌어.
이윽고 엄마가 거실로 나와서 핸드폰을 열더니 나에게 “계좌번호 줘봐” 하고 퉁명스럽게 말했어. 이내 이체가 완료되었는지 엄마는 나에게 “보냈어. 확인은 확실히 한거지?” 라고 하셨어.
나는 너무도 기뻐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지. 너무 들떠서 엄마가 아빠에게 그 다음에 한 “아니 어떻게 그렇게 돈을 똑 떨어뜨리고 살어? 날짜에 맞게 조절을 해야지. 무슨 급한 일 생기면 어쩌려고 그래?” 라는 잔소리를 귀로 들으면서도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들어오지 않았어.
아마 아빠가 돈이 없어서 엄마를 깨운 것 같고 엄마가 그걸 가지고 잔소리하시는가 보다 라고 생각했어. 아무렴 어때? 나야 티켓을 구했으면 된거지. 풀이 죽어 있는 것 같은 아빠를 보고 난 웃으며 말했어.
“아빠 이십만원도 없어서 엄마 깨운거야? 으이그. 아빠 돈 많은 줄 알았더니 나보다 없네?”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사실이기도 해. 내 통장엔 그동안 받은 세뱃돈과 용돈들을 모아 저금한 돈이 50만원도 넘게 들어있거든. 아마 죽을때까지 꺼내진 않을 거지만.
아빠는 내 말에 별다른 대답을 안하셨어. 그냥 좀 어색하게 웃으면서 방으로 들어가셨지.
설마 우리 아빠가 그 정도로 돈이 없지는 않겠지.
아무튼 난 꿈에 그리던 워너원을 만나러 갈 수 있게 되었어. 요즘은 그 날짜를 세며 두근대는 가슴을 안고 잠에 든다고. 빨리 그날이 왔으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