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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윈이야기 May 24. 2021

매일매일 새롭다는 거짓말

너에게 배우는 모든 순간을 즐기는 법

똑같은 일상은 예외 없이 지루하다.


반복되는 평일,

출근 - 일 - 점심 - 퇴근 - 저녁 - 잠


반복되는 주말,

늦잠 - 아점 - 낮잠 - 유튜브 - 맥주 - SNS - 늦은 잠


특히 일상의 관성에 빠져들어 정신 차리기 어려울 때는

다윈과의 산책이 특효약이다.


뭐가 그렇게 좋니?


산책을 나오기가 무섭게 가쁜 숨을 몰아쉬며 운동장으로 달려가려는 다윈이를 보며 우리는 종종 되묻는다.


어제도 나왔고 엊그제도 나왔고

사실 이번 주는 매일매일 나왔고 내일도 나올 텐데....


아파트 화단에서 쉬를 한 번 갈기고
언덕을 내려가 운동장 트랙을 두어 바퀴 거닐고
한쪽 구석 후미진 잔디밭을 찾아 작은 공을 서너 번 던지고
공원을 빙 둘러 편편한 아스팔트 포장길에서 시원하게 똥으로 마무리!


주저리주저리 쓰기도 민망한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동네 산책.

이따금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처음 보는 꽃을 발견해 새로운 냄새를 맡기도 하지만

그 동선조차 예외 없이 똑같은 매일의 산책이 녀석에게는 어쩜 그리도 즐거울까.


깨달음을 얻은 스님은

똑. 똑. 똑.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도 매 순간 새롭게 느낄 수 있다는 풍문을 들은 적 있는데

그렇다면 반려견들은 기본적으로 해탈한 상태인 걸까?


똑같은 하루도 유심히 살피면 그 면면이 다른 것임을

똑같이 들리는 물방울 소리도 사실은 매 순간 차이가 있음을

똑같은 산책길을 지루한 반복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단순하고 효과적인 진리를

어김없이 새로운 장에 싸 놓은 녀석을 똥을 치우며 다시금 깨닫는다. (이런건 똑같아도 좋을텐데...)


규칙적이며, 편견 없고, 욕구에 충실하며,

무엇보다 스스로를 너무나 잘 아는 녀석들을 보며 모든 순간에 충실하라 말했던 수없이 많은 문장들과 영화들을 다시 떠올린다.


어제도 함께 지난 이 길을 걷는 녀석의 발걸음변함없이 경쾌하다.


그래 같이 오래 걷자 다윈!

똑같은 길도 매일 새롭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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