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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윈이야기 Feb 20. 2022

졸려서 못쓰겠어

글쓰기는 나의 숙면보다 중요할까

작가에게 '잠'은 최악의 적이다.


글쓰기를 '조건반사'의 경지에 올려놓은 글쓰기 장인 혹은 천재 작가들이라면 저마다의 해법을 가지고 있겠지만,

나 같은 보통사람에...

.

.

.

어제도 졸려서 여기까지 쓰고 잤다


아무튼(aka. 애니웨이) 퇴근 후 기다리는 SNS 관음과 쇼핑몰 장바구니 놀이, 쏟아지는 유튜브 인기 동영상과 봐야만 할 것 같은 OTT 프로그램까지

알찬 딴짓을 마치고 나면 시계는 쉽게 자정을 넘기곤 한다.


하루 한 시간도 매일 모으면 365시간이라며 스톱워치에 시간을 맞추고 키보드 앞에 앉아보아도

어느새 내 손은 스마트폰을 쥐고 커뮤니티를 기웃거리거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전 세계의 기상천외한 뉴스들을 보며

세상 참 재밌네


하다가 잠자리에 드는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낼 뿐이다.


따지고 보면 잠조차 달아나게 하는 재미있는 일들도 참 많다.


연애할 때는

그 늦은 밤에도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더 듣고 싶어 안절부절못했고,

미드에 중독되었을 때는 꼬박 이틀 밤을 내리 달린 적도 있다.

온라인 게임에 홀려 밤잠을 잊은 체 피시방으로 달려간 적은 부지기수고,

지금도 음악을 듣다 알고리즘에 빠지면 새벽 세시를 우습게 넘긴다.


왜 저 때는 안졸리고 글을 쓰려고만 하면 잠이 오는 걸까?

게임할 때 정신이 또렷한 거 보면, 키보드에 알레르기가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널리고 널린 재미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 대다가 뭍으로 올라와

이미 넉넉히 지친 상태로 글을 쓰겠다는 생각 자체가 터무니없는 소리일까.


세상에는 글쓰기보다 재미있는 일들 투성이다. 그리고 감히 예언컨대 글쓰기보다 쉽고 재미있는 일들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다음은 단순하다.


작가가 되는 길에 '글쓰기를 세상 무엇보다 즐길 각오'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놀 거 다 놀고~ 잘 거 다 자고~ 할거 다 하고~

그렇게 살다가 어느덧 '글쓰기 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 이르거나.


직장인에게 숙면보다 글쓰기가 앞선다는 신화를 아직 내 몸은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나약한 몸뚱이와 어린아이 같은 정신력이다. 안타깝고 어쩔 수가 없다)


글을 쓰기 위한 미라클 모닝과 여섯 시 기상은 나의 일상을 황폐하게 만드는 진짜 기적을 보여주었다.


아직 글쓰기는 나의 숙면보다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건강하고 또렷한 정신으로 한 자 한 자 눌러나가는 지금의 훈련들이, 잠이 없어지는 저물녘의 나이가 되어 조금 빛을 발해주리라...

살짝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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