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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Jan 09. 2023

10년 찐친에서 연인으로

두 집 살림 과도기 속에 있는 사람

애인과는 10년 간 친구로 지내다 연인으로 발전했다. 친구일 때 보통 애인이 맛있는 식당이나 볼만한 것, 최근 봤던 걸 공유하며 일정을 이끌었다. 지금도 그렇다. 배경만 바뀌었지 일상의 작은 일들부터 뉴스, 사회 이슈까지 많은 걸 이야기한다. 수다를 잔뜩 떨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면 잠들기 전까지 또 의미 없는 ‘ㅋㅋㅋ’를 남발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래서 그런지 관계가 전환된 뒤 초반의 뚝딱거림이나 간간히 발견하는 새로움에 놀랍기는 했지만 대체로 친구일 때와 비슷하게 재밌다.


많은 점이 다르지만 각자의 루틴이 있고, 기록을 하며 (SNS 중독의 좋은 말) 건강과 다정함에 대한 방향이 같다. 무엇보다 무언가 선택할 때마다 크게 부딪히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앞으로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엄청나게 많을 텐데, 애인에 비해 포용력이 적은 내가 짜증을 덜 내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화를 내던지 짜증을 먼저 내봤자 해결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 알지만 어려운 거다.


애인의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나는 두 집 살림에 대한 번거로움을 깨달았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에서 사용하던 게 애인집에도 있어야 하니까. 불편함을 감당하려고 해도 결국 다 사게 된다. 애인이 중간중간 필요해 보이는 걸 가져다 두기도 하고. 그래도 어려운 건, 최근까지 가족과 복작거리며 살다가 조용한 애인집에 머무는 게 낯설게 느껴졌다는 거다. 내가 살던 곳도 아니고, 함께 살고자 하는 곳에 우두커니 있는 건 참 이상하게 슬프지 않은데 슬펐다.


어쩐지 뭔가 바뀌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루틴을 실행하기로 했다. 시간 단위로 짰는데 어쩐지 시간대로 맞지는 않을 것 같고, 해야 할 것만 적어두었다. 타이밍 좋게도 틈틈이 인터뷰를 보러 다니기도 했고 애인이 다니던 곳에 같이 운동을 가기로 했다. 평일 중 아침 시간 외 운동 시간에도 만날 틈을 만들었는데 그게 또 웃기다. 서로 감시해 가며(?) 운동한 후 각자 유산소를 하는데 둘 다 뉴스 보며 한다. 우리 모르게 세상이 재밌게 돌아갈까 봐.


비효율적인 두 집 살림 중 한쪽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다. 자연스럽게 마음도 그렇고, 조금씩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쓸쓸하지 않다. 오히려 명상하듯 집안일을 하고 글 쓰고, 평화롭게 진로 고민을 한다. 잘 모르겠는 건 애인이 있을 때 아무렇게나 던지면 애인은 찰떡같은 말을 한다. 그 말로 괜한 고민은 다 잘라낸다. 부모님의 집에서 애인집으로, 나의 집은 옮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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