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난 아빠를 닮았어
몇 달 전 아빠의 마지막 생일, 입으로는 떨어지지 않는 말들을 담아 편지를 썼다. 그마저도 부족했지만 아빠는 그날 그 짧은 편지 한 통에 신이 나 아픈 몸을 끌고 러닝셔츠 차림으로 외출을 하셨다.
아빠에게
사랑하는 아빠, 아빠를 보내기 전에 생긴 생채기들이 하나 둘 아물어가고 있어. 언젠가 이 생채기들이 흐릿해서 눈에 띄지 않으면 그땐 실감이 날까.
나는 아직 아빠와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 넥타이 매는 법을 배우고 싶었고, 아빠가 따라주는 술을 한 잔 받아보고 싶었어. 차를 타고 드라이브하며 아빠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러 가고 싶었어. 온 가족이 모여 가족사진을 찍고 싶었어. 아빠의 어린 시절,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장소 그런 일상적인 것들을 묻고 싶어. 지금에서야 왜 그런 당연한 것들을 묻지 않았을까 후회스러워. 내가 원망스러워.
아빠, 나는 아빠를 닮았더라고. 아빠에게 배우고 받은 것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나는 왜 몰랐을까. 이제야 아빠가 해준 말이 이해되는 것 같아. 가끔은 손해 볼 줄도 알아야 하고, 사람에게 빚을 질 줄도 알아야 갚을 줄도 감사할 줄 아는 거라고.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그렇게 살도록 할게. '나'보다 '우리'를 향할게. 아빠와 작별하면서 너무 아팠지만 잘 살아가도록 할게.
우리 시간이 흘러서 다시 만나게 되면 하고 싶은 것들을 천천히 아주 긴 시간 함께 하자.
사랑해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