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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베리 Jan 13. 2023

그놈이 그 놈이다

수시로 찾아오는 불안에 대하여

이상하다. 지난주에 읽을까 말까 고민했던 책을 집어 들고 카페로 향했다. 지난주는 온몸이 불안감으로 가득 차 행동 하나하나에 힘을 싣지 못했고, 이러다 이대로 고립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분명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좀처럼 알 수 없었다. 어떻게 생각했더라? 어떻게 행동했더라? 어떻게 기록했더라? 그래서 가만히 눕거나 앉아 유튜브를 종일 봤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파일을 열었다가 닫았다.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이전에 비슷한 상황 속에서 내가 어떤 걸 했는지 떠올렸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을 했다. 명상하는 마음으로, 매일 글을 하나씩 발행했다. 글 쓰는 일은 당장 무언가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다만, 이 마음이 어디서 왔는지 바로 보게 해주는 작은 장치다.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한다. 목록만 봐도 버거웠던 책이 오늘은 쉽게 읽힌다. 테이블 위로 쏟아지는 햇살이 반갑다. 그 빛을 애써 차단하려 하지 않았다.


애인이 도와주겠다고 한 일에 대답하지 않았다. 도움을 주는 일은 쉽지만 받는 일은 이상하게 불편하다. 다음날 재차 물어봤을 때 도와달라고 대답했다. 함께 하고 나니 별 거 아니었다. 도와줄 수 있어서 도와준다고 하는 건데 "도와줘!"라고 대답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이게 뭐라고 그동안 삼키고 참았는지 모르겠다. 아마 지금 당장은 괜찮지만 또다시 비슷한 불안감이 들이닥칠지 모르겠다.


친구의 블로그 포스팅에서 본 것처럼 만나봤던 불안감도 다른 모양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겪어 본 그 녀석 (친구의 표현) 일 것이다. 지난날엔 한 달을 불면에 시달렸지만 내일은 몇 시간 만에 털어낼 수 있을 수 있다. 아주 조금만 떨어져 보자, 그놈이 그 놈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든, 그 결과가 어떻게 되든 자주 묻고 마주하면 적어도 그 순간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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