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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향해 자라는 <생명나무 인간>

그림으로 그린 이야기 <생명나무 인간이 빛을 향해 자라는 중>

 "당신은 지금 무엇을 바라보는가?"

'바라본다'란 자신의 의지가 담긴 동사다. 무엇을 의지적으로 보는 것. 내가 지금 응시하는 것. 눈길을 모아 한 곳을 주시하는 행위. 나의 가장 큰 관심사. 내 마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를 알기 위해서는 하루 중 자신이 가장 많이 쏟는 시간과 돈의 출처를 알면 된다. 시간은 곧 생명이고, 돈은 경험인데, 어떤 사람들은 돈을 곧 생명으로 본다. 이는 아마도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다는 생각과 경제적인 독립이 자신을 지켜줄 거라는 믿음 때문으로 추측한다. 


 나의 경우 현재 가장 많은 시간을 이제 곧 2024년 8월 26일에 있을 전시 기획과 작품을 다듬는 일, 9월 학교 출강으로 미술 수업 계획을 풍성하게 하는 일 등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돈도 마찬가지다. 이번 주인 2024년 8월 15일 광복절에는 그간 유튜브 여우눈 FOXSNOW 채널을 통해 그려온 여행 그림 등 총 28점의 작품을 촬영하기 위해 스튜디오에서 나름의 거금을 사용했다. 장기적으로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일이여서다. 그 외에도 건강, 가족, 친구, 모임 등 소소하지만 꾸준하고 정기적으로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일이 즐비해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은 행위 곧 동사에 불과하다. 이 행위가 무엇을 위해서 한 행동인지는 자신만이 안다. 나중에 그 일이 맺는 열매를 보면 안다. 동사는 중요하지만, 이것만이 다가 아니다. '그 동사가 어디를 향해 가는가'는 '무엇을 향해 바라보고 가는지'가 결정한다. 처음은 각도가 0.0005도였다고 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이 각도는 점차 벌어지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도 있게 한다. 나는 이것이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속력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에 동의한다. 그래서 생명이 빛을 향해 자라는 본능적 습성이며, 숨겨진 생명 원칙임에 치의 의심도 없다.


 내가 만든 캐릭터 '생명나무 인간'은 빛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내 사랑스러운 반려 식물들처럼 오로지 자신이 심긴 자리에서 빛을 향해 자라는 고유의 습성을 갖고 있다. 씨앗처럼 꾸준하고 점진적으로 말이다. 나는 이를 녹색 점으로 확장해 그려가면서 형상화했다. 형체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모호한 형체는 점에서 시작해 안에서부터 외곽선으로 뻗어 갔기 때문이다. 초록 첨이 모여 만드는 녹색 물결이 주변의 바람이 이는 숲속을 상상하게도 하고, 이끼나, 다른 상상을 충분히 가능케 한다. 

김현지, '생명나무 인간'이 빛을 향해 자라는 중, 종이 위에 수채, 111.5 × 77cm, 2007


 지금도 이 생명나무 인간은 계속 빛을 향해 자라는 중이다. 내 손을 통해, 머릿속 상상을 통해. 그리고 당신의 머리와 마음속에서. 가끔 그가 들려주는 소리를 들으면, 내가 지금 있는 자리에서 어디를 향해 가야 할지 분명해진다. 빛. 오로지 빛을 향해 나아가는 것. 어둠을 안고, 빛으로 뻗어가는 것. 그리고 그 빛을 전하는 것. 그것이 나의 사명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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